이미 흔들린 광고, 이미 무너진 지주회사

TV 방송의 비즈니스 모델은 본질적으로 부동산 임대업입니다. 자기 채널이라는 '입지'에 시청자라는 '유동인구'를 모아 광고라는 '임차료'를 받는 구조. 유동인구가 많으면 임차료가 높고, 적으면 낮아집니다. 단순합니다.
종편 탄생 이후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흐름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유동인구의 대이동입니다. 2024년 기준 한국 광고 시장에서 온라인은 56%(8조 원)를 차지했고, 방송 광고는 전년 대비 10.8% 또 줄었습니다. 사람들이 상가(TV)를 떠나 대형 쇼핑몰(유튜브, 넷플릭스)로 이동하는 겁니다. 그 상가에 아무리 화려한 인테리어(콘텐츠)를 해도 지나가는 사람이 줄면 임차료는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환경에서 지상파 3사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2024년 KBS는 881억 원, SBS는 25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흑자를 낸 곳은 MBC뿐이었습니다. TV라는 상가 전체의 유동인구가 줄고 있으니 전통의 강자인 앞번호 채널(지상파)도 힘든데 뒷번호 채널(종편)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런데 흥미로운 건 같은 종편 안에서도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는 점입니다. TV조선은 2024년 신문/방송/통신 분야를 통틀어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습니다. 매출 3,267억 원에 영업이익 261억 원. 종편 전체 매출 1조 472억 원에서 JTBC를 제외한 3사 모두 흑자였습니다. 같은 환경, 같은 규제, 같은 광고 시장 침체.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왜일까요.
JTBC 재무제표를 펼치면 한마디로 '쓴 돈이 남은 재산의 37배'입니다. 2026년 3월 기준 총자산 5,755억 원에 누적 결손금 7,293억 원. 자본총계는 190억 원까지 쪼그라들었고, 부채비율은 2,443%였습니다. 15년 동안 흑자를 기록한 해가 2017년, 2018년, 2022년 단 3년뿐이었는데, 피크 흑자가 141억 원(2018년)인 반면 피크 적자는 707억 원(2023년)이었습니다. 벌 때는 조금 벌고, 잃을 때는 크게 잃는 구조. 따서 갚으면 된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누적 결손금 7,293억은 이 비대칭의 15년 치 합산입니다.

없는 집 막내 아들 SLL
이제 핵심으로 들어갑니다. JTBC가 망한 근본 원인은 하나입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쪽과 돈을 버는 쪽이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JTBC는 편성비와 방영권료, 광고 매출 리스크를 부담했지만, 흥행 이후의 IP와 유통 수익은 제작사인 SLL(스튜디오 룰루랄라)과 콘텐트리중앙 쪽에 더 많이 남는 구조였습니다. JTBC에 남는 건 줄어드는 TV 광고 수익이었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대박이 나도, JTBC 장부에 남는 돈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하려면 지분 구조를 봐야 합니다.
SLL 지분은 콘텐트리중앙이 53.82%, JTBC가 2.8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JTBC와 SLL은 같은 중앙그룹이지만, 지분 연결이 거의 없는 셈입니다. 같은 '스튜디오 분사' 전략을 쓴 다른 방송사와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합니다.
SBS는 스튜디오S를 100% 자회사로 보유해, 스튜디오S가 버는 돈이 그대로 SBS로 돌아옵니다.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54.46%를 보유해, 스튜디오드래곤의 수익이 연결 재무제표에 합산됩니다. 넷플릭스가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4.99%를 1,078억에 사며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맺었고, 네이버도 6.2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CJ는 콘텐츠를 만들면 돈이 돌아오는 구조를 설계한 겁니다.
JTBC만 2.85%입니다. 콘텐츠가 흥행하고 넷플릭스에 팔려도 지분상 수익의 대부분은 콘텐트리중앙(53.82%) 쪽에 귀속됩니다. JTBC는 편성 비용과 광고 경기 악화를 떠안고, 부가 수익은 제한적으로 가져가는 위치에 가까웠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이름이 묘하게 어울리는 구조입니다.
2022년에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결정도 있었습니다. 적자를 줄여보겠다며 '아는 형님' 등 279개 핵심 프로그램의 IP를 SLL에 433억 원에 통째로 넘겼습니다. 당장의 현금은 확보했지만, 앞으로 재방송이나 유통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영구히 포기한 결정이었습니다. 2023년부터는 프로그램이 아무리 흥행해도 JTBC가 직접 가져갈 부가 수익이 거의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