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이 없지 않아요?”[꼬다리]

2026. 11.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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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김일란 감독이 지난 10월 27일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사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앨리스, 다시 한번만 걸어와 봐줄래요?” 카메라로 촬영하던 김일란 감독이 묻자, 주인공 앨리스가 “그건 진정성이 없지 않아요?” 되받아쳤다. 지난 10월 28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1년의 일이다.

진정성. 다큐멘터리 감독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바로 그것을 의심받은 건가. 현장이 서늘해지는 말이었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싶은 마음은 앨리스와의 깊은 대화 이후 의외로 깔끔하게 풀렸다고 한다. 서로가 정의한 ‘진정성’의 뜻이 달랐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다.

<에디 앨리스: 테이크>는 트랜스여성(MTF) 앨리스와 에디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퀴어 페미니스트 미디어그룹 연분홍치마의 창단 멤버로 20여년간 노동운동을 기록하고 성소수자 가시화에 기여한 김 감독의 8년 만의 개봉작이다.

작품의 출연자이자 조명감독인 앨리스는 영화계에서 오래 일한 베테랑 조명감독이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이준익 감독의 <동주> 등에 참여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영화 참여는 처음이었던 앨리스는 촬영 초반 여러 차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원래 이렇게 찍어요?”라는 오해하기 딱 좋은 질문과 함께.

“다큐멘터리는 ‘마냥 기다려서 찍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거죠. 연출된 장면이 다큐멘터리에 왜 필요하냐, 싶었던 거고요.” 지난 10월 27일 만난 김 감독이 앨리스를 대변해 말했다. 알고 보니 ‘진정성 없다’는 것도 김 감독의 마음이나 태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연출된 티가 나는 장면이지 않겠냐’는 뜻이었다.

진짜 같은 장면을 만들어내야 하는 극 영화 촬영 현장은 지나치게 매끈한 것보다 조금은 투박해서 오히려 그럴싸한 장면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현실을 찍는 다큐멘터리가 반대로 매끈한 컷을 연출해 찍기도 한다는 것에 앨리스는 자주 혼란스러워했다고 한다.

많은 이가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는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생각하지만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가까이도 걸리는 기간의 촬영본을 편집하는 것 자체에 감독의 주관이 들어간다. 날것의 장면을 의도에 맞게 이어주는 세련된 연출 장면이 필요할 때도 있다.

김 감독은 “편집에서의 선택과 배제 자체가 픽션(허구)”이라며 “다큐멘터리가 말하는 진실은 픽션과 논픽션의 두 겹 사이에서 이뤄지는데, ‘사실을 전달하는 매체’라는 정의로 다큐멘터리를 좁게 해석할 때 오해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용산참사를 다룬 그의 전작 <공동정범>(2018)이 ‘너무 서사가 잘 짜여 있는데, 다큐멘터리 맞냐’는 질문을 받았던 것이 비슷한 오해의 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각본이 있는 극 영화보다 편집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도 할 수 있다. 편집에 따라 맥락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에디 앨리스: 테이크>는 앨리스의 이야기를 먼저, 에디의 이야기를 나중에 보여준다. 2024년 유수 영화제에서 영화를 공개한 당시에 김 감독은 그 순서를 바꾼 또 다른 버전 <에디 앨리스: 리버스>를 함께 선보였다.

“컷은 거의 똑같고 경첩이 되는 부분만 다른 데도 두 영화의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김 감독이 말했다. 앨리스도 점점 다큐멘터리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어떤 컷과 컷을 붙이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된다는 것이 지극히 영화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진정성에 대한 관점 차이도,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마무리된 결말도 굉장히 흥미로웠으나, 지면 분량의 한계로 김 감독의 인터뷰 기사에는 싣지 못했다. ‘꼬다리’를 빌려 전한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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