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의 겨울이 유독 씁쓸했던 이유에는 김범수의 이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불펜에서 가장 믿을 만한 좌완 필승조였던 김범수가 기아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팬들의 불만이 들끓기 시작한 겁니다.
지난 시즌 김범수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평균자책점 2.25, 48이닝 무피홈런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KBO 전체를 통틀어 최소 45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유일하게 홈런을 단 한 개도 맞지 않은 투수였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마운드를 지킨 마지막 방패였던 셈이죠.
돈 때문인가, 의지의 부족인가

강백호 영입에 100억 원, 노시환에게 연봉 10억 원. 구단은 큰 금액을 쏟아붓는 데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범수에게는 3년 20억이라는 비교적 소박한 조건조차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FA 시장에서 고작 20억 원이면 잡을 수도 있었는데, 왜 그마저도 아꼈느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프런트는 샐러리캡 부담, 전년도 들쭉날쭉했던 김범수의 커리어 등을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팬들의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바로 '타이밍'이 문제였습니다.
우승을 노릴 기회에 흔들린 마운드

2025시즌 한화는 오랜만에 챔피언 경쟁권에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규시즌 2위, 강백호 영입으로 전력 보강, 수비와 타선 구멍까지 일부 메운 상황. 그런데 정작 불펜의 핵심이었던 김범수를 놓쳤다는 사실은 스스로 발등을 찬 선택에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승혁의 이적도 있었던 만큼, 좌완 필승조 두 명이 한꺼번에 이탈한 셈입니다. 프런트는 다양한 대체 자원을 언급합니다. 정우주, 엄상백, 황준서, 조동욱 등 가능성 있는 카드들이 대기 중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곧 확실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마운드의 믿음은 어디에 있을까

불펜 투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시즌 중반 흔들리는 마운드를 바라보며, 팬들이 '그때 왜 잡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특히 지난해 고속 성장한 마운드가 있었기에 한화는 돌풍의 주인공이 되었고, 그 안정감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겨울의 과제였습니다.
한화는 현재 마운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과 같은 성적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입증된 전력의 유지가 중요했음은 자명합니다. 김범수의 이탈은 단순한 전력 손실이 아닌, 한 시즌의 계획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