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지금 창업했다면 여기서 했을 거야 [ESC]

한겨레 2022. 9. 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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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임지선의 브랜드로 공간 읽기]브랜드로 공간읽기
공유오피스의 진화
위워크 디자이너클럽. 임지선 브랜드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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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지금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무엇을 먼저 하겠는가? 앉은자리에서 시작해 보자. 자, 노트북 켜고, 파일 창을 띄우고, 업무 전화를 몇 군데 해 보려는데 밖에선 설거지 소리가 들리고, 만나봐야 할 이들은 많은데 집으로 다 부를 순 없겠고. 이제 당신은 ‘아, 공간이 필요한데’ 하고 느낄 거다. 그런데, 어디서? 나만의 창의적인 공간에서 작고 소중한 브랜드를 키워가고 싶은데 이 공간을 구한다는 게 참 쉽지 않다. 권리금에 보증금 고민 끝 가격이 맞는 위치를 찾아 간신히 들어가면 책상부터 냉장고까지 골치 아프게 챙길 게 너무 많다. 이렇게 브랜드를 막 시작하는 이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차고에서 애플을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스타트업 브랜드들이 커 가는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 브랜드를 공간으로 읽어내 보자.

전문직들이 사랑하는 공간

국내 창업 생태계에 공유업무공간(코워킹 스페이스)이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서울 테헤란로에 디캠프가 개관한 이후부터다. 이후 글로벌 공유오피스 ‘위워크’가 국내에 진출하며 대 공유오피스 시대가 열렸다. 그 이후로 스파크플러스, 스테이지9, 마이워크스페이스 그리고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 등 국내외의 기업들이 앞다퉈서 국내에 진출하거나 자리를 잡으며 공유오피스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공유업무공간은 여러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발판이 돼줬다. 이제 스타트업을 생각하면 허름한 공간에서 헝그리 정신으로 일하는 이미지에서 큰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는, 스마트한 디지털 노마드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니까.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은 왜 자기 사무실을 갖지 않고 언젠간 떠나야 할 공유공간으로 가는지 의아해한다. 특히 기성의 관점으로는. 하지만 엠제트(MZ)세대는 월세 내는 오피스가 아닌 공유오피스로 출근한다. 대체 왜냐고? 수많은 공유업무공간 브랜드가 존재하는 요즘, 브랜드의 정체성이 공간에 듬뿍 묻어나는 공간정체성 위주로 공유업무공간을 읽어내 보자.

위워크는 많은 스타트업과 프리랜서들이 선호하는 곳이지만 특히 전문직 워커스에게 가장 사랑받는다. 위워크는 혁신과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기 위해 공간의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개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청담동에 자리잡은 위워크 디자이너클럽의 경우 명품 브랜드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가까운 특성에 집중해, 프라이빗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 펫 프렌들리(반려동물 친화형) 서비스, 이용이 간단한 포토 스튜디오를 제공해준다.

무신사 스튜디오는 국내 유일의 패션특화 코워킹 오피스다.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점은 패션업계 특성상 방문이 잦을 수밖에 없는 도소매 시장과 도보 5분 거리로 시장 근접성이 우수하다. 또한 촬영 스튜디오, 패턴실, 수선실 등 의류 스타트업이 필요한 ‘에이 투 제트’(A to Z)를 한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기에 패션 브랜드를 꾸려가는 이들에겐 매우 매력적인 공간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 문을 연 두번째 공간 한남점은 하이엔드 패션의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어 개성 있는 패션과 의류 스타트업 간 소통하며 더욱 다채로운 감각의 패션 브랜드를 탐구하기에 좋다. 그뿐만 아니라 이종 분야와의 접목과 교류를 중시하기에 신진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인사이트(통찰)를 얻을 수 있는 점이 특별하게 여겨진다.

내게 맞는 공간은 어디?

로컬스티치는 처음부터 창작자들의 지역적 교류를 우선순위로 두고 공유오피스를 개발하고 있다. 홍대, 가로수길, 시청 등 지역마다 존재하는 창작자들의 니즈(요구)와 특성에 맞게 공간을 위치시키고 개발하고 있다. 특히나 문화예술 분야 창작자들에게 다소 약할 수 있는 소통과 시야 확장을 위해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행사나 프로그램을 자주 유치한다. 로컬스티치 약수점을 보면 영화 종사자들이 가까운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작은 시사회가 가능한 시네마 공간을 마련하고 시청각 자극을 위해 영화, 영상 매거진을 가득 구비해 놨다.

스티브 잡스도 지금 창업을 시작했다면 차고가 아닌 공유업무공간을 검색했으리라. 수평적 관계에서 프리워커스(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찾는 주체적인 사람들)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유연하고 다양한 형태의 근무방식이 늘어나는 만큼 공유업무공간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젠 공유오피스마다 차별화된 브랜드 정체성이 필요해질 때. 공간은 많지만, 내게 맞는 공간은 하나일 테니까.

글·사진 임지선 브랜드디렉터

로컬스티치 약수. 임지선 브랜드디렉터
무신사 스튜디오 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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