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모니터] 피플바이오, 경영권 이동 부른 '360억'…AI 기반 사업 리셋

/사진 제공=피플바이오,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피플바이오가 3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을 동시에 추진하며 사실상 '자본 리셋'에 나섰다. 자본잠식에 가까운 재무 상태가 패키지 딜을 불러온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는 이번 딜을 두고 기존 진단 사업 중심 구조를 재편하려는 전략적 자금조달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조달된 자금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디지털헬스케어 전환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전망이다.

패키지 딜, 지배·자본 재편 흐름 노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플바이오는 전날 유상증자, CB 발행, 강남권 부동산 양수, 경영권 변경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동시에 이사회 결의를 진행했다. 공시에는 총 360억원 규모의 조달 금액과 함께 신주 발행 수량, CB 조건, 부동산 취득가액 등이 일괄 기재됐다. 이사회 재편과 대표이사 유임 여부도 같은 날 공시돼 절차가 병렬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체형 구조의 결의였다는 점에서 회사가 복합 조치로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의 핵심으로 지배구조와 사업 구조를 동시에 전환하는 '자본 재편'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증, CB, 부동산 취득이 별개로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트랜잭션으로 설계된 구조는 회사가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달 수단이 주식, 사채, 자산 취득으로 다변화된 것도 특정 목적 사업 확대에 맞춰 재무구조를 일괄적으로 재설계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시장이 이번 딜을 '리셋'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이 같은 조합형 구조에서 나온다.

이번 패키지 딜은 기존 주주 중심의 체제를 사실상 종료시키는 효과를 낳는다고 여겨진다. 경영권 이동 가능성을 전제로 설계된 구조라는 점에서다. 영구CB는 전환 시 42.8%의 지분을 형성할 수 있는 규모로 발행된다. 이는 신규 투자자가 이사회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부동산 취득과 동시에 이사회 구성 변경이 함께 이뤄진 것도 경영권 재편을 사후가 아니라 '딜의 일부'로 포함시켰다는 점을 의미한다. 공시에서 대표이사 유임을 명시한 것도 지배구조 변화를 단계적으로 전개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딜을 단순 현금 보강 이상의 '전략적 자본 재배치'로 본다. 복수의 조달 수단과 자산 취득이 결합된 구조에는 회사가 재무·지배구조 체제를 한 번에 재정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자본구조를 재설계하는 방식은 향후 사업계획을 뒷받침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이번 조달을 유증을 넘어선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적자 고착 심화, 자본잠식 위기 현실화

이번 패키지 딜의 배경으로는 독자 생존이 어려운 재무구조가 지목된다. 수년간 매출 정체와 적자 고착이 중복돼왔기 때문이다. 사업 확장이나 비용 효율화 없이 기존 구조를 유지할 경우 장기 생존 가능성이 낮아지는 흐름이 뚜렷했다. 실제로 3분기 매출은 2022년 16억원에서 2025년 12억원으로 뒷걸음질쳤고, 영업손실은 5년 내내 20억~34억원 사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10억~42억원을 오가며 누적됐다.

비용 구조는 매출 대비 과도하게 부풀어 수익성 회복 가능성을 차단했다. 올 3분기 판매관리비율은 △2023년 352.4% △2024년 358.3% △2025년 222.9%로 정상범위를 크게 상회했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R&D)비 역시 매출 대비 60~400%에 달해 비용 항목만으로도 매출총이익을 초과하는 구조가 반복됐다. 매출총이익률은 2024년 9.4%까지 하락하는 등 수익 기초 체력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자본잠식도 진행되면서 내부 자본만으로는 회생이 어려운 상태로 떨어졌다. 자본총계는 2023년 말 2억7000만원에서 2025년 3분기 말 17억4000만원으로 늘었으나, 자본금 대비 80~95%의 잠식률이 지속되는 구간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결손금은 386억원에서 847억원까지 확대됐고, 부채비율은 2023년 9940.7%까지 치솟는 등 재무 안전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업계는 이 같은 구조에서 잉여현금창출을 통한 자본잠식의 해소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진단한다.

현금 유동성도 외부 조달 없이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평가에 힘을 싣는 이유였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1년 322억원에서 2025년 6억원까지 감소하며 사실상 고갈 상태에 놓였다. 유동비율도 2986.2%에서 70.3%로 급락해 단기 의무 이행 역량이 심각하게 약화됐다. 순차입금이 -314억원에서 -4000만원으로 줄어든 흐름 또한 가용현금의 소진을 의미한다.

신규 사업축 정립, 디지털헬스 사업 방점

시장은 이번 조달이 신규 사업축 정립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패키지 딜은 피플바이오가 기존 혈액 기반 치매 진단 중심의 단일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달된 자금이 데이터센터 구축과 디지털헬스케어 기능 확장에 배정된 만큼, 회사가 진단 기술 기반 기업에서 데이터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의 이동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특히 부동산 취득을 인프라 확충의 일부로 포함시킨 점은 장기 사업구조를 전제로 한 전략적 투자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조달한 자금이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과 기술 사업화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 구축이 물리적으로 완료되더라도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모델을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파트너 네트워크와 의료 데이터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이오 진단 기술과 디지털헬스 서비스의 통합 과정에서도 규제 검증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는 조달 자금의 투입 속도와 사업화 전략의 정합성이 향후 실적 개선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플바이오는 재무 정상화와 사업 재편을 병행하며 경영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대표는 주주서한에서 '기존 치매·뇌건강 바이오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원칙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및 의료데이터 사업을 신규 파트너와 공동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사회 개편을 통해 사업별 추진 체계를 분리·강화하고, '3년 책임경영'으로써 알츠온 플랫폼 확산 및 조기진단 포털 구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는 "주주님들께서 부동산 현물로 영구CB를 발행하는 데 우려가 있으신 줄 안다"면서도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현 추세에서 강남 소재의 AI 데이터센터 부지는 회사의 실질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대표이사로서 재무상태 악화로 인한 관리종목 및 상장폐지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며 "창업자로서 새로운 파트너를 맞이해 제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는 것을 책임지는 자세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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