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평 구축 빌라를 '이렇게' 넓게 쓴다고?! 말도 안 되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남편 그리고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헬씨밀이라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저희 가족의 집은 제 극단적 취향으로 가득 찬 공간입니다. 화장실 바닥에 한 마루 시공이나 문 없이 지내고 있는 부분 등,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들로 인해 불편해 보일 수 있는 요소도 큰 어려움 없이 즐겁게 감수하며 지내고 있어요.
여러분의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이렇게 지내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집들이를 시작하겠습니다!
집 정보
| 빌라 16평
| 내추럴, 빈티지, 레트로 스타일
| 올 리모델링
| 목공, 주방&욕실 구조 변경, 단열, 창호, 도배, 마루, 바닥 보일러 라인 등 시공
| 3000만 원대 소요
인테리어를 하며
| BEFORE
처음 만났던 집은 90년대생, 그 시절 빌라 그 자체였어요. 도배장판 외에는 지어진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창호 주변으로는 단열이 안되어 결로 문제도 있었고, 평수에 비해 안방만 크고 주방 및 다른 방들이 아주 협소해서 공간 구성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 상주 공간을 넓게, 나머지는 좁게
저희 집은 16평 3룸으로 아주 작은 편이에요. 그래서 여백이나 버려지는 공간을 없애고 최대한 꽉꽉 채워서 활용하려고 했는데요. 동시에 개방감이 있었으면 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도면을 다시 보여드릴게요.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저희 부부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에요. 큰 방인 작업실과 거실로, 두 공간이 집 전체에서 약 50%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공간은 생활엔 꼭 필요하지만 오래 머물지 않는 공간들을 압축해두었습니다. (*물론 침실에 머무는 시간도 긴 시간이긴 하지만 깨어있지는 않으니까요!)
생활하다 보면 평수에 비해 큰 답답함을 못 느끼는데요. 그 이유는 모든 공간에 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주하는 공간을 넓게 구성했기 때문이 큰 것 같아요. 당연히 좁은 세탁실이나 협소한 주방을 이용할 땐 좁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저희는 커피를 마시며 휴식하는 시간과 책상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에 다른 공간의 협소함은 감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협소함이 주는 불편함은 단순합니다. '게을러질 여유 공간이 없다는 것' 재활용 쓰레기 쌓아두지 않고 바로 배출하기, 택배 도착하면 바로 정리하기, 현관에는 각자 신발을 1개씩만 꺼내두기, 생활용품이나 식자재는 조금씩 자주 장보기 등등.. 늘 울면서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노하우가 작은 집에 살면서 점점 쌓여가네요.
| 문, 없어도 괜찮을까?
저희는 이 쓰리룸 집을 처음부터 원룸이라고 생각했어요. 16평 집을 방이 3개가 아닌 1개라고 여기면 굉장히 넓잖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화장실과 방에 딸린 미니 창고를 제외하고는 문을 달지 않았어요. 혼자 살면서 문을 다 떼고 지내보기도 했고, 부부와 고양이들만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죠. 결과적으로 프라이버시 문제는 전혀 없고 동선 간 문을 여닫는 행위도 없어지니 너무 편해요.
하지만 아뿔싸! 이런 쾌적한 개방감을 뛰어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남편의 코골이였어요. 3년 정도는 어떻게 잘 버티다가 결국 2년 전에 남편 침실에 문을 달았습니다. 미닫이문이라 잘 때를 제외하고는 늘 열어두고 지내요. 여러분, 코골이 식구가 있다면 그곳은 문이 필수입니다.
공간 둘러보기
| 오랜 시간을 머무는 거실
그럼 본격적으로 집을 보여드릴게요. 저희는 집에 다이닝 공간이 없는 대신 거실에서 식사도 하고, 커피타임도 가지고, 간단한 노트북 작업도 해요. 그래서 소파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낮게 제작한 테이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소파도 일부러 탄탄한 시트로 변경해서 구매했어요. 소파에서 무언가를 오래 한다면 푹푹 꺼지지 않는 단단한 제품을 추천드립니다.
거실 곳곳에는 함께 사는 검정고양이를 닮은 아기자기한 소품이 놓여 있어요. 고양이가 그 옆을 지날 때마다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모릅니다.
| 거실의 확장, 부부의 작업실
다음으로 소개해 드릴 곳은 확장된 거실처럼 사용하고 있는 작업방입니다. 저희 부부의 생활 반경은 단순해요. 거실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거나 TV를 보곤 하니까요. 또 보통 때에는 한 명이 거실에서 무언갈 하고 있다면 한 명은 작업방의 소파에서 쉬거나 컴퓨터 작업을 합니다. 공간이 뚫려있기 때문에 서로 뭘 하는지 잘 알고 따로 있지만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작업실 테이블은 기성 테이블로는 작아서 1800*900으로 사이즈업 주문 제작했어요. 사이좋게 한쪽은 남편 공간, 한쪽은 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남편의 옷장도 작업실에 있습니다. 겨우 두 칸짜리 옷장 1개이지만 도저히 제 옷과 함께 둘 공간이 없더라고요. 제 옷을 더 줄여서 드레스룸을 합친다면 인테리어가 좀 더 완벽해질 것 같아요. 참고로 제 드레스룸은 침실 옆에 붙어 있습니다.
| 작지만 최적의 동선을 가진 주방
저는 간단한 조리는 하지만 요리에는 큰 뜻이 없어요. 그래서 도면에서도 보이듯 주방에는 최소한의 공간만 할애했습니다. 더 작은 평수의 집에서 지낼 때보다도 주방이 더 작을 정도로요.
효율적인 동선을 위해 ㄷ자 주방을 만들며 벽 쪽에 있던 싱크볼은 가운데로 옮겨주었어요. 또 바깥에서 주방 살림이 너무 잘 보이지 않도록 낮은 가벽을 설치했습니다. 또 수납공간은 하부장만 'ㄷ' 자로 짜 넣었는데요. 상부장까지 하면 공간이 너무 답답할 것 같아 키친랙만 설치하고 자주 사용하는 그릇, 소형 냄비, 팬을 수납했습니다.
저희 집 주방에는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어요. 대신 몸만 돌리면 싱크대, 조리대, 인덕션이 바로 손에 닿도록 동선을 최적화하였습니다. 현실적인 사진도 함께 남깁니다. 덩치가 좀 있는 남편이 주방에 들어간 모습이에요. 넓이가 체감되실까요?
| 가벽으로 나뉜 개인방 A(침실/드레스룸)
거실에서 바라본 제 방 입구입니다. 제 방은 가벽을 사이에 두고, 드레스룸과 침실이 붙어 있는 형태로 되어 있어요. 다시 말해 드레스룸을 지나 커튼을 걷으면 침실이 보이는 구조입니다.
드레스룸엔 옷장 4칸과 행거, 슬림형 수납함이 전부입니다. 자주 입는 옷은 행거에, 나머지 옷은 옷장에 모두 넣어두고 있어요.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옷을 많이 버렸는데도, 옷을 워낙 좋아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이 넘치려고 하더라고요. 종종 한 번씩 입지 않는 옷을 처분했는데, 어느 순간엔 치마를 하나 사면 치마 하나를 나눔 하는 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정말 심사숙고해서 옷을 사게 됩니다. 몇 년이고 입을 수 있는지를 따지고 무난한 디자인의 질 좋은 옷을 찾는 식으로요. 다들 공감하시겠죠?
여긴 안쪽의 침실입니다. 슈퍼 싱글 침대와 캣타워 하나로 꽉 차는 아늑한 공간이에요. 침실엔 돌출된 창이 있어서 고양이들이 창가에 앉아 광합성을 합니다. 저도 그럴 때는 쿠션에 기대어 햇볕을 받으며 멍을 때리곤 해요.
| 결국 문을 달게 된 개인방 B
이 방은 남편의 침실입니다. 처음엔 문이 없었지만 결국 남편의 코골이는 문을 설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방문 없는 집 타이틀을 내려놓게 되었죠. 그래도 남편 침실은 제 침실보다 여유가 있어서 서랍장도 두었어요. 그 안에는 두루마리 휴지, 디바이스 설명서나 공구처럼 자주 찾지 않지만 버릴 수 없는 물건을 수납했습니다.
| 마룻바닥을 시공한 건식 화장실
다음으로 보여드릴 곳은 이번 리모델링 중 가장 만족스러운 공간, 건식 화장실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젖은 욕실화를 신는 것을 괴로워했습니다. 욕실화가 문지방과 문 사이에 껴서 발끝으로 신발 찾아 삼만 리 하는 것도요. 그래서 이사 오기 전까지는 습식 화장실을 건식으로 쓰면서 맨발로 지내곤 했는데 타일 바닥이 참 차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번에 화장실을 수리하면서 거실과 동일한 마루로 바닥을 마감하고 세면대는 욕실 밖으로 꺼내주었어요. 덕분에 이제는 한겨울에도 맨발로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