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국민오락 야구 잡고…하나, 월드 스포츠 축구 품어

정영재 2024. 5.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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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은행 스포츠 마케팅 경쟁
“야구 하면 신한” “축구는 하나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스포츠마케팅 현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양대 인기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를 양분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들은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차원을 넘어 충성도 높은 스포츠 팬들을 은행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한, 매년 10만~11만명 야구 고객 유입

‘신한 쏠(SOL)뱅크 KBO리그’ 경기에서 LG 오스틴(왼쪽)과 김현수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KBO]
신한은행은 올 시즌 1000만 관중을 바라볼 정도로 ‘국민오락’이 된 프로야구 KBO리그의 타이틀스폰서를 맡고 있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 프로야구를 후원하니 역대 최장 기록이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 시절인 1998년부터 대한축구협회 후원사를 맡아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지난해 또다시 10년 후원 계약을 맺어 2033년까지 무려 36년간 축구협회와 함께한다.

두 은행의 스포츠마케팅 활동은 야구와 축구의 특징과 맞닿아 있다. KBO리그는 10개 구단이 팀당 144경기, 총 720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다. 시즌 중에는 월요일만 빼고 매일 5경기가 열린다. LG 트윈스·두산 베어스(이상 서울), KIA 타이거즈(광주), 삼성 라이온즈(대구), 롯데 자이언츠(부산) 등 수십 년째 지역 연고를 지키고 있는 구단들의 상징성과 파워도 막강하다. 축구는 ‘월드 스포츠’다. 월드컵·아시안컵 등 A대표팀 경기를 포함해 남녀, 연령별 국제대회가 쉴 틈 없이 열린다. 국내에서도 최상위 프로 경기인 K리그1,2를 필두로 동네 동호회 팀이 출전하는 K7까지 촘촘하게 리그가 얽혀 있는 풀뿌리 종목이다.

신한은행에서 KBO리그 관련 제휴마케팅 업무를 총괄하는 금한천 부장은 “프로야구 팬들의 강력한 팬덤과 신명 나는 응원문화는 확실히 특별한 게 있다. 야구팬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신한은행이 돕고, 팬들을 우리 고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BO리그의 공식 명칭은 ‘신한 쏠(SOL)뱅크 KBO리그’다. 프로야구 중계에서는 투수가 공을 던진 뒤 투구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데 그때마다 ‘신한 쏠(SOL)뱅크’ 로고가 화면에 큼지막하게 노출된다. 한 경기를 다 보면 300회 이상 신한은행 광고를 보는 셈이다. 중계뿐만 아니라 뉴스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등을 통해 끊임없이 ‘신한’이 화면에 잡힌다. TV·신문·잡지와 각종 SNS를 포함한 미디어 노출 효과를 신한은행 측에서는 연 2600억원 정도로 추산하는데, 액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신한은행의 타이틀스폰서 비용은 KBO가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연 1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신한은행의 프로야구 마케팅은 ‘신한SOL뱅크’ 앱에서 가장 활발하게 펼쳐진다. 이 앱 안에 ‘쏠야구’라는 놀이터가 있다. 야구퀴즈 풀기, 승리 팀 맞히기 등에 참여하면 쏠쏠한 포인트를 받는다. KBO 월간 MVP 투표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쏠야구 참가자들의 투표와 야구기자단 투표를 합산해 월간 MVP가 결정된다. 프로야구 최대 축제인 올스타전 출전 선수를 뽑을 때도 KBO가 관장하는 플랫폼 2개와 쏠야구 투표 결과를 합산한다.

신한은행 개인솔루션부 최은철 차장은 “투표 기간에 매일 들어와서 투표하는 분들도 많다. 보름 사이에 30만 명 정도가 쏠야구에 들어온다. 승리 팀 맞히기에는 144경기 모두 참여하는 ‘개근 고객’이 많고, 객관적인 전력과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승리에 베팅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 프로야구 적금도 있다. 응원하는 팀을 선택만 해도 금리를 올려주고, 응원 팀이 우승할 경우 최고 4.5%까지 이자가 올라간다. 야구장 마케팅도 활발하다. 경기장 내 식음료 구매 시 토스페이에서 신한은행으로 결제하면 할인 혜택을 받는다. 현재는 대전(한화 이글스)과 인천(SSG 랜더스) 구장에서만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각 구단의 협조를 받아 서비스 지역을 늘리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야구 마케팅을 통해 실제로 신한은행 고객이 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최은철 차장은 “쏠야구를 이용하려면 신한은행 앱을 깔고 회원 등록을 해야 한다. 매년 10만~11만 명 정도가 쏠야구 등을 통해 신한은행에 계좌가 있는 활동성 고객으로 유입된다는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한천 부장은 “프로야구는 식음료·여행·굿즈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한국 프로야구만이 갖고 있는 역동성과 재미를 활용해 야구팬과 신한은행이 윈-윈하는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나, 축구 스폰서 2033년까지 연장

지난 3월 21일 열린 태국과의 A매치에서 맨오브더매치(MOM)에 뽑힌 손흥민(왼쪽)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난해 6월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엘살바도르의 A매치 평가전 하프 타임에 하나은행의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후원 연장 계약을 기념하는 조인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축구는 선수와 관객, 나아가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힘이 있고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등 대한민국 축구의 역사적 순간에 하나은행이 늘 함께였던 것처럼 앞으로 10년도 그때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2033년까지 축구협회가 주최하는 국가대표팀 경기와 ‘코리아컵’으로 이름을 바꾼 FA컵(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한 왕중왕 대회)의 타이틀스폰서로 참여하고 최상위 광고권을 활용한 마케팅도 진행한다.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국내 프로축구 타이틀스폰서도 맡고 있다. ‘하나원큐 K리그’로 명명한 프로리그는 K리그1(12팀)과 K리그2(13팀)로 구성돼 있고, 정규리그가 끝난 뒤 K1 하위 팀과 K2 상위 팀이 강등과 승격을 놓고 벼랑 끝 승부를 펼친다. 최근 K리그도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올 시즌 FC 서울의 홈 경기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두 차례나 5만 명 이상 관중이 몰렸다. 울산(울산 HD), 포항(포항 스틸러스) 등 인기 팀들을 중심으로 경기장을 찾는 고정 팬이 크게 늘었다. 하나은행은 2018년부터 ‘월드 스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광고모델로 발탁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하나은행 측에 따르면 2023년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등 축구 전반 후원에 따른 광고홍보효과가 4368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하나은행 축구 마케팅의 대표 상품이 ‘오!필승코리아 적금’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 등에 맞춰 출시했는데, 한국 대표팀 성적에 따라 금리를 차등 지급하는 상품이다.

하나은행의 뱅킹 앱인 ‘하나원큐’에서는 2022년 한국-브라질 친선경기부터 티켓 예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이 앱의 하루 이용자(DAU)는 평소 대비 10만 명 급증했다. 지금도 축구 A매치 티켓은 오픈 5분 내 완전 매진된다.

하나은행에서 축구 마케팅을 총괄했던 전임 임원은 “하나은행은 오랜 세월 진정성 있게 한국 축구를 후원함으로써 ‘축구는 하나’라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축구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대표팀 후원사의 잠재 고객도 그만큼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대형 은행이 축구와 야구를 후원하는 것은 리그의 안정적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은행들은 더 적극적으로 스폰서의 권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축구협회나 KBO도 허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후원업체에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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