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캐가 아닐 수도 있다는 펀쿨섹좌 근황

이 영상을 보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정치인 펀쿨섹좌의 탄생 순간인데 수많은 짤과 밈을 탄생시키며 이상하다못해 조롱받는 정치인으로 각인된 이 사람이 차기 일본 총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응??)

유튜브 댓글로 “펀쿨섹좌가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대통령제인 우리와 달리 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일본에서 집권 자민당의 총재는 곧 차기 총리를 의미하는데 NHK방송이 실시한 차기 총리 여론조사에서 펀쿨섹좌 그러니까 고이즈미 신지로는 23%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함께 2강 구도를 만들고 있다. 자민당 지지층으로 가면 격차가 29%대 27%로 더 좁혀진다.

과거 펀쿨섹좌의 어록을 떠올려보면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단순 인기를 넘어 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이유가 뭘까.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가
①과거와 달리 파벌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고, ②변해야 산다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세종연구소 이면우 수석연구위원]
자민당이 체질을 개선해야 된다는 그런 요구긴 한데 세대교체론 비슷하게 자민당 내에서 전개되는 게 또 한가지 젊은 세대로 바꿔야 한다는 게 자민당 내에선 복잡할지 모르지만 여론적인 측면이 있는 게 특징이지 않을까 싶네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자진 사퇴하기 전 자민당은 주요 파벌들이 정치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구태정치의 상징이 된 ‘파벌 탈피’가 주요 변수로 떠오른 상황. 고이즈미 신지로는 ‘무파벌’ 인사로 분류돼 파벌 탈피 구도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아소 다로파를 제외하고 파벌이 해체됐다고는 하지만 정계의 거물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는 있는데 그럼에도 파벌 보스의 영향력이 강했다면 후보가 여러 명이 동시에 나오기가 어려운데 현재는 거론되는 후보만 10명 안팎이라는 사실 자체가 과거와 다른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신지로는 2000년대 초 일본 총리였던 이 사람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둘째 아들이다. 세습정치가 고착화된 일본의 정치 금수저란 얘긴데 신지로 본인도 아버지 후광뿐 아니라 5선 의원에 컬럼비아대 석사, 미국 싱크탱크의 연구원 출신이다. 아내 역시 유명 아나운서 출신이고 본인도 준수한 외모로 인지도가 높다.

이런 배경 덕분에 펀쿨섹좌로 수많은 어록을 탄생시키기 전까지만 해도 차세대 일본의 리더로 주목받았다. 그래서 일각에선 뭔소리를 하는건지 알 수 없는 신지로의 펀쿨섹좌 화법은 사실 자민당의 최대 파벌 아베파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컨셉이며 흥선대원군이 안동 김씨의 견제를 피하기위해 그랬던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본격적으로 선거에 뛰어든 이후 최근 그의 발언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했는데 예를들어 “총리가 되면 망신 당하지 않을지 걱정”이라는 독한 질문에도 여유롭게 이렇게 “부족한 게 많은 건 사실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 라고 대답하는 모습은 너무 낯설어서 사실 똑똑한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둘째, 이번 선거가 변화를 바라는 밑바닥 정서와 세대교체 요구가 강하다는 게 신지로에겐 또 유리한 측면이다. 뭔가 알 수 없는 우주의 기운이 몰리고 있다는 건데 1981년생인 신지로는 40대 초반의 나이로 세대교체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니까 신지로의 유명 어록에도 불구하고 현재 선거의 구도 자체가 그에게 유리하다는 것.

특히 최근 치러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는 유명 정치인들의 경쟁에서 히로시마현의 시장 출신 제3의 후보가 2등을 차지해 큰 화제를 모았다.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가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거다.

[세종연구소 이면우 수석연구위원]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경제는 일류인데 일본 정치는 삼류다 이런 식으로 얘길 했고 그걸 서포트하는 제3지역의 시민단체 지식인들이 엄청 서포트해줘서 2등을 했어요. 일본 사람들이 자민당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욕구가 있다는 건 확연히 드러났거든요”

여론조사에서 고이즈미 신지로와 2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60대 후반인데 현재 총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되지만 당내에서 인망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전체 표 중에서 비중이 큰 의원 표 확보에 불리한 처지다. 원칙주의자 캐릭터로 의원들과 결속력이 약하고 과거 자민당 내에서 아베 전 총리 등과 갈등이 있었다는 부분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후보들이 많은 가운데 누가 절대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는 사람이 없으면 결선투표가 진행되는데 여기서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신지로의 경우 향후 TV토론 등에서 밑천이 드러날 것이란 얘기도 많은데 그가 펀쿨섹한 어록이 아니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대로 놀라운 일이 될 거 같다.

고이즈미 신지로를 포함해 누가 총재가 되든 우리 입장에서 향후 대외관계에서 일본의 정책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걸로 보인다. 신지로 역시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독도 문제 등에 대해 일본 우익의 입장을 대변해왔기 때문. 특히 그는 일본 헌법 개정과 자위대 설치 근거 명시 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종연구소 이면우 수석연구위원]
일본은 구조적으로 셋팅이 돼 있죠. 리더십이 뭔가 바꿀 수 있는건 크지 않는 나라였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