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에 접근한 中 여성, 스파이 의혹 파문…AI 패권전쟁의 이면

채인택 국제저널리스트(동행미디어시대 논설위원) 2026. 11. 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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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난데없는 사건에 휘말렸다. 비즈니스로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앨리스 황이라는 중국 출신의 여성이 중국 정부의 스파이로 의심된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기관은 앨리스 황을 중국 정부의 '정보 자산'으로 파악한 뒤 감시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젠슨 황과 밀접하게 접촉하며 정보를 수집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AI 시대를 여는 고성능 그래픽 칩으로 세계적인 영향력과 부를 확보한 젠슨 황에게 서로 말이 통하는 중국 출신 앨리스 황이 접근한 것은 단순한 정보 수집 차원을 넘어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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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보 당국, 中 움직임 예의주시…첨단 칩 유출 가능성 조사
AI 굴기 나선 中, 기술 확보 총력전…한국에도 기술안보 경고등

(시사저널=채인택 국제저널리스트(동행미디어시대 논설위원))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난데없는 사건에 휘말렸다. 비즈니스로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앨리스 황이라는 중국 출신의 여성이 중국 정부의 스파이로 의심된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기사 작성에는 백악관 담당 2명과 무역·국제경제 담당, 타이베이 주재 글로벌 테크 담당, 엔비디아·구글·애플 등 테크 대기업과 AI 담당, 정보기관과 국제안보 담당 등 모두 6명의 기자가 동원됐다. 작심하고 취재한 기획기사라는 의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중국 정부 스파이로 의심받는 앨리스 황이 2024년 타이베이의 한 바에 나란히 앉아있다. ⓒ넷선더 링크트인 게시물 캡처

앨리스 황, 젠슨 황 상대 '미인계' 시도한 듯

NYT에 따르면 앨리스 황은 싱가포르 기반의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기업인 '메가스피드(Megaspeed)'의 임원이다. 과거 중국 관영 언론사와 투자펀드 허시캐피털 등 금융기관에서 일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앨리스 황을 중국 정부의 '정보 자산'으로 파악한 뒤 감시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젠슨 황과 밀접하게 접촉하며 정보를 수집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앨리스 황은 중국 이름이 황러(黃樂)인 중국 국적자다. 

흥미로운 것은 메가스피드가 벌이는 사업이다. NYT에 따르면, 메가스피드는 중국 서버 제조업체인 인스퍼의 미국 지사를 통해 엔비디아 칩을 구매해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이 센터의 컴퓨팅 파워, 즉 연산력을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에 임대하는 사업을 벌여왔다. 엔디비아의 칩이 아닌 그 칩을 이용한 전산시설이 생산한 연산 자원의 판매를 중개하는 중간 업체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자사 웹사이트에서 메가스피드를 클라우드 파트너사로 소개하고 있다. 인스퍼의 모회사는 중국 군부에 기술을 제공한 혐의로 워싱턴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 지사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미 정보 당국이 메가스피드에 주목한 이유는 이 회사가 대중(對中) 수출이 금지된 고성능 엔비디아 칩을 중국으로 밀반입하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24년부터 조사를 벌여왔으며 미 상무부의 현장 조사에서 이 회사가 구매한 장비 일부를 데이터센터에 설치하지 않고 포장된 그대로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황상 데이터센터에 설치한다고 구입한 뒤 중국으로 빼돌리는 과정에 있다가 발각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이후 미 당국은 앨리스 황에 대해 전자 감시를 진행하던 중 그가 한 미국 시민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그가 바로 젠슨 황이었다. 정보 당국은 2025년 5월 앨리스 황이 젠슨 황과 타이베이에서 함께 위스키가 포함된 비즈니스 만찬을 하는 사진 등을 확보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도 함께했다. 

미 정보 당국은 메가스피드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우회해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을 중국으로 불법 유출한 통로였을 가능성도 함께 조사해 왔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 측은 '젠슨 황과 앨리스 황의 만남은 CEO의 통상적인 고객 접견 및 업무 관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민감한 국가안보 관련 정보는 공유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근거 없는 모함과 비방"이라며 스파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사건의 정황상 앨리스 황은 젠슨 황을 상대로 '미인계'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젠슨 황은 9세 때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당시엔 아시아계가 거의 없는 남부 켄터키주 오네이다에서 살다 나중에 오리건주로 옮겼다. 결혼도 오리건대를 함께 다닌 백인 여성과 했다. 

젠슨 황은 호방한 성격에 술과 식도락을 즐긴다. 대만 타이베이에는 그의 사진이 걸린 단골집이 여럿 있다. 그만큼 자신이 나고 자란 대만이나 중화 분위기를 즐기고 그리워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젠슨 황에게 접근한 앨리스 황이 어쩌면 소울 메이트나 고향 후배 같은 역할을 하며 친분을 쌓았을 수도 있다. 앨리스 황의 진짜 정체는 몰랐지만 가까이 지냈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中, 중국인과 모든 중국계에 스파이 활동 요구 

이번 사건은 중국의 최근 정보공작과 관련한 다양한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은 국가보안법·데이터보안법·반간첩법 등 이른바 '보안 3법'으로 외국인과 진출 기업의 정보 수집과 해외 전송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중국계의 친중 정보 활동 협조를 의무화하고 있다. 모든 중국 국민은 물론 외국 국적을 보유한 중국 출신 또는 중국계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올해 7월1일 시행에 들어간 민족단결법이다. 조선족·티베트족·위구르족 등 55개 소수민족에게 중화민족이라는 '만들어진 민족 정체성'을 요구하면서, 모든 민족이 중국 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 벌이는 중국 분열 행위까지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족에 상관없이 중국공산당에 충성을 요구하고, 당국의 지시대로 정보 수집이나 보고 등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국내외 모든 중국인과 중국계에 중국을 위한 스파이 활동을 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게다가 미·중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이 원하는 AI 굴기를 위한 첨단 칩 수출을 미국이 제한하면서 중국은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중국은 이처럼 미국 등 서방의 견제나 수출 통제 때문에 확보하지 못한 기술이나 소재·부품·장비를 '목이 졸리고 있다'는 의미의 차보즈(卡脖子)로 표현한다. 중국 당국은 차보즈를 손에 넣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합법과 비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해외 중국인도 적극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실제로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은 중국인 산업스파이를 적발했다. 중국 법인에 근무하던 중국인 전직 직원이 자사의 핵심 제조기술 관련 기밀 데이터를 유출한 사건을 2023년 2월 적발해 공개했다.  중국 상하이의 한 국유기업은 지난 7월 첨단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액침식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개발했는데, 원천기술의 출처는 아리송하다. 기술 굴기를 부르짖는 중국이 이를 위해 이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AI 시대를 여는 고성능 그래픽 칩으로 세계적인 영향력과 부를 확보한 젠슨 황에게 서로 말이 통하는 중국 출신 앨리스 황이 접근한 것은 단순한 정보 수집 차원을 넘어서는 이유다. 이는 기술 확보에서 중국의 경쟁자인 한국에도 해당하는 사안이다. 

채인택 국제저널리스트(동행미디어시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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