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Go興’), 우주 향해 ‘우쭈쭈’…‘은하철도’ 꿈속 보다, ‘고속철도’ 현실 여행[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4. 12. 2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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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우주센터의 야경.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철이와 메델은 ‘은하철도999’를 타고 밤하늘을 향한다. 그들의 편도 여행은 이상향을 향한 모험이다. 우리의 여행도 이와 닮았다. 지친 몸을 기차에 싣는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여행이 철이의 그것에 판박이는 아니다. 돌아오지 않는 이별 여행이 아니라 일상 회복을 위한 왕복 여행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돌아오는 그 길 웃음 충만할 기대가 가득하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사진제공|고흥우주천문과학관


이를 위해 은하철도 대신 코레일의 고속철도를 탄다. 은하철도는 꿈을 그리고, 고속철도는 현실을 마주한다. 나루호를 만날 고흥 여행이기에 더욱 그렇다. 철이가 마주한 불가해한 어둠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블랙홀과 같은 우주이지만, 우리가 마주한 블랙은 곱게 갈려 드립되면서 퍼지는 코끝을 채우는 커피 향이다. 메텔이 탄 기차의 노란 불빛은 온기를 담지 못했지만, 우리가 맛볼 향기로운 유자는 샛노란 달콤함으로 입맛을 다시게 한다.

기적을 울리며 기적을 바라는 은하철도를 뒤로하고, 편안히 기대며 현실의 기대를 채울 코레일 고속철도로 떠나는 즐거움~ Go 흥(興)!

맛·향·색의 먹방 삼합…유자&커피
-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어


고흥 유자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유자청. 사진|강석봉 기자


철이는 어둠 내린 예측불허 블랙홀 부지기수인 냉혹한 우주를 향하지만, 우리는 눈꽃 내린 겨울 일조량 차고 넘치는 한반도 서남단 고흥 여행에 나선다. 유자와 석류, 김, 굴 등 지역 특색을 가득 담은 식재료도 맛볼 수 있다.

고흥은 전국 유자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유자 생산 농가도 많다. 이중 고흥군 두원면에 있는 ‘고유한’ 유자 농가는 친환경 석류, 유자 전문 가공업체인 에덴식품에서 운영하는 관광농원이다. 이곳에서는 유자청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할수있다.

송재철 에덴식품영농조합 대표는 “우리 유자는 친환경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한다”고 말했다. 유자청에 첨가물을 넣지 않아 유통기한도 12개월로 짧다.

고흥 산티아고 커피 체험 농장. 사진|강석봉 기자


고흥 과역면은 높은 지대와 따뜻한 기후로 커피를 생산하기 좋은 입지를 갖췄다. 이 덕에 커피 거리가 있는 이곳에 있는 산티아고 커피 농장은 직접 재배한 원두로 향기로운 커피를 생산한다. 카페 뒤편 커피 농장에는 크리스털 마운틴, 옐로 버번 등 다양한 원두 품종이 자라고 있다.

산티아고 김철웅 대표는 원두로 만든 커피를 ‘K-커피’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을 했다. 고흥 커피로 뚝딱 만든 것이 아니라 7가지 재료와 농장에서 재배 중인 커피 원두를 접목해 독특한 향취를 풍기는 커피를 만들어 냈다.

지역을 대표하는 재료는 유자를 비롯해 라벤더·포도·딸기·유칼립투스·로즈메리·페퍼민트 등이다. 이를 생커피콩과 함께 넣고 무산소 상태에서 발효를 시켜 향을 살렸다. 더치 커피를 만들어 발효시키면 원액 속에 묻혀 있던 7가지 재료의 향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곳에서는 ‘나만의 드립백 커피’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고리타분 이론은 그만! 토성 고리 본 적 있니?
- 나로우주센터 우주 과학관과 천문대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사진제공|고흥우주천문과학관


고흥은 우리나라 우주 사업의 총화다. 누리호의 출발지가 고흥이다. ‘고~흉’하고 도움닫기로 솟아오른 누리호가, 우리의 시야를 우주로 넓혔다. 이를 세세히 살필 수 있는 곳은 나로주센터 우주과학관 내부 상설 전시실이다. 2개 층으로 이뤄진 이곳 1층은 우주의 기본 운동 원리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기본 원리존’과 로켓의 역사와 구조를 설명하는 ‘로켓존’이 있다. 2층에는 ‘인공위성존’과 ‘우주 탐사존’이 있다.

누리호 발사 사진.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흥에는 우주를 살필 수 있는 고흥우주천문과학관도 있다. 총 22대의 최첨단 관측 장비를 갖춰 밤하늘의 별을 자세히 필 수 있다. 주관측실 가운데를 차지한 망원경은 주경 지름만 800㎜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태양계 행성은 물론 먼 우주의 성운과 성단, 은하의 모습까지 관측할 수 있다.

누리호 모형.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보조 관측실에는 총 9개의 망원경이 마련되어 있다. 망원경마다 다른 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리를 옮겨 가며 태양계의 달과 별을 조망할 수 있다. 방문 시기에 따라 천문 과학관 하늘을 수놓는 별자리도 달라진다. 그중 겨울은 사계절 중 밝은 별을 가장 많이이 관측할 수 있는 최적기다. 토성의 고리도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사진제공|고흥우주천문과학관


천체 투영실에서는 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몰입감이 그만인 3D 천문과학 영상물이 상영된다. 천문 과학관 2층에 있는 야외 전망대에서는 낮에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밤에는 별이 내린 고흥의 야경이 펼쳐져 눈호강을 선사한다.

역사도 자연도, 고흥의 색깔을 입히니
- 래인보우교·분청문화박물관


우도 레인보우교. 사진|강석봉 기자


고흥에는 국내 최장 연륙 인도교인 ‘우도 레인보우교’가 있다. 2024년 4월 개통한 ‘신상’이다. 그 길이가 1.32㎞에 달한다. 이곳은 하루 2번 바닷길이 열려, 그 틈을 비집고 우도로 가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만 먹고 발길만 재촉하면 된다. 바닷물에 잠긴 노둣길과 레인보우교를 오가는 바닷바람이 여행객에게 인생샷 하나쯤은 선물하겠다고 꼬드긴다.

우도 레인보우교. 사진제공|코레일관광개발


레인보우교 아래 갯벌에는 칠게, 석화, 짱뚱어 등이 겨울 한기에도 바쁜 그들만의 일상에 정신이 없다. 우도 전망대까지는 약 25~30분이 걸린다. 이곳에서 다도해의 풍경을 보다 보면 입에 귀에 걸린다.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다리를 채색한 무지개색보다, 마음을 물들이는 오감의 흥취가 겨울 한기로 붉어진 낯빛을 무색게 한다.

고흥 분청문화박물관. 사진제공|코레일관광개발


고흥의 오늘과 내일은 이리저리 바쁜 발품이 필요하다. 이때 한 번쯤 발길을 쉬고 싶다면 고흥의 역사 속으로 차분히 발걸음을 옮겨보자.

청자와 백자 사이에서 그 간극을 메꾼 분청사기를 만난다. 운대리 가마터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분청사기는, 분청문화박물관에서 새로운 집을 분양받았다. 분청사기의 정식 명칭은 백토분장회청사기다. 보기 좋은 색을 내기 위해 백토를 갠 물에 담갔다 빼, 청색과 회색 사이에서 ‘신비로움’이라는 감동의 색을 담았다.

고흥 분청문화박물관 전시물. 사진|강석봉 기자


박물관 분청사기실에서는 7가지의 제작 기법을 소개하는 동시에 각각의 기법에 따라 만들어진 분청사기가 오와 열을 맞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에서 유를 만든 한국인에 대한 분청사기의 경외로운 열병식이다.

이외에도 박물관 내부에는 선사, 고대를 거쳐 발전한 고흥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역사문화실과 사려져 가는 우리 전통무형자산인 구비 문학에 대해 선보이는 설화문학실도 있다.

고흥 분청문화박물관 전시물. 사진|강석봉 기자


■ 우리 금단의 땅에 가보지 않으련~
“나로우주센터 어디까지 가봤니?”
코레일관광개발은 내년 1월 중 ‘고흥, 별빛 따라 떠나는 우주과학 여행’ 패키지 상품을 출시한다. 전남관광재단과 함께하는 이 패키지는 나루호가 우주를 넘듯 금단을 뛰어넘는 상품이다. 우주과학관을 제외하고는 평상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보안 시설이다.
나로우주센터의 부지는 550만 m². 축구장 700개의 크기다. 해안 절벽을 따라 발사대 시스템, 발사체 추적과 통제센터, 발사체 조립동 등 최첨단 시설이 숨어 있다. 그러나 한 달에 한 번 ‘고흥, 별빛 따라 떠나는 우주과학 여행 열차’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발사 통제동, 발사대 시스템, 발사체 보관동 등 보안 구역까지 견학할 수 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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