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싼 가격만 남았다…금간 완벽주의·사라진 혁신

2026. 11.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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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폴더블폰 원인모를 결함에 완벽주의 신뢰 흔들
AI전략 놓고도 영리한 실리vs성장 엔진 의존 팽팽
서울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전시된 애플의 아이폰 듀오 모습. 연합뉴스

애플의 ‘아이폰 듀오’ 출시 이후 품질 완벽주의가 깨지고 혁신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폰 듀오는 애플이 창립 이래 최초로 선보인 접이식폰(폴더블폰) 모델이다. 하지만 화면 내구성이 약하고 운영체제(OS) 최적화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제품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관리에 치중해왔던 기존 전략으로 애플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을지 시장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아이폰 듀오는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혁신기업으로 만들었다면, 재무·유통 전문가 팀 쿡은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완성해 애플의 수익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올해 9월 취임한 존 터너스 최고경영자(CEO)는 엔지니어 출신의 하드웨어 전문가다. 그는 새로운 폴더블폰 출시로 하드웨어의 혁신을 되살리고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애플 기기가 다양한 AI 서비스를 활용하는데 최적화된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 했다.

하지만 10월 23일 전 세계 출시 후 몇시간 만에 폰 화면 중앙 접힘부에 금이 가고 하얀 선이 생기는 ‘크랙(Crack) 게이트’ 사태가 벌어졌다. 신제품을 몇번 접었다 펴자 파손됐다는 영상과 사진이 세계 곳곳에서 올라왔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7년 늦게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기다린 시간을 충족할 만큼의 완성도를 입증하지 못했다. 아이폰 듀오의 국내 가격은 329만원부터 시작한다.

불량 아이폰 듀오 교환 기준 깜깜이

업계에서는 애플이 설계한 힌지(경첩) 구조를 결함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애플은 정확한 원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출시 사흘 만에 “불량품은 교환해준다”고 했지만, 물량이 부족해 교환도 제때 되지 않는다. 교환과정에서도 제품 결함과 이용자 과실을 구분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소프트웨어도 도마에 올랐다. 애플은 기계적인 성능을 따져 쓰는 브랜드가 아니다. 매끄러운 화면 전환과 물 흐르듯 이어지는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왔던 기존 제품과 달리 아이폰 듀오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화면을 나눠쓰는 멀티태스킹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존 터너스 CEO는 11월 2일(현지시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극히 적은 비율의 아이폰 듀오가 반품돼 이를 교체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가 크랙 게이트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다만 구체적 반품 비율이나 결함 원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아이폰 듀오의 수급 불균형에 대해서도 “가능한 많은 고객에게 최대한 빨리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수급 균형이) 언제 맞춰질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교체 수요를 얼마나 빠르게 감당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같은 날 애플이 공개한 실적에서는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7~9월, 2026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보면 애플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1145억달러(약 154조원)를 기록했다. 칩 플레이션(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부품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도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을 찍었다. 아이폰과 맥 등의 신제품 가격 인상이 매출을 견인했다. 메모리 대란에 따른 원가 부담을 신제품 가격 인상으로 메운 것이다.

시장은 매출보다 마진의 방향성에 주목했다. 애플은 4분기(10~12월) 매출총이익률 45~46%를 제시했는데, 이는 직전 분기(47%)보다 낮다. 매출 총이익률은 매출에서 원가를 뺀 이익의 비율로 수익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핵심 사업인 앱스토어 등의 서비스 부문 매출 증가율 전망도 8~9%로, 시장 기대에(10.7%) 미치지 못했다. 강력한 수익원인 오픈AI의 챗GPT 앱도 앱스토어 수수료 생태계에서 이탈할 조짐이다.

존 터너스 애플 CEO. 로이터 연합뉴스

당장의 실적은 좋지만 미래 수익성에 대해선 성장세가 둔화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전례 없이 높은 메모리 가격 때문”이라고 했다. 원가 인상에 대한 방어만 있을 뿐 뚜렷한 미래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 애플은 칩 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메모리칩을 아이폰과 맥북에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은 미래 성장 엔진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고, 월가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마틴 양 애널리스트는 “높은 주가를 정당화할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애플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AI 부문에서도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들인 빅테크 기업들이 날로 진화하는 AI 모델을 선보이는 동안, 애플 AI 음성 비서 시리는 “주방 타이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 가격 올리고 비메모리 업체 압박

애플은 빅테크 중에서 유일하게 AI 설비투자를 하지 않아 ‘AI 피난처’, ‘AI 안티(anti) 기업’으로 불린다. AI 모델 개발을 위해 경쟁하지 않고, 향후 어떤 AI 기술이 살아남든 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남아 있으면 된다는 것이 애플의 전략이다. 이를 놓고 월가에서는 실속을 챙긴 영리한 전략이라는 긍정론과 혁신 부재로 기술 주도권을 뺏길 것이라는 비관론이 맞선다.

다른 경쟁사들이 수천억달러를 쏟아부으며 AI 경쟁을 벌이는 동안 자사주 매입 등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WSJ는 “애플이 원가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전 제품군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을 잡아둘 만한 새로운 기능이 나오지 않는다면 애플 제품 교체 주기는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적을 구체적으로 보면 이익률이 방어선의 끝자락에 와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보인다”며 “향후 메모리 원가 부담이 본격화되는 구간에서 (애플이) 특별함을 증명하려면 확실한 제품 차별화와 시리 AI의 새로운 서비스 동력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플이 메모리 가격 상승 부담을 이유로 비용 절감에 나설 경우 비메모리 납품 업체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감소를 줄이기 위해 비메모리 납품 업체에 대한 판가 압력을 확대할 유인이 커질 수 있어서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비용 절감 요구가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공급이 비교적 원활하고 중국 업체와 경쟁하는 디스플레이·카메라 모듈 업체에 대한 수익성 우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내에선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이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11월 5일(현지시간) 외신을 통해 내부 AI R&D(연구개발) 비용도 줄일 예정이라고 알렸다. 블룸버그는 “애플 주가는 AI 인프라 투자 우려를 피할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향후) 성장세가 시장 예상에 못 미치면 36배에 달하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자체가 재평가될 수 있다”고 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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