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스토리]정은화 전남광주 소방학교 구조교관 "한계를 깨본 사람이 한계 없는 소방관 키운다"
광주소방 최초 여성 인명구조사 ‘새 역사’
"첫째도 둘째도 안전"…현장 지킬 후배 양성

"남들의 시선이나 신체적 한계에 갇히기보다 끊임없는 훈련과 묵묵한 노력으로 저 자신을 증명하려 애써왔습니다."
제64주년 소방의 날(11월 9일)을 앞두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소방학교 교단에 선 정은화(40) 교관이 되새기는 말이다.
비선수 출신에 특수부대 경력도 없다. 소방관 체력 경쟁에서 흔히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조건을 하나도 갖추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치열한 훈련과 집념으로 전국 대회 1위와 전남광주소방 최초 타이틀을 연달아 써내며 전남광주소방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정 교관이 처음 주목받은 건 2023년이었다.
부산 해운대 LCT 랜드마크동에서 열린 전국소방공무원 계단오르기 대회에서 무거운 방화복을 입은 채 2천372계단을 완주해 방화복 여성 경쟁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듬해인 2024년에는 제9회 인명구조사 자격시험을 통과하며 광주소방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인명구조사로 기록됐다.

일선 현장을 거쳐 소방학교 교관으로 부임한 지금은 그 훈련 열정을 고스란히 교육생들에게 쏟아 붓고 있다.
교관은 현장 경험만으로 발령되는 자리가 아니다. 스스로 증명해온 훈련 성과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자리다.
정 교관은 신임 소방사 교육뿐 아니라 RIT(신속동료구조팀) 등 고도의 전문교육 과정까지 맡고 있다. 광주 대원과 전남 각지에서 현장 경험을 안고 찾아온 베테랑 대원들이 한 훈련장에 뒤섞인다.

교단에서만큼은 타협이 없다.
정 교관은 교육생들에게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함을 가장 먼저 경계하라고 강조한다. 소방 현장은 누군가의 생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훈련의 엄격함 이면에는 대원들의 생명이 최우선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정 교관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무조건 다치지 않고 살아 돌아와 현장을 누벼야 한다"고 했다. 혼자 뛰는 소방관이 아니라 동료와 소통하며 함께 생명을 지켜내는 소방관을 길러내는 것이 그의 교육 목표다.
정 교관은 "소방관이기에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었고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 하나로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단에서 만나는 대원들이 곧 대한민국 소방의 미래"라며 "다치지 않고 살아 돌아오는 소방관, 그 한 명 한 명을 길러내는 것으로 교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