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4 울트라에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보인다

서영민 2024. 3. 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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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대표 스마트폰은 중저가?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2023년 기준) 그 스마트폰 가운데 잘 팔리는 모델은 중저가폰이다.

세계 Top10 모델에 이름을 올린 모델, 전체 8위, 삼성 제품 중 1위는 A14 5G다. 인도에서 2023년 판매 1위를 한 모델이다.


9위와 10위인 A04e와 A14 4G.

모두 5G가 아닌 LTE모델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이 두 전화가 브라질, 인도, 멕시코 ,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주도해 순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검색해보니 A04e의 온라인 직구가격은 10만원대다. 삼성은 이같은 중저가 모델로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관부가세를 내지 않고 직구할 수 있다.

반면 1~7위를 차지한 애플은 10만원 대 전화를 팔지 않는다. 순위에 오른 모든 모델이 갤럭시S시리즈와 가격이 비슷한 고가 모델, 프리미엄 모델이다.

더 눈여겨볼 점은 아이폰 최신제품 15 시리즈의 위치다. 지난해 4분기에 출시됐으니 단 1분기, 석 달 정도 팔았는데 삼성의 모든 모델을 제치고 5,6,7위를 차지했다.

■ 프리미엄 폰, 갤럭시 S는 어디에?

연간 단위에선 찾을 수 없는 삼성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S시리즈, 반년 단위로 순위를 매기면 찾을 수 있다. 1분기에 출시되는 S 시리즈, 신제품 효과를 누리는 상반기에는 Top10에 잡힌다.


포브스가 인용한 옴디아의 자료를 보면 S 울트라 모델의 판매량이 지난해와 2022년 상반기, 모두 6위에 올랐다. 각각 960만 대와 980만 대가 팔렸다. 프리미엄 모델 가운데 가운데 최고 사양, 플래그십 모델인 울트라가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다.

물론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아래다. 같은 기간, 아이폰의 플래그십 모델인 '프로맥스' 판매량은 울트라의 2배가 넘는다.(2023년 2,650만대, 2022년 2,300만대) 울트라보다 4~5달 먼저 출시된, 그래서 상대적으로 신제품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모델인데도 그렇다.

■ 왜 이렇게 됐을까?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2013년을 끄집어낸다.

"2013년 상반기로 기억합니다. 당시 갤럭시 S4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점유율이 떨어집니다. 그러자 삼성이 모델을 여러 개 더 내놓습니다. 라인업을 다양화합니다. 그렇게 전체 시장 점유율은 지킵니다."

점유율을 중시한 이유는 삼성이 '제조에 강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부품 표준화와 제조 자동화를 통해 높은 제조 경쟁력을 갖췄다. 이 제조 강점은 많이 만들어야 발휘된다. 그래서 점유율이 떨어지면 모델을 늘려서 그 점유율을 지키려 한 건데, 문제는 수익성이다.

"모델이 다양해지면 프리미엄 모델 점유율이 떨어집니다. 또 모델이 늘어나면 그만큼 마케팅 비용 등 여러 비용이 늘어나죠. 결과는 이익률 하락이죠. 스마트폰 사업부의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지난해 점유율 1위마저 애플에 뺏겼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반도체 오디세이> 저자)은 스마트폰 시장 정체를 말한다.

"2016년, 14~5억 대가 팔리던 스마트폰 판매대수가 지난해에는 10억대 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스마트폰의 기능에 큰 변화가 없다 보니까, 중저가폰의 교체가 잘 안 됩니다. 소비자들은 프리미엄폰만 새로 삽니다. 새로 중저가폰을 사느니 3년 전에 나온 아이폰을 쓰겠다, 해서 중고폰 시장이 굉장히 커졌죠. 3억 대 정도가 중고 시장으로 흡수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게 (플래그십에서 약한) 삼성이 애플에 비해서는 조금 불리한 상황입니다."


진짜 위기가 왔다. 스마트폰 사업이 정체기를 지나 위기 단계로 들어간다.

올해부터는 점유율과 수익성을 둘 다 높여야 한다. 줄어드는 신제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려면 프리미엄 모델, 플래그십 모델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게 박 대표의 말이다.

"삼성전자의 핵심 역량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제조 역량을 확보한 뒤, 빠르게 시장에 접근해서 장악하는 것입니다. 다시 기술적 역량으로 그 장악력을 확보해야하죠.

최고 제품의 성능이 중요합니다. 즉, 갤럭시S24 울트라의 성과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어떻게보면 올해는 S24 울트라의 성과가 전체 점유율보다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울트라에는 적의 심장을 달았다

갤럭시S24 시리즈는 AI 기능을 핵심으로 내세운다.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도 동시통역에 가까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미지에 원을 그리면 바로 검색이 된다.

언팩 행사에서 삼성은 특히 울트라의 성능을 강조했다. CPU와 NPU와 GPU가 모두 최고라고 했다. 모두 물리적으로는 AP(Application Processor) 하나에 다 들어가 있다.


KBS는 울트라를 물리적으로 분해해서 이 AP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유튜버 <복구천재 꼬마신발>의 도움으로 제품을 분해하고, 메인보드에서 방열판을 떼어낸다. 물리적인 AP 위에는 메모리가 붙어있다. 네모난 LPDDR이다. 이 메모리는 300도 이상의 열을 가해야만 떨어진다.


손톱만한 크기의 AP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아무런 상표가 없다. 글자도 보이지 않는다. 놀랍게도 '꼬마신발' 님은 뭔가가 보인단다. 글자가 있는데 너무 작아서 안보인다는 것. 현미경으로 보면 일반인들도 확인이 가능하다. 그래서 전자현미경을 동원했다.


SM8650 이라고 써있다. 이게 퀄컴이 만든 스냅드래곤8 3세대 모델의 제품명이다. 퀄컴 최신 모델인데 문제는 이 칩을 제조한 곳, 즉 파운드리사다.

타이완 반도체 제조기업, TSMC다. 그러니까 삼성이 파운드리에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상대가 제조한 칩이다.

■두 가지 질문

1. 왜 삼성은 적의 제품을?
2. 왜 퀄컴은 TSMC를?

1. 왜 삼성은 자체 AP제조 능력이 있는데 TSMC가 만든 칩을 썼을까? S24 일반 모델까지는 자체칩(엑시노스2400)을 썼는데, 울트라는 TSMC가 만든 칩을 썼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자체 칩보다 스냅드래곤 3세대가 더 좋은 칩이니까.

삼성 스마트폰 사업은 위기다. 플래그십 모델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한다. 가장 좋은 스마트폰은 정말 가장 좋은 것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자체 엑시노스보다 스냅드래곤이 더 좋은 AP다. 이걸 TSMC가 만들었다고 안 쓸 수는 없다.

즉, 적의 칩이든 뭐든 쓸 수 밖에 없으니까 삼성은 쓴다.


2. 퀄컴은 왜 TSMC에서 만들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혈압이 조금 오를 수 있다. 사실 퀄컴은 삼성과 10년 이상의 파트너십으로 맺어진 관계다. 어떤 사람들은 '퀄컴을 삼성이 키웠다'고도 한다. 지금도 일부 파운드리는 삼성에서 한다. 2년 전까지는 스냅드래곤(1세대 모델) 파운드리도 삼성에서 했다.

즉, 2년전 퀄컴은 최고 칩 파운드리를 삼성에서 TSMC로 옮긴 것이다! 이유는 GOS 파동이다. 당시 삼성이 만든 퀄컴의 스냅드래곤(1세대)이 발열이 심했다. 칩에서 발열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성능의 본질을 해칠 수 있는 문제다.

삼성은 고사양 게임을 돌리면 그 발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 GOS라는 성능 제한 프로그램을 강제로 작동시켰다. 말 그대로 성능을 제한하니 유저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삼성 파운드리 제조 공정과 수율에 문제가 있었다는 논란이 커졌다. 삼성은 공식 사과를 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고)
[연관 기사] ‘삼성의 기술 우위는 끝나버렸다’ GOS 사태의 본질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1232308?type=journalists

바로 이 일을 겪고 퀄컴은 TSMC로 파운드리를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 입장에서는 삼성에 맡기면 리스크가 너무 커지니까. 한번 세게 당해봤으니까"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즉, 삼성은 파운드리에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고객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신뢰를 상실했다. 그래서 고객을 잃었다.

■ 갤럭시S24 울트라에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보인다.

그러므로 갤럭시 S24 울트라는 삼성에겐 하나의 상징일 수 밖에 없다.

우선은 스마트폰에서 애플에 현격한 격차로 뒤진다. 이제 프리미엄 시장에서 존재감 있는 폰은 아이폰 뿐이다. 갤럭시S 시리즈는 존재감을 상실해가고 있다. 그래서 울트라는 스마트폰 사업 위기를 상징한다.

또 갤럭시 S24는 파운드리에서 기술적 한계에 봉착한 삼성의 모습도 비춘다. 삼성은 퀄컴 최신칩의 파운드리를 자신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뺏겼다. 그것도 넘어서야 할 상대 TSMC에게 뺏겼다. 분한 일이다.

그런데 파운드리를 뺏긴 이 칩, 플래그십인 S24 울트라에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이 칩을 사용하지 않고 AI 기능에서 최고 성능인 스마트폰을 만들 방법이 삼성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모순적인 상황이지만 '적의 칩이라도 최고의 성능이라면 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갤럭시S24 울트라에는
-스마트폰 주도권을 잃고,
-파운드리 주도권의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논리칩설계(LSI)에서는 헤매고 있는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보인다.

☞시사기획창 "삼성, 잃어버린 10년" 유튜브 다시보기
https://youtu.be/W-rzA6GXkwk?si=ZGxCc6_ipCLrv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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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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