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세계 곳곳 전쟁인데 무슨 잔치”…기자회견 안 한다

강현석 기자 2024. 10. 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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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전쟁 치열해 주검 실려 나가는데 잔치 하겠느냐’”고 말해
- 아버지 한승원 작가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 작가가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에서 기자들과 만나 딸의 노벨상 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이 수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소설가(85)는 11일 “딸이 (세계 곳곳에서)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전했다.

한승원 작가는 이날 오전 자신의 집필실이 있는 전남 장흥군 안앙면 해산토굴 앞 정자에서 딸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해 소감을 밝혔다. 그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당혹감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즐겁다고 말할 수도 없고, 기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딸에게)창비, 문학동네, 문지 셋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출판사에서 장소를 마련해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더니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더라”고 전했다.

이어 “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말했다.

한 작가는 어제저녁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수상 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는 이 기자에게 “무슨 소리냐, 당신 혹시 가짜뉴스에 속아서 전화한 것 아니냐”고 말하며 반신반의했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늙은 작가나 늙은 시인을 선택하더라. 우리 딸은 몇 년 뒤에야 타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며 “어제도 (발표 일정을) 깜빡 잊고 자려고 자리에 들었다가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
- 아버지 한승원 작가
2005년 한강의 이상문학상 수상 당시 한승원 작가(왼쪽)와 한강 작가 경향신문 자료사진(문학사상사 제공).

한 작가는 딸의 작품을 추켜세웠다. 한강 작가의 등단작인 <붉은 닻>은 제목과 첫 문장부터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그리고, <소년이 온다>는 시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고 <작별하지 않는다>도 환상적인 리얼리즘 분위기로 끌고 간다고 평가했다.

한 작가는 “심사위원들이 아름다운 문장이라든지, 아름다운 세계를 포착했기 때문에 한 세대 위가 아닌 후세대(젊은 작가)에 상을 줬다”며 “그러니까 우리 강이한테 상을 준 것은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사고를 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작가는 어린 시절 딸에 대한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딸한테 방 하나를 따로 줬는데 한참 소설을 쓰다가 밖에 나와보면 딸이 안 보였다”며 “이 방, 저 방 다녀서 찾고 그랬는데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공상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작가 한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한 작가는 고민 끝에 이렇게 말했다.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

장흥이 고향인 한 작가는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등을 펴냈다. 1997년 장흥에 집필실 ‘해산토굴’을 짓고 작품 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들 부녀는 이상문학상과 김동리문학상을 2대에 걸쳐 수상하기도 했다. 김성 장흥군수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부녀 작가 기념관, 한승원·한강 작가의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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