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김건희' 옮겨간 특검 무게감…'특별감찰관' 전선 어떻게?
韓 꺼내든 '특별감찰관'…與내 '권한 싸움'으로 번지며 내분 계속
'韓에만 좋을 수 있는' 특별감찰관 이슈에 내심 불편한 민주
"동문서답 가깝다" 평가절하하며 "그때 생각하면 될 문제" 선 그어
더불어민주당이 우선 추진 특검(특별검사)법의 무게중심을 해병대 채 상병 특검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특별감찰관' 등을 둘러싼 여당 내부의 자중지란(自中之亂)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주목된다.
최근 명태균씨 관련 논란에 국민의힘 내부가 계파 갈등에 빠지면서 김 여사 특검에 힘을 실을 공간이 생겼지만, 특검 세부 내용을 두고 적극적으로 협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물타기'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채 상병'에서 '김건희' 특검으로 우선순위 변화…'국정조사' 진행하며 불씨는 남겨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채 상병 특검법을 1순위로 추진하던 민주당은 최근 우선순위를 김건희 특검으로 옮기고 있다. 전날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채 상병 특검이 여러 차례 막혔기 때문에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고, 해병대원 문제는 국정조사 추진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다"며 "이미 국정조사 추진안을 제출한 바 있고, 추진을 위해 11월에 (김건희 특검과) 함께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이 정권 균열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의혹과 함께, 특검에 찬성하는 압도적 국민 여론 등으로 인해 여당 내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뒤 재의표결에서 3번이나 부결되면서 여권 이탈표 증가 등 추가동력을 얻기 어려워진 데다, 동일한 과정 반복으로 인한 피로감이 쌓이면서 다른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채 상병 사건을 국정조사에 부칠 경우, 특검과 같은 강제수사권은 없지만, 국회의장의 결정에 따라 빠르게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경우 민주당 입장에서는 채 상병 사건의 진상규명을 고리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불씨를 남겨둘 수 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검을 추진하고는 싶지만 재의표결의 동력이 붙지 않고 있다"며 "특검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순직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국정조사 추진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더해 최근 명태균씨 사건으로 국민의힘 내부가 자중지란에 빠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김 여사 문제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경우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을 위한 추가 동력을 실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韓 '특별감찰관' 카드에 與내 혼란 커졌지만…민주, '자칫 韓만 득볼라' 우려에 속내는 '불편'
하지만 한 대표가 '윤-한 회동'에서 '특별감찰관' 카드를 꺼내든 것이 변수가 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당 대표인 한 대표와 원내대표인 추경호 원내대표의 권한 범위를 둘러싼 계파 간 싸움 등 여권 내 갈등이 커진 점은 다소 호재(好材)로 판단되지만, 특별감찰관 논의 자체는 달갑지 않은 이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거리를 두며 팔짱을 끼고 지켜보면서도 내심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전날 추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은 국회 추천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국회 운영과 관련된 원내 사안"이라고 말한데 대해, 한 대표는 하루 뒤인 이날 "당 대표가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며 "원내든 원외든 총괄하는 임무를 당 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하지 않고 있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특별감찰관 추천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은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들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조건부 수용이 아닌 특별감찰관 자체만으로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국정감사가 끝난 뒤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민주당은 특별감찰관이 실현될 경우, 이 제도를 통해 대통령실 내의 문제를 어느 정도 자정(自淨)하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김건희 특검의 동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특별감찰관을 관철시킨 것이 민주당이 아니라,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맞서면서 이뤄낸 성과라는 평가가 내려질 경우, 한 대표에게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만큼, 내심 이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특별감찰관은 동문서답에 가깝다"며 "김건희 특검은 특별감찰관으로 대체될 수 있는 의제도 아니고, 수위도 아니다"고 한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특검 추진을 위한 관련 세부 내용 협상만으로도 여야 간 '줄다리기'가 펼쳐질 텐데, 사실상 특검과 무관한 이슈에 가까운 특별감찰관 논의는 일종의 '물타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특히 11월 중순에 이재명 대표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오면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고, 이를 대비해 이 대표를 옹호하기 위한 여론 결집에 당력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동훈발' 특별감찰관은 민주당에게 탐탁찮은 이슈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여당에서 제의가 오면 그 때 생각하면 될 문제"라며 "사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생기면서 특별감찰관은 사실상 유명무실화됐고, 강제조사 권한도 없다. 오히려 공수처 검사 연임을 대통령이 재가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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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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