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은폐 처벌’ 부담 벗어난 김범석…‘탈팡’ 극복도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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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5일, 김범석 당시 쿠팡 대표가 직원들에게 내린 지시 사항입니다.
물류센터 CCTV를 샅샅이 뒤져 고인이 생전 과로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모으고, 반대되는 증거는 "남기지 말라"는 게 김범석 대표가 지시한 대응법이었습니다.
이러한 김 대표의 지시 내용은 지난해 12월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고, 당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함께 쿠팡에 대한 비판 여론을 키웠습니다.
김 대표의 지시는 "부적절"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발생 은폐죄의 형사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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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은 어떤 것도 남기지 마세요!"
("Make sure no notes about him working hard are retained!")
2020년 10월 25일, 김범석 당시 쿠팡 대표가 직원들에게 내린 지시 사항입니다.
약 2주 전 숨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 씨의 사인이 과로사라는 문제 제기가 확산하던 상황.
물류센터 CCTV를 샅샅이 뒤져 고인이 생전 과로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모으고, 반대되는 증거는 "남기지 말라"는 게 김범석 대표가 지시한 대응법이었습니다.
[연관 기사] 김범석 지시에 CCTV 통째 옮기고 ‘깨알’ 분석…‘과로사 축소’ 재구성 (2025.12.19. KBS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438405
이러한 김 대표의 지시 내용은 지난해 12월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고, 당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함께 쿠팡에 대한 비판 여론을 키웠습니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런 김 대표의 지시를 두고 "중대재해 원인 조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범석 지시 사항 설명한 뒤) "이게 사실로 확인이 되면 해당 경영인과 해당 법인은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일단 중대재해 원인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중대재해가 발생되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 중대재해 발생 원인을 조사할 수 있는데요. 만약에 저게 사실이라면 제가 조사할 수 있는 그 현장을 훼손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 2025년 12월 30일, 국회 쿠팡 청문회 중
■ 노동부 "김범석 산재 은폐죄 아니다"…유족 측 "부실 수사로 면죄부"
장관의 이 발언 이후 열 달 만인 지난달 22일, 노동부는 김범석 대표의 지시에 대한 공식 판단을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장관의 발언과 사뭇 달랐습니다.
김 대표의 지시는 "부적절"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발생 은폐죄의 형사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이러한 판단의 이유로는 우선 공소시효 5년이 지나버렸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김 대표의 지시가 있던 시점은 2020년 10월인데, 이 행위에 대해 고발장이 접수된 건 5년하고도 두 달이 더 지난 2025년 12월이었다는 겁니다.
노동부는 내용 면에서도 김 대표의 지시를 산재 은폐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쿠팡이 장덕준 씨 사망 사건에 대한 산업재해조사표를 관할 노동청에 형식적으로나마 제출하기는 했고, 이후 장 씨의 산업재해가 승인되는 과정에서 쿠팡 측의 방해 행위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오영민 노동부 안전보건감독국장은 "김범석 대표가 부적절한 행위를 했으니, 그건 산재 은폐라고 일반인들은 생각할 수 있는데,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은폐죄가 되기 위해서는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라면서 일반 국민과 유가족이 보는 시각과 법적인 시각에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족 측은 노동부가 부실 수사로 김 대표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습니다.
고 장덕준 씨 유족을 대리해 온 정병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공소시효는 범죄 행위가 종료할 때부터 진행한다"면서 "노동부는 망인에 대한 쿠팡의 전사적인 산재 은폐 행위가 언제 종료됐는지에 대한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지적했습니다.
이어 "쿠팡의 만행을 단순히 김범석의 '부적절한 업무 지시'가 있었다고 정리하는 것은 정말 대단히 부적절하다"면서 "쿠팡의 행위를 별것도 아닌 다소 '부적절'한 일로 포장하고, 법 위반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한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20년 10월 김범석 대표의 지시 이후, 쿠팡 직원들이 고 장덕준 씨가 촬영된 물류센터 CCTV 영상을 보고 분석한 결과물. CCTV 영상을 통해 장 씨가 업무를 하지 않은 걸로 확인된 시간이 총 몇 초인지 유형별로 정리했다. 노동부는 이 CCTV 분석 결과가 대외적으로 제출되거나 활용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KBS 자료화면]](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1/08/kbs/20261108070644178qcny.jpg)
■ '탈팡' 극복했다는 김범석, "사상 최고 수준" 연신 강조
가벼워진 건 김 대표의 '산재 은폐' 책임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말 한국 소비자들의 '탈팡' 행렬을 불러왔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그림자도 점차 옅어지고 있습니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미국 현지시간 3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국의 '와우 멤버십' 회원(쿠팡 유료 회원) 수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라며 " 신규 회원들이 유입되면서, 기존 회원 이탈로 발생한 회원 수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탈팡'을 하지 않았던 회원은 물론, '탈팡' 후 복귀한 회원들도 쿠팡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소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현재 쿠팡의 경쟁력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그리고 서비스와 가격, 상품 선택권 전반에서 쿠팡이 제공하는 가치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요소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는 쿠팡Inc의 실적에서 한국 개인정보 유출 사건 여파가 사라질 거라는 취지의 설명도 했습니다.
김 의장은 "내년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영향을 받은 기간이 전년 동기 비교 대상에 포함되기 시작하면, 아직 돌아오지 않은 회원 집단이 더 이상 전년 동기 비교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게 된다"라며 "공시되는 매출 성장률과 이익률이 과거의 통상적인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년 실적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일부 회원이 이미 '탈팡'한 상태인 2026년의 실적과 비교하게 되기 때문에, 2025년 연말·2026년 연초의 '탈팡'이 전년 대비 성장률을 낮추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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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린 기자 (di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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