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의 디스전? 자동차 비교 광고 모아보기


힙합계의 디스전. 래퍼끼리 노래를 만들어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는 행위를 뜻한다. 자동차 업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비교 광고가 대표적이다. 경쟁사를 도발해 자사 제품을 어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글 최지욱 기자( jichoi3962@gmail.com)
사진 각 제조사


①BMW vs 아우디

지난 2006년, BMW는 지면 광고를 공개했다. 내용은 ‘2006 남아프리카 공화국 올해의 차를 시상한 아우디에게 축하 인사를 보냅니다’. 얼핏 보면 경쟁사의 성과를 축하해 주는 훈훈한 내용이다. 하지만 아래에 ‘2006 세계 올해의 차 수상자로부터’라는 도발성 문구를 더했다. BMW 3시리즈(E90)가 주인공이었다.

아우디도 가만있지 않았다. A6 광고로 BMW에게 화답했다. ‘2006년 올해의 자동차 수상한 BMW 축하합니다. 6년 연속 르망 24시 내구레이스 우승한 아우디로부터’라는 문구로 BMW에게 복수했다. 모터스포츠 실적을 앞세워 반격한 셈이다.

아우디는 2000년, V8 3.6L 가솔린 터보 엔진 얹은 R8 프로토타입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01~2002년에는 포디엄을 모두 석권하며 내구성과 주행 성능을 입증했다. 2006년엔 V12 5.5L 디젤 트윈터보 엔진이 들어간 R10 TDI로 우승했다. 이후 2014년까지 대부분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르망 24시 무대를 장악했다. 반면 BMW는 1999년 르망 24시 우승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②BMW vs 아우디 싸움에 참전한 스바루

같은 시기, 스바루는 임프레자를 앞세운 광고로 BMW와 아우디의 싸움에 끼어들었다. ‘뷰티 대회에서 우승한 BMW, 아우디 수고 많았습니다. 2006 세계 올해의 엔진 수상자로부터’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올해의 차’는 그저 미인 대회일 뿐. 자동차는 ‘엔진’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③BMW vs 메르세데스-벤츠

BMW의 도발 상대는 아우디뿐만이 아니었다. 4세대 5시리즈(E39)의 지면 광고를 보면, 메르세데스-다임러 트럭이 5시리즈 7대를 싣고 달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광고 문구는 ‘메르세데스는 운전의 즐거움을 배달할 수 있다(A Mercedes can also bring driving pleasure)’. 메르세데스-벤츠는 BMW의 차를 탁송하는 이동 수단에 불과하다며 은근히 ‘디스’ 했다.

④재규어 vs BMW


재규어와 BMW의 광고 전쟁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9년, 재규어는 XFR 지면 광고를 공개했다. ‘최근에 M5를 사셨다고요? 걱정 마세요. 신은 아직 패배자를 사랑하니까요(Bought an M5 Recently? Don’t worry. God still loves losers)’라는 문구로 BMW를 도발했다. V8 5.0L 가솔린 수퍼차저 510마력 엔진 얹은 XFR의 성능을 어필하려는 재규어의 의도를 알 수 있다.

한 방 맞은 BMW는 E60 5시리즈와 재규어 XJ가 마주보고 있는 지면 광고를 게재했다. 자세히 보면 재규어 보닛 장식이 반대편으로 돌아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시리즈를 본 재규어가 도망가는 모습을 엠블럼을 통해 재치 있게 연출했다. 눈매를 한껏 추켜 올린 5시리즈와 달리 두 눈 동그랗게 뜬 XJ의 앞모습도 눈에 띈다.


국산차도 비교 광고하던 시절이 있었다?


⑤현대자동차 vs 대우자동차

자동차 비교 광고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1990년 2월, 현대차는 스쿠프를 선보였다. ‘이제 스쿠프를 능가하려면 날개를 달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문구를 앞세워 스포티한 면모를 강조했다. 3개월 뒤, 대우는 르망 임팩트를 출시했다. 2.0L 가솔린 120마력 엔진을 얹은 르망의 고성능 버전이다. 대우차는 ‘르망이 날개를 달았다’는 슬로건으로 90마력 스쿠프에게 대응했다.

두 회사의 ‘디스전’은 IMF로 경제가 어려웠던 1990년대 후반에 절정을 찍었다. 시작은 대우차였다. ‘같은 800㏄라면 어떤 차를 타시겠습니까?’라는 제목으로 현대차에게 도발했다. 아토스(498만 원)보다 저렴한 티코의 시작 가격(299만 원)을 어필했다. 이후 마티즈가 등장하면서 두 회사는 실린더 개수, 출력에 대한 비교 광고를 내보냈다. 현대차는 아토스의 4기통 엔진, 대우차는 아토스보다 높은 마티즈의 출력을 무기 삼았다.

현대차와 대우차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1998년, 현대차는 아반떼 린번을 선보였다. 직렬 4기통 1.5L 가솔린 엔진과 희박연소(Leanburn) 시스템을 더한 모델이다. 최고출력과 복합연비는 각각 95마력, 16.9㎞/L. 광고 문구는 ‘한 번 기름 넣고 서울-부산 왕복’이었다. 하지만 낮은 출력과 공인 연비와 큰 차이 나는 실연비로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같은 시기, 대우차는 누비라2를 출시했다. 직렬 4기통 1.5L 가솔린 파워노믹스(Powernomics)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07마력을 냈다. 공인 복합연비는 16㎞/L. 아반떼보다 강한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지면 광고에 ‘서울↔부산, 누비라2로 힘차게 왕복할 텐가? 아, 반대(아반떼)로 힘없이 왕복할 텐가?’라는 문구를 적었다. 힘없는 아반떼와 달리 누비라2는 넉넉한 출력과 연비 모두 양립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어필했다.

참고로 현대차와 대우차는 각 차종의 광고가 비방적이라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두 회사의 광고 전쟁도 그제야 막을 내렸다.

쌍용차의 경우 2011년, 코란도 C 광고로 이목을 끌었다. 동급 최초로 2열 리클라이닝 기능이 들어간 점을 어필했다. 동시에 ‘스포티한 R씨’, ‘섹시한 ix씨’라며 기아 스포티지 R과 현대 투싼 ix를 직접적으로 저격했다. 광고의 영향을 받은 탓일까? 투싼과 스포티지는 부분변경을 치르면서 2열 리클라이닝 시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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