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도 이랬더라면… ‘無사고’ 광화문 응원서 돋보인 인파 대책
4년 만에 광화문광장에서 다시 열린 월드컵 축구 우루과이전 거리 응원이 무사히 끝났다. 그 가운데 응원단 ‘붉은악마’와 서울시, 경찰 등이 광장을 철제 펜스로 구획을 나누고 체계적으로 인파를 유도한 안전 설계가 돋보였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열린 광화문 거리 응원 중 서울시에 접수된 안전사고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응원전에 2만6000명에 달하는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산했지만, 다행히 모든 시민이 별 탈 없이 귀가할 수 있었다.
이번 월드컵 응원이 기존과 달랐던 것은 철제 펜스 구획이었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때는 광화문광장 전체를 하나로 묶어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있었지만, 이번엔 광화문광장 내 응원 구역을 5개로 나누고 각각을 펜스로 둘러싸서 인파를 분산시켰다. 이때 1500여개가 넘는 펜스가 쓰였다고 한다.
각 구역 내에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안전 요원들은 펜스를 막아 더 이상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구역마다 인구 밀도는 1㎡당 2명을 넘지 않도록 유지했다.
구역을 세세하게 나눈 것은 안전 요원끼리 소통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각 구역에는 1~5번 숫자를 붙였고, 같은 구역 내에서도 세부적인 위치마다 숫자를 붙였다. 예를 들어 안전 요원이 무전기로 “1-1 구역에 사람이 많아 차단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다른 요원이 빠르게 알아듣고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 않았던 기존 월드컵 응원전에서는 “세종대왕상 앞에 사고 발생” 식으로 두루뭉실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응원 구역 사이 통행로도 양 옆이 펜스로 막혀 있기 때문에 3~4m 폭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또 통행로 안쪽에 일부 시민이 대형화면을 쳐다보다가 걷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멈춰설 경우에는 안전 요원들이 “멈추시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통행로가 인파로 가득 차 좁아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안전 계획은 주최 측인 붉은악마가 처음에 종로구에 제출했던 안전관리계획이 한 차례 반려되자 추가로 보완한 것이라고 한다. 응원전 당일 오전에도 통행로 확보 계획을 두고 붉은악마와 서울시, 경찰 등이 논의하며 계속 조정을 했다고 한다.
5개 구역이 다 찬 다음에는 광장 동편의 세종대로를 활용해 응원 공간을 늘렸다. 광화문광장에 인파를 1만 1000명까지 수용한 다음에는 경찰이 펜스를 옮겨서 세종대로에 1~2개 차로씩 순차적으로 차량 통행을 막고 그쪽으로 사람들을 보낸다는 계획이었다.
응원 당일 오후 8시쯤 광장 내 인파가 많이 늘자 경찰은 동쪽 펜스를 도로 쪽으로 옮겨 추가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장내 아나운서와 안전 요원들도 “차도 쪽을 넓히고 있으니 차도 쪽으로 이동해서 자리 잡아달라”고 시민들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도로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피자·떡꼬치 등 간식거리를 펼쳐놓고 응원하던 이사빈(27)씨는 “이쪽에 앉을 공간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넓은 자리가 있었다”며 “사람들이 많이 몰린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여유로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축구 경기가 시작한 오후 10시쯤에는 광장 서편 공터에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경찰이 통제하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양방향으로 사람이 지나다니던 서편 통행로도 광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만 가능하도록 일방통행으로 바꿨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 계획에서는 광장에 사람이 많아지면 광장 동편 도로를 넓혀서 사람들을 보내기로 했다”며 “넓힐 공간이 없는 광장 서쪽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막은 것”고 설명했다.
또 경기가 끝난 다음엔 장내 아나운서와 안전 요원들이 광화문역과 가까운 응원 구역에 있던 사람들이 먼저 빠져나가도록 하고, 그다음에 다른 응원 구역도 순차적으로 귀가하도록 했다. 귀가길에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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