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식재료와 정성은 기본… “음식으로 행복 전달”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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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 36층에 위치한 차이니스 파인다이닝 '더 그레이트 홍연'의 왕업륙 총괄 셰프를 만났다. 왕 셰프는 1994년 조선호텔 중식당에 입사해 올해로 32년째 조선호텔앤리조트에서 중식 한길을 걷고 있는 베테랑 셰프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주방 보조로 일을 시작한 왕 셰프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의 하루를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본격적으로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됐다.
현재 그가 이끄는 더 그레이트 홍연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호텔 브랜드인 조선 팰리스의 차이니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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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후 주방 보조로 입문
조선호텔 중식 브랜드 두루 섭렵해
신선도·위생 등 자신만의 철칙 고수
겉바속촉 북경오리·진한 불도장 일품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

한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경력이 길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시대가 바뀌고 손님의 입맛이 달라져도 지켜야 할 것과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것을 끊임없이 구분해야 한다. 왕 셰프에게 지난 32년은 그런 경험이 차곡차곡 쌓인 시간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주방 보조로 일을 시작한 왕 셰프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의 하루를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본격적으로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됐다. 자신이 만든 음식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직업을 계속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왕 셰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 철학은 ‘타협하지 않는 기본’이다. 아무리 바쁜 시간에도 식재료의 신선도와 위생, 손님에게 제공되는 접시의 온도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주방에서의 작은 타협이 결국 손님의 경험을 망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당연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30년 넘게 매일 같은 기준을 지켜온 셰프의 말이라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새로운 조리법과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음식의 시작은 결국 좋은 재료와 정확한 조리 그리고 기본을 지키는 태도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재 그가 이끄는 더 그레이트 홍연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호텔 브랜드인 조선 팰리스의 차이니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편안하면서도 수준 높은 식사 경험을 지향하며 계절마다 가장 맛있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다채로운 중식 요리를 선보인다.

북경오리는 단순히 오리를 잘 굽는 것으로 완성되는 음식이 아니다. 껍질의 수분을 얼마나 정확하게 제거했는지, 오리의 건조 상태와 로스팅 온도를 어떻게 조절했는지에 따라 식감과 풍미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육질이라는 상반된 식감을 동시에 살려내는 것이 핵심이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정확한 조리 타이밍과 감각이 필요한 이유다.
완성된 북경오리는 셰프가 테이블 옆에서 직접 카빙한다. 잘 구워진 오리가 눈앞에서 한 점씩 정교하게 잘려 나가는 과정까지 하나의 식사 경험이 된다. 먼저 바삭하게 구워진 껍질만 설탕에 살짝 찍어 맛본다. 얇고 바삭한 껍질에 은은한 단맛이 더해지면서 오리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이어 촉촉한 살코기는 파와 오이, 야장 소스를 곁들여 정갈하게 준비한 밀전병에 싸서 즐긴다. 바삭함과 촉촉함, 채소의 산뜻한 식감과 소스의 깊은 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카빙 후 남은 오리고기는 볶음이나 탕, 튀김 등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다시 조리해 제공한다. 한 마리의 오리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서로 다른 조리법과 식감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더 그레이트 홍연 북경오리만의 매력이다.

더 그레이트 홍연에서는 불도장을 사기그릇에 담아 육수를 쪄내는 방식으로 선보이기도 한다. 긴 시간 천천히 조리하며 각각의 재료가 지닌 풍미가 육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한다. 뚜껑을 열면 먼저 깊고 진한 향이 올라온다. 해산물에서 우러난 감칠맛에 여러 보양 재료의 풍미와 은은한 단맛이 더해져 진하면서도 균형 잡힌 맛을 낸다. 해삼과 전복, 송이버섯, 오골계와 수삼처럼 개성이 강한 식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어느 한 가지 맛이 지나치게 앞서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왕 셰프에게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그는 음식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말한다. 좋은 재료와 정성을 담은 한 접시가 사람들의 대화를 풍성하게 만들고 함께한 순간을 특별한 기억으로 남길 수 있다고 믿는다. 매년 기념일마다 레스토랑을 찾는 한 고객이 “이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던 순간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자신이 만든 음식이 누군가의 좋은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셰프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왕 셰프는 요리를 ‘오감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라고 정의한다. 음식의 색과 모양을 보는 시각부터 조리 과정에서 들리는 소리, 향과 맛, 입안에서 느껴지는 식감까지 모든 요소를 통해 셰프의 마음과 가치관을 손님에게 전달하는 소통 방식이라는 것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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