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가 대세인 요즘 자동차 시장에서도 기아 K9은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2025년형 K9의 변화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겉모습은 그대로, 속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연식변경 모델답게 외관 디자인에는 큰 손을 대지 않았지만, 실내 편의성과 고급감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뒷좌석 시트벨트 버클 조명이다. 모든 트림에 적용된 이 작은 디테일은 야간 탑승 시 편의성을 크게 높인다. 작은 변화 같지만 프리미엄 세단에 꼭 필요한 배려다.

최상위 마스터즈 트림의 업그레이드는 더욱 인상적이다. 앞 좌석 전동식 헤드레스트를 비롯해 동승석 메모리시트, 동승석 이지 억세스, 동승석 에르고 모션시트, 동승석 에어셀 타입 허리지지대, 동승석 시트백 볼스터 전동조절장치까지 추가됐다. 이는 단순한 옵션 추가가 아니라 '앉아서 느끼는 고급감'을 완전히 새로 정의한 것이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3.8 가솔린 플래티넘 5,871만 원부터 3.3 가솔린 터보 베스트 셀렉션 8,582만 원까지다. 작년 모델 대비 28만 원에서 132만 원 오른 가격이지만, 추가된 편의사양을 고려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향상됐다고 봐야 한다.

K9의 진짜 매력은 공간에서 나온다. 전장 5,140mm, 전폭 1,915mm의 당당한 체격은 경쟁 모델인 제네시스 G80(전장 5,005mm)을 135mm나 앞선다. 3,105mm의 긴 축거가 만들어내는 뒷좌석 레그룸은 국내 프리미엄 세단 중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뒷좌석에 앉으면 다리를 쭉 뻗어도 여유가 넘친다.

파워트레인은 검증된 기존 엔진을 그대로 유지했다. 3.8 자연흡기 엔진은 315마력과 40.5 kgm의 토크를, 3.3 터보 엔진은 370마력과 52 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K9의 본질은 폭발적인 가속력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우아한 주행감각에 있다.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과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K9만의 특별한 기술이다. 노면 상태를 미리 감지해 변속과 서스펜션을 준비하는 이 시스템은 고속도로에서 마치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사한다.

K9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정숙성이다. 이중 접합 유리와 철저한 방음 처리로 외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한다. 실제로 시속 100km로 달려도 대화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다. 이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베스트 셀렉션 트림에 추가된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 운전석 전동 익스텐션 시트, 운전석 전동 볼스터는 운전자 중심의 편의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장거리 운전에서 피로감을 확실히 줄여준다.

2025년형 K9은 화려함보다는 본질에 충실한 모델이다. 세단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진정한 럭셔리를 추구하는 고객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특히 뒷좌석 중심의 쇼퍼드리븐 고객이라면 K9만큼 실속 있는 선택이 드물다.

기아가 K9을 통해 보여주는 럭셔리 철학은 명확하다. 요란하지 않지만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플래그십 세단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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