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확성기 소음 재개될라…접경지 주민들 ‘불면의 밤’

1년여 이어진 ‘고막 테러’ 후유증
“요즘에도 수면제 먹어야 잠들어”
북측서 유실된 지뢰도 일상 위협
“관광객 줄어 지역경제에 찬바람”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지난 6일 마을 뒷산에 자리 잡은 고려천도공원에 오르자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졌다. 철책선 너머 북한 개풍군까지 거리는 불과 1.8㎞. 공원에 설치된 망원경을 들여다보니 산 위에 설치된 대형 확성기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마을은 겉보기에 평온했다. 하지만 주민들 표정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불안이 묻어났다. 북한 확성기에서 다시 굉음이 울려 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당산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박혜숙씨(77)는 “예전처럼 대남 확성기에서 쇠 긁는 소리와 귀신 곡소리 같은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이제는 여기서 못 살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이주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 41년째 거주 중인 유효숙씨(69)는 “북한 확성기 공포 때문에 아직도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며 “남북이 대화를 통해 서로 확성기를 켜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강화도 접경지역 주민들이 북한 확성기 소음에 시달렸던 것은 2024년 7월20일 윤석열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부터다. 북한도 이에 맞서 곡소리 등 불쾌한 기계음 등을 24시간 불규칙적으로 반복 송출했다. 밤낮없이 계속되는 소음에 아이들은 수면장애를 호소했고, 노인들은 심리적 불안에 시달렸다.
소음 피해는 고스란히 남았다. 강화군은 지난달 대남 확성기 피해 주민 3078명에게 총 17억6491만원을 지급했다. 소음 영향 조사 결과에 따라 70~80㏈인 2종 지역에 해당하는 송해면·강화읍 주민에게는 하루 3000원, 60~70㏈인 3종 지역 교동면·양사면 주민에게는 하루 2000원이 배정됐다. 1인당 평균 지급액은 57만원이다. 80㏈은 시끄러운 도로변이나 대형 트럭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 수준으로 청력 손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70㏈ 역시 시끄러운 사무실이나 청소기 소음에 해당한다. 주민들이 밤낮없이 감당해야 했던 소음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1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접경지역에 군사력 증강 배치와 대남 방송 재개를 예고하면서다. 경기 김포와 파주 주민들도 밤잠을 설치고 있다.
강화도를 둘러싼 불안은 확성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19일 볼음도 조개골해안에서 대인지뢰가 나오는 등 강화지역 해수욕장과 돈대, 해안가 낚시터 등에서 대인·목함 지뢰가 모두 21건 발견됐다. 강화도 곳곳에는 ‘지뢰 위험’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동막해수욕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관광객이 줄어드는데 지뢰까지 발견돼 지역경제에도 찬바람만 불고 있다”고 말했다.
강화군도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김학범 강화부군수는 “우선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비해 인천시에 소음 측정 장비 설치를 요청했고 강화군도 조만간 소음 측정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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