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 아이오닉5 N '650마력 끝판왕, 디테일도 잡았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N이 기아 EV6 GT 보다 1년 늦게 출시한 이유가 명백해졌다. 기존 가장 빠르다는 EV6 GT 역시 580마력의 국내 최강 출력을 자랑했다. 동일한 수준의 파워를 내려면 2억~3억원 수준의 수입차로 가야 한다.

그런데 현대차는 여기다 엔진차 못지 않은 운전의 재미를 더한 아이오닉5 N을 선보였다. 파워면에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밀릴 것 없는 650마력의 전기차 N 버전을 내놓은 것이다. 아이오닉5의 둥글둥글 생김새는 고성능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무려 650마력의 괴물 스펙이다. 게다가 미디어 시승행사 날은 비까지 내리는, 고성능 차에겐 분명 악조건이었다.

첫인상은 기존 아이오닉5와 유사한 느낌이지만 디테일이 많이 달랐다. 전장이 길어진 것뿐만 아니라 디자인 곳곳에 레이싱카의 느낌이 많이 부여됐다. 앞 범퍼도 아이오닉5보다 낮고, 넓다. 휀더와 이어지는 부분에서 바람을 가르는 엣지도 설치 됐다.

그릴 부분도 빨간색 포인트와 함께 공기의 길을 연상시키는 줄이 그어져 있다. 디자인 하나 하나에 공기저항과 주행을 위한 기술이 적용된 디자인 설계다.

BMW M처럼 고성능 차량 특유의 광폭 휀더도 차량을 더욱 역동적으로 보이게 한다. 사이드미러도 다르다. 아이오닉5는 디지털 사이드미러로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강조했다면, N은 일반 거울이 달려있다. 트랙, 고속주행을 염두에 둔 만큼 전자식 장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말의 오류조차 제거하기 위해서다.

옆면에서 보면 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21인치 대구경 단조 알로이 N 전용 휠은 단단하면서도 역동성을 강조한다. 후면은 기존과 많이 다르다. 우선 일반 모델에 없던 와이퍼가 장착됐고, 뒷범퍼 아래엔 와류를 없애주는 디퓨저가 큼지막하게 위치했다. 트렁크 도어 중앙의 빨간 포인트는 전면부와 대칭을 이루고, 눈길을 빼앗는 N뱃지는 고성능을 상징한다.

탑승을 하면 완전히 달라진 실내가 외관 보다 월등히 스포츠 감성을 선사한다. 릴렉스한 면을 강조하던 시트 대신 스포츠 세미 버킷 시트인 'N전용 버킷시트'가 운전자를 긴장시킨다.

N전용 버킷시트는 레이싱카에 장착되는 풀버킷 시트가 아니지만, 헤드레스트와 일체형으로 제작돼 안전성을 높였다. 옆구리를 탄탄하게 지지해주고, 시트 바닥 각도도 좋다. 등받이와 바닥이 비끄러운 가죽이 아닌 스웨이드 재질로 제작돼 역동적인 주행에서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게 도와준다.

그럼에도 열선과 통풍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한여름과 겨울에도 시원하고 따뜻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통상 다른 스포츠 버전에선 불가능 했던 운전자 편의를 제대로 바로 잡았다.

스티어링 휠은 본격 경주차급이다. 스티어링 휠 상단에는 드라이브 모드와  NGB(N 그린 부스트) 버튼이 달렸고, 하단에는 N커스텀 모드와 N e-쉬프트 버튼이 자리했다. N커스텀 모드버튼을 누르면 단번에 N모드 괴물로 변신을 시작한다. 에코, 노말, 스포츠의 일반 주행모드와는 완전히 다른 트랙이나 고속주행에 특화된 기능이다.

디테일은 더 있다. N e-쉬프트 버튼은 전기차를 내연기관차처럼 만들어준다. 단순히 배기음과 엔진음을 넣어주는 것을 넘어 차량의 주행 자체를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것처럼 바꿔줘 내연기관 차의 향수를 불러온다. RPM과 기어 단수가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표시돼 수동 레이싱카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기어 변속은 스티어링 휠 뒷편에 달린 패들시프트로 조절까지 가능해 통상 프로 드라이버들이 즐기는 엔진 브레이크는 물론 변속 충격을 부드럽게 만드는 스킬까지 가능하게 했다.

손 보다 빨라야 하는 눈은 더 시원해졌다. 12.3인치 계기반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이 와이드 디스플레이로 펼쳐져 지금 운전 상태를 직관적으로 확인하며 조작할 수 있다.

고속주행과 트랙 주행에 필요한 정보만 표기해 주는 센스를 발휘하고, N 모드로 바뀌었을 땐 차량 세팅 하나 하나를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정할 수 있어 기대 이상의 디테일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힘은 넘쳐 주마가편을 거듭하는 수준이다. 가속페달을 밟기 무섭게 치고 나가다가 한번 더 치고 나가길 무한 반복하는 기분이랄까. 기본적으로 609마력이 주는 충격도 놀라운데, NGB 버튼을 누르면 숨겨뒀던 새로운 파워로 몸을 아예 시트 속으로 파묻어 버리는 느낌이다.

제로백을 측정하는 직선 구간에서는 수 억원을 홋가하는 수입 수퍼카를 능가한다. 마치 유럽 스포츠카라기 보다 미국 머슬카를 떠올리게 하는 묵직한 느낌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다. 2톤이 넘는 몸무게가 몸놀림에 방해가 된다기 보다 안정된 감성을 전달하도록 세팅한 것.

코너링 역시 충격의 연속이었다. N페달 기능을 활용하면 헤어핀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오버·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 않는다. 마치 차량과 원 중심이 하나의 단단한 철봉으로 연결돼 원심력을 무시한다고나 할까.

여기엔 회생제동 기능에 장착된 모터의 활용성이 상상을 넘은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단순히 전력을 충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급코너시 차량 밑바닥부터 루프까지 단단하게 잡아주며 돌려버린다.

나머지 기능인 N디스트리뷰션은 재미적 요소를 더하는 데 일조한다. 기본적으로 4륜구동으로 세팅된 차량인데, 구동력을 전륜과 후륜을 오가며 파워를 설정할 수 있다. 비오는 조건에서도 자신있게 차를 던질 수 있던 짐카나와 서킷에서 후륜에 구동력을 100% 보내 세팅했더니 이 녀석은 완전히 다른 느낌의 운전 재미를 선사했다.

사륜구동이 안정성이 중심이었다면, 후륜구동으로 바꾸자 펀드라이빙 감성이 화끈했던 변신의 제왕이다. 특히 서킷에서 고속으로 코너를 빠져나갈 땐 오버스티어 현상이 나타나면서 뒤가 살짝살짝 밀리면서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게 할 수도 있었다. 이는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진면목이다.

한술 더 떠 드리프트도 과감히 시도할 수 있었다. 아이오닉5 N의 형제 차량인 EV6 GT의 경우 단순히 구동력을 후륜에 배분해주는 드리프트 모드였다면, 아이오닉5 N은 구동력 배분과 함께 N리젠 시스템으로 멋진 드리프트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아이오닉5 N 기본 가격은 7600만원이다. 옵션을 추가하더라도 8000만원 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유례없는 성능에 높은 가성비로 글로벌 메이커들을 바짝 긴장시킬 것이 분명해 보이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