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집' 첫걸음 뗀 동자동 쪽방촌 마을잔치…떠난 180명 추모도

양수연 2026. 11.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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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시작인 '입동'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

이 자리는 동자동 쪽방촌이 지난달 21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것을 자축하기 위해 주거권 투쟁을 함께해온 주민과 활동가들이 마련한 '마을 잔치'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가 동자동 쪽방촌 일대 4만7천㎡ 부지를 개발해 공공주택을 보급하고 쪽방 주민을 재정착시키겠다는 추진계획을 발표한 건 2021년 2월.

동자동 쪽방촌 주민공동체인 '동자동사랑방'의 대표 차재설(68)씨는 "지금도 아파서 병원에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올겨울에 이제 집주인들이 지구 지정이 됐으니 더 신경을 안 쓸 것"이라며 "(이주 전까지) 아픈 몸들을 잘 지켜낼까 이게 제일 큰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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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8개월 만 공공주택지구 지정…"버티고 버텨낸 연대의 힘" 자축
당장 겨울나기는 막막…"지구 지정됐으니 집주인들 더 신경 안 쓸 것" 우려도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 지구 지정 환영하는 마을잔치 [촬영 양수연]

(서울=연합뉴스) 양수연 기자 = "새집으로 가는 문이 열렸습니다. 마을 잔치를 시작하겠습니다!"

겨울의 시작인 '입동'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

코끝을 시리게 하는 추위에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하나둘 모여든 인근 쪽방촌 주민들이 서로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자리는 동자동 쪽방촌이 지난달 21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것을 자축하기 위해 주거권 투쟁을 함께해온 주민과 활동가들이 마련한 '마을 잔치'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가 동자동 쪽방촌 일대 4만7천㎡ 부지를 개발해 공공주택을 보급하고 쪽방 주민을 재정착시키겠다는 추진계획을 발표한 건 2021년 2월.

일부 토지·건물 소유주가 공공 주도 개발을 반대해 논의가 기약 없이 공전하다 마침내 첫 단계인 공공주택지구 지정이 이뤄진 건 그로부터 5년 8개월 만이다.

공원에 모인 이들은 기나긴 투쟁 끝에 드디어 공공주택으로 향하는 첫걸음을 뗐다며 기쁨과 축하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대해온 서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나눴다.

마을 잔치답게 허기진 속을 채울 따뜻한 음식도 차려졌다.

알싸하고 달큰한 생강쌍화차 향이 공원에 퍼졌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활동가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은 주민들에게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뜨끈한 국물에 담긴 어묵 꼬치를 나눠주기도 했다.

시루떡과 보쌈, 부침개도 넉넉히 준비됐다.

주민들과 연대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누며 "아이고 축하해", "그동안 고생했어", "저번에 다리는 괜찮아?" 등 정다운 대화를 이어갔다.

마이크를 잡은 한 주민은 "다들 이게 안 된다고 그랬는데 우리는 끝까지 할 수 있다고 이렇게 버티고 버티고 해서, 우리 연대의 힘이 정말 좋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돌아가신 주민들을 추모하는 조형물 [촬영 양수연]

공원 한편에는 추모 공간도 마련됐다. 5년 8개월의 투쟁 기간 동안 동자동 쪽방촌에서 돌아가신 주민 180명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질병과 노환으로, 때론 방치된 쪽방 건물에서 폭염과 혹한에 노출돼 생명을 위협받는 가운데 숨을 거둔 이들이다.

동자동 쪽방촌엔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이 발표될 때만 해도 1천가구 넘게 살고 있었지만, 현재 남은 건 800가구 정도다.

지난 겨울 주거권 활동가들은 올해 1월까지 돌아가신 쪽방 주민 135명의 영정을 들고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하며 투쟁하기도 했다.

이날 마을 잔치에서 동자동 쪽방촌 주민 윤용주(64)씨는 먼저 떠난 이웃 주민들에게 추모사를 했다.

윤씨는 "기쁜 소식을 나누려니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이웃들이 생각난다. 그분들도 오늘 여기 앉아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겠나"며 운을 뗐다.

이어 "그분들이 끝내 살아보지 못한 집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거기서 함께 살아갈 앞날이 그분들에게도 있었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 촉구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026홈리스주거팀 회원들이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 촉구 청와대 영정 행진 기자회견을 열고 행진하고 있다. 2026.1.26 saba@yna.co.kr

이번에 지정된 공공주택지구에는 주택 2천150가구가 공급되고 그중 공공임대주택은 1천호다.

쪽방 주민에게는 개인 욕실과 주방, 냉·난방 시설이 갖춰진 전용면적 21㎡ 이상의 임대주택이 저렴한 가격에 우선 공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구계획 수립과 보상·이주 등 후속 절차를 거쳐 2029년 착공, 2032년 준공 및 입주를 목표하고 있다.

이에 지금의 쪽방촌 풍경도 머지않아 옛 시절 모습으로만 남게 되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게 쪽방촌의 현실이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올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한숨을 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공동체인 '동자동사랑방'의 대표 차재설(68)씨는 "지금도 아파서 병원에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올겨울에 이제 집주인들이 지구 지정이 됐으니 더 신경을 안 쓸 것"이라며 "(이주 전까지) 아픈 몸들을 잘 지켜낼까 이게 제일 큰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얼어붙은 쪽방 복도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며 한파가 절정에 달한 22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한 쪽방 복도가 얼어붙어 있다. 2026.1.22 dwise@yna.co.kr

노후 건축물이 밀집한 데다 여러 개 쪽방으로 나뉘어 기본적인 생활 시설이 취약한 이곳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만 하면 상수도가 터지고 난방이 끊기는 일이 다반사다.

벽은 꽁꽁 얼어붙고, 여럿이 함께 쓰는 화장실마저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집주인 재량에 따라 온수나 난방 사용 시간도 아침과 밤 시간대로 제한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윤용주 씨는 "난방이 제대로 안 돼서 너무 추우니까 이불을 몇 개씩을 덮고 그 안에서 안 나오는데, 그러면서 잘 씻지도 잘 먹지도 못하다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평 남짓한 윤씨의 방 바깥에 딸린, 이미 한기가 도는 아주 작은 샤워 시설 역시 올겨울 추위를 버텨내긴 어려워 보였다.

윤용주씨의 방에 딸린 샤워 시설 모습 [촬영 양수연]

20년간 동자동 쪽방살이를 해왔다는 윤씨는 이미 많이 늦어졌지만 그럼에도 동자동 공공재개발이 계획대로 추진돼 꼭 주거권 보장의 모범 사례로 남았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씨는 "주민들은 생활하다 보니 '그냥 다들 그렇게 살아야 되는가 보다'라고 생각해왔지만, 사실 굉장히 부조리한 것"이라며 "많은 쪽방 주민이 살다 돌아가신 이곳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재개발이 다 같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서 이게 결국 어느 한 사람의 이익이 아닌, 여기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이익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국화가 윤용주씨가 그린 동자동 마을 안내도 한국화를 그리는 화가인 윤용주씨가 그린 마을 안내도가 서울역쪽방상담소에 걸려 있다. [촬영 양수연]

see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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