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이직이 답'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에서는 오히려 근속연수가 늘어나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직원들의 근속기간이 빠르게 증가하며 이 같은 추세를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중 80곳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평균 근속연수는 14.03년으로 2020년(13.55년)보다 0.48년 증가했다.
이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상반되는 결과입니다.

여성 근속연수 상승이 이끄는 변화
주목할 만한 점은 여성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2020년 11.38년에서 2024년 12.94년으로 1.56년이나 늘었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기간 남성은 14.29년에서 14.41년으로 0.12년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로 인해 남녀 간 근속연수 격차는 2.91년에서 1.47년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여성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강화하고, 육아휴직 제도가 정착되면서 경력 단절을 예방하는 효과가 나타난 결과로 해석됩니다.
또한 여성 리더십 육성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성 직원들의 장기 근속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근속연수 최고 기업은 '기아'
기업별로는 기아가 평균 21.80년으로 가장 긴 근속연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KT(20.50년), SK인천석유화학(20.00년), 한국씨티은행(18.84년), SK에너지(18.68년) 순이였습니다.
이들 기업은 안정적인 기업 문화와 경쟁력 있는 복지 제도, 그리고 성장 가능성이 결합되어 직원들의 장기 근속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반면 두산밥캣(3.20년), 미래에셋캐피탈(4.20년), HD현대중공업(4.30년) 등은 상대적으로 짧은 근속연수를 보였습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2019년 분할 설립을 기준으로 공시돼 수치가 낮게 나타났습니다.

근속연수 급증 기업, 무엇이 달랐나
SK네트웍스는 2020년 9.05년에서 2024년 13.92년으로 무려 4.87년이나 근속연수가 증가했습니다.
이는 100대 기업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HD현대중공업(3.40년 증가), 이마트(3.20년 증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3.00년 증가) 등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들 기업은 직원 만족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를 구축해 직원들의 이탈을 줄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 환경에서도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며 직원들의 신뢰를 얻은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18.80년에서 15.80년으로 3.00년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SK에너지(2.31년 감소), 고려아연(2.17년 감소), 한화생명(1.70년 감소) 등도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평생직장의 조건, 무엇이 바뀌고 있나
이처럼 일부 기업들에서 근속연수가 증가하는 현상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단순히 안정적인 고용만으로는 인재를 유지할 수 없는 시대에, 성장 기회와 일의 의미, 그리고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직원들의 장기 근속을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의 확산과 맞물려, 향후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척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