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비상문 자동개폐장치 없는 노후 아파트...화재 사각지대
매년 도내 아파트에서 화재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노후 아파트의 옥상에 비상문 자동개폐장치가 없어 화재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상 비상문 자동개폐장치는 화재 발생 시 화재감지기 등 소방시설과 연동돼 자동으로 개방되는 장치지만, 노후 아파트는 대부분 잠겨 있고 폐쇄돼 있어 주민들의 대피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21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도내 아파트 화재 건수는 총 564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125건, 2020년 132건, 2021년 111건, 2022년 81건, 2023년 115건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2016년 2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아파트 옥상 비상문에는 자동개폐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법 개정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들은 설치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2022년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가 선별적으로 조사한 아파트 옥상 비상문 자동개폐장치 설치 현황에도 도내 1천269곳의 아파트 중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가 803곳(63.2%)으로 파악돼 화재 피해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본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이곳 아파트는 지난 1995년에 준공된 노후 아파트로, 각 동 모든 옥상 비상문에 자동개폐장치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옥상 비상문 옆에는 ‘화재시에만 사용하세요’의 문구가 적혀 있는 열쇠보관함과 이용 방법의 내용이 담긴 안내문만이 부착돼 있었다. 비상문은 굳게 잠겨 있어 열쇠를 사용하지 않으면 문을 열 수 없었다. 화재 발생 시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찾은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다른 아파트의 상황은 달랐다. 지난 2020년에 준공된 이곳 아파트의 모든 옥상 비상문에는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된 모습을 볼 수 있어 화재 발생 시 대피에 수월해 보였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옥상 비상문을 여는 키의 위치를 알아도 시민들은 대부분 패닉 상태에 빠져 찾지 못하게 되며, 유독가스가 계단까지 확산될 경우 시야가 가려져 문을 여는 게 쉽지 않아 자동개폐장치 설치가 필요하다”며 “일부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스프링클러 설비 설치 비용에 비해 자동개폐장치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아파트 자체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자동개폐장치에 대해 홍보·계도 활동을 실시해 설치를 장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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