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를 떠올리면 푸른 바다와 오름이 먼저 스쳐 지나가지만, 섬의 동쪽 깊숙한 곳에는 바다보다 더 오래된 시간이 흐르는 숲이 있다.
제주 비자림은 단순한 숲이 아니라, 천 년 세월을 견딘 고목이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자연 유산이다.
발을 내딛는 순간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며, 자연이 선사하는 가장 완벽한 치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숲

비자림은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55에 위치한 숲으로, 1993년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되었다. 약 44만 8천㎡(13만 5천 평)에 이르는 부지에 500~800년 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단일 수종의 거목이 이렇게 대규모로 자라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생태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고목이 만든 천 년의 그늘

숲에 들어서면 높이 7~14m, 가슴높이 직경이 50~110cm에 이르는 비자나무가 하늘을 가린다.
나뭇가지들이 얽혀 만든 자연의 지붕은 한여름에도 햇살을 부드럽게 걸러내 숲속을 연중 서늘하게 유지한다.
이 때문에 매년 70만 명 이상이 찾는 인기 생태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사려니숲길이 원시림의 매력이라면, 비자림은 인간과 공존해온 숲이 빚어낸 경이로움이 돋보인다.
피톤치드 가득한 산책로

비자나무는 목재로는 고급 가구, 열매는 구충제로 쓰일 만큼 유용하다. 하지만 여행자에게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숲 전체에 퍼진 피톤치드 향기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비자나무가 내뿜는 테르펜 성분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면역세포 활성을 높여 ‘자연 치유 효과’를 준다.
A코스(2.2km, 40분) : 평탄한 화산송이 흙길, 유모차·휠체어 이용 가능
B코스(약 1시간 20분) : 거친 돌길 포함, 원시림의 깊은 매력 체험 가능코스 중간에는 새천년 비자나무, 두 그루가 하나로 합쳐진 연리목 등 상징적인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여행 팁 & 방문 정보

- 운영 시간 : 매일 09:00 ~ 18:00 (입장 마감 17:00)
- 휴무일 : 연중무휴
- 입장료 : 성인 3,000원 / 청소년·어린이 1,500원 (단체 할인 가능)
- 편의 시설 : 무료 주차장,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화장실, 휠체어 무료 대여

제주 비자림은 단순한 숲길이 아니다. 수백 년 세월을 살아온 고목의 기운 속에서 걷는 순간, 마음의 짐이 사라지고 새로운 활력이 스며든다.
북적이는 해변과 카페 대신, 비자림의 서늘한 숲길에서 들이마시는 공기 한 모금은 그 어떤 여행보다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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