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지구 반대편에서 최애를 만날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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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덕후는 캐나다에서도 여전히 덕질 중.
나는 '대중음악 수호자'다.
팝송을 좋아하는 친구 덕분에 음악 편식을 고치고 캐나다 가수들의 콘서트를 다니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습관처럼 공연 예매 앱을 들락날락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하나하나 다운 받고 일일이 MP3에 넣어가며 취향을 만들어가던,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던 낭만의 시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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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월급을 가득 쏟아붓던
어느 덕후는 캐나다에서도 여전히 덕질 중.

아마 이건 운명일지도
나는 '대중음악 수호자'다. 어디서 공인해 준 자격은 아니고 그저 스스로 재미 삼아 일종의 칭호를 붙인 셈이다. 그 시점은 사회적 기준에서 취미가 고상하지 않으면 왠지 부끄럽게 느껴졌던 어린 시절을 졸업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귀가 점점 쇄국 정책을 펼치며 플레이리스트가 온통 케이팝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는데,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번역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와닿는 가사들이 좋아서랄까.
지극히 사적인 취향을 이토록 구구절절 읊는 이유는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꺼내 듣는 인생의 동반자 같은 노래들이 있어서다. '누가 뭐래도 나는 약하지 않다고' 한 소절에 주먹을 불끈 쥐고, '처음 온 길이라 넘어진 걸 어쩌라고' 한 마디에 소리 한 번 지르며 무릎을 툴툴 털고, '여행 가고 싶어 꿈을 꾸고 싶어 하늘을 보고 싶어'라는 가사에 삶의 쉼표 한 번 찍어 주고, '나의 세상은 너, 너의 세상은 나인 거야'라는 위로에 우리로서 온전한 어느 세상을 소망한다.

그리하여 내 마음의 방은 장르별 적층형 구조로 여러 최애의 가수를 겹겹이 쌓아 모시고 사는 중인데, 문제는 내가 라이브 공연은 무조건 다 가고야 마는 성미를 지녔다는 점이었다. 한 달간 같은 콘서트 최대 6회 관람 기록 보유자로서(물론 덕후 입장에서는 다 다른 공연이다), 토론토에서는 무슨 낙으로 사나 싶던 차에 이름만 알고 있던 한 아이돌 그룹이 집에서 10분 거리 공연장에 왔다. 오랜만에 보는 콘서트에 도파민이 팡팡 터졌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다이어리에 내가 좋아하는 한국 가수들을 줄줄이 적으며 주문을 걸었다. 토론토 와달라고.
놀랍게도 주문의 효과는 강력했다! 내가 좋아하는 한국 밴드가 첫 해외투어의 시작점으로 토론토를 선택한 것이다. '꿈인가? 말이 되나 이게?' 그동안의 치열한 티켓팅 경험을 떠올리며 다리를 달달 떨다 예매 버튼을 꾹 눌렀다. 한국에서는 '프로광탈러'인 내가 토론토에서는 예매의 신? 심지어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는 특별 패키지 구매에 성공했다. 매번 '이거 내국인 차별이야!' 부르짖던 해외 공연 전용 특전을 내가 받는 날이 오다니.
시간이 흘러 공연 당일, 소규모 인디밴드 공연장인 리스 펠리스(Lee's Palace)는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좋아하는 연예인 앞에서는 왜 이렇게 바보가 되는 건지. 사인회와 사진 촬영을 하면서 시뻘게진 얼굴로 와줘서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윽고 공연 시작, 스탠딩 앞번호를 받은 나는 무사히 최애 앞 세 번째 줄에 안착했다. 빵빵한 밴드 사운드에 맞춰 함께 뛰며 전율하던 그 날을 떠올리며 나는 아직도 베이스를 이렇게 정의한다.
"베이스 소리는 심장에서 뛰어."

그 시절 MP3 속 그 언니
특정한 순간은 타임머신을 위해 존재하기도 한다.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의 공연이 바로 그랬다. 팝송을 좋아하는 친구 덕분에 음악 편식을 고치고 캐나다 가수들의 콘서트를 다니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습관처럼 공연 예매 앱을 들락날락했다. 그녀의 공연을 보기로 한 건 매우 즉흥적인 선택이었다. '헤이! 헤이! 유! 유! 아 돈 라이크 유어 걸프렌드~' 공연 포스터를 보자마자 영어도 모르면서 한글 발음을 또박또박 노트에 써서 외웠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콘서트 전에 노래를 들으며 복습 겸 예습을 해볼까 고민하다 말았다. 20여 년의 대표곡을 모은 첫 베스트 앨범과 함께 진행하는 투어라니, 내 추억과 기억을 믿어보기로 했다.

추억여행은 콘서트장으로 가는 길부터 시작됐다. 스코샤뱅크 아레나(Scotiabank Arena) 주변은 이미 짙은 아이라인과 넥타이, 해골 무늬 스카프 등 20여 년 전 10대 여자아이들의 우상이자 아이콘이었던 그녀 특유의 스타일을 따라한 팬들로 가득했다. 마치 케이블 음악방송 채널에서 봤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같았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더더욱 세월이 느껴졌다. 그녀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을 법한 팬들부터,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 팬들까지 한 공간에 어우러지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고장 나 보내줄 수밖에 없었던 MP3에 담겨 있던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세월과 세대를 뛰어넘어 떼창을 하고 있자니 왠지 뭉클해졌다. 좋아하는 음악을 하나하나 다운 받고 일일이 MP3에 넣어가며 취향을 만들어가던,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던 낭만의 시대에 대하여. 초등학생 아이의 눈에 자유분방하고 멋있던 그녀는 여전히 넘치는 에너지로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을 것만 같았다. "고향인 온타리오에서 노래하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는 그녀의 소감을 들으며,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마주한 시간여행에 대해 생각한다. 시간은 어쩌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ditor's Note
지극히 주관적인 토론토 공연장 한 줄 평
콘서트, 뮤지컬,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며 직접 방문한 토론토의 공연장 6곳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

Scotiabank Arena
스코샤뱅크 아레나
"세계적인 팝스타를 비롯 유명한 가수들의 공연은 다 여기서"
토론토 랩터스(농구)와 메이플 리프스(아이스하키)의 홈구장이지만, 최대 1만 9,8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대형 실내 공연장으로도 변신한다.

Lee's Palace
리스 펠리스
"어디든 천국, 잘하면 최애의 땀방울까지 보이는 곳"
전통적인 한인타운인 크리스티(Christie) 인근에 위치, 약 600명까지 들어가는 소규모 록·인디밴드 라이브 공연장이다.

Meridian Arts Centre
메리디안 아트 센터
"개인적으로는 1층 뒷좌석보다는 2층 무대쪽 사이드석을 추천"
토론토 북쪽 노스욕 센터(North York Centre)에 위치한 복합 공연예술센터로, 콘서트·무용·연극까지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RBC Amphitheatre
RBC 원형 극장(구 Budweiser Stage)
"노을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기분 좋은 소풍"
온타리오 호수 근처에 자리한 약 1만 6,000명 규모의 대형 야외 공연장으로, 여름 날씨와 라이브 공연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Roy Thomson Hall
로이 톰슨 홀
"정통 오케스트라 공연장이라 문화생활 한다는 느낌 제대로"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Toronto Symphony Orchestra)의 홈공연장으로, 클래식 공연뿐 아니라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 때도 사용되는 콘서트홀이다.

Princess of Wales Theatre
프린세스 오브 웨일스 시어터
"토론토에서 대형 뮤지컬을 본다면 여기로"
약 2,000석 규모의 대표적인 뮤지컬 극장 중 하나로 '라이온킹, 레미제라블, 위키드' 등 굵직한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글·사진 이은지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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