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만에 주문 6천건, 5천만원 벌었다”…구미서 열린 축제 ‘인산인해’ [제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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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젓가락 뺏어 먹는 라면, 등산 후 먹는 라면, 몰래 먹는 라면.
가장 관심을 끈 제품은 구미에서 재배한 밀로 만든 축제 전용 라면이었다.
축제에 처음 방문했다는 한 구미시민은 "병원가는 길에 구경해보고 싶어서 왔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라면사는건 포기했다. 주말에 와도 못살 것 같아서 라면레스토랑의 라면만 먹었다"고 말했다.
올해 축제의 가장 큰 변화는 구미산 밀로 만든 한정판 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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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일원서 8일까지 사흘간
구미산 100% 밀 라면 인기
이색메뉴·세계요리 한자리에

신라면의 80%, 짜파게티의 90%가 만들어지는 농심 구미공장이 있는 도시. 경북 구미시에서 그 맛을 직접 볼 수 있는 축제가 열렸다.
‘2026 구미라면축제’가 6일 경북 구미역과 역전로, 원평동 원도심 일원에서 막을 올렸다. 8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올해 축제는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스트릿’을 주제로 진행한다.

라면은 가격이 오르면 국가가 나서서 막는 한국인의 대표 간편식이다.
구미에는 1991년부터 라면을 생산해 온 농심 공장이 있다. 구미시는 이 같은 지역 산업 기반을 활용해 공장에서 갓 튀긴 라면을 맛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2022년 구미라면축제를 시작했다.
갓튀긴 라면은 익숙하면서도 다른 맛이다. 면은 꼬불꼬불한 결이 살아 있고 깔끔한 국물을 자랑한다. ‘라면이 이렇게 담백한 음식이었나’ 싶을 만큼 군더더기 없는 맛을 보여준다.

개장과 동시에 입장했는데도 벌써 라면이 든 가방을 들고 다니는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제 막 축제가 시작됐는데 왜 무거운 라면을 벌써 사 들고 다닐까. 집에 돌아갈 때 사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갓 튀긴 라면을 사려면 입장과 동시에 판매장부터 찾아야 했다. 오전부터 대기 시간이 2시간에 달했고, 오후에는 줄이 축제장 입구 가까이까지 이어졌다.
농심이 운영하는 ‘갓랜드’에는 라면을 사려는 방문객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방문객은 투명 가방에 인기 라면 5종 또는 원하는 제품을 골라 담을 수 있다. 1인당 가방 1개를 구매할 수 있다.

개막 3시간 만인 오후 1시 기준 라면 주문은 6000건, 매출은 약 50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축제에서 판매된 갓 튀긴 라면은 48만 개였다. 축제라면은 첫날 오후에 금일 수량 마감공지가 올라왔고 이후 주말에는 골라담는 방식 대신 ‘5종 패키지’만 판매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긴 대기 줄에 구매를 포기하는 방문객도 많았다. 갓 튀긴 라면을 맛보려면 적지 않은 기다림을 감수해야 했다.
축제에 처음 방문했다는 한 구미시민은 “병원가는 길에 구경해보고 싶어서 왔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라면사는건 포기했다. 주말에 와도 못살 것 같아서 라면레스토랑의 라면만 먹었다”고 말했다.

농심은 지역 농업인·소상공인과 협력해 구미산 밀 100%를 사용한 공동브랜드 ‘구미 밀가리’를 활용해 ‘구미라면축제면’ 20만 봉을 한정 생산했다.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밀이 라면이라는 가공식품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지역 농업과 식품산업, 관광을 연결한 사례다.
축제면은 얼큰한 소고기장국 스타일의 국물이 특징이다. 표고버섯과 당근, 청경채 등 다양한 건더기를 더해 깊고 진한 맛을 살렸다.
신재우 구미시 축제기획팀장은 “지난해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구미산 밀가루 100%로 만든 라면을 선보인 것”이라며 “20만 봉 가운데 13만 봉은 축제 현장에서, 나머지 7만 봉은 농심몰에서 이날부터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권순지 농심 면마케팅팀 선임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고기장국 맛을 바탕으로 국물을 다시 개발했다”며 “구미산 밀가루를 100% 사용한 만큼 면과 국물의 균형을 맞추는 데 신경 썼다”고 말했다.

참가 업체들은 기존에 판매하던 음식을 라면에 접목하는 등 저마다 특색 있는 메뉴를 선보였다.
술집 ‘교집합’을 운영하는 사장은 기존 닭전골 메뉴를 응용해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라면을 내놨다.

이어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었지만 축제가 끝나면 성취감이 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메뉴를 개선한 결과 주문부터 음식 제공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개막 첫날 오전에는 별다른 대기 줄 없이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시장 상인으로 일한 지 5년, 족발을 판매한 지는 4년이 됐다는 김 대표는 “푸드 컨설팅을 받으면서 기존 무침족발을 라면 위에 올리는 메뉴를 개발했다”며 “참가 경쟁이 치열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출발이 좋다”고 말했다.
여러 종류의 라면을 맛보고 싶어도 한 그릇만 먹으면 배가 부른 것이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반띵라면’도 올해 다시 선보였다.
일반 라면보다 면의 양과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메뉴다. 여러 종류의 라면을 조금씩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신 팀장은 “면의 양만 절반으로 줄이고 다른 재료는 거의 비슷하게 넣는다”며 “지난해 반응이 좋아 참여 업체의 매출도 늘었고 올해는 운영 업체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체험 가격은 개당 2000원이다. 방문객은 다양한 토핑과 스프를 원하는 만큼 담아 자신만의 라면을 만들 수 있다. 처음 보는 재료까지 욕심껏 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조합이 탄생하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들의 관심이 높았다.
음식 회전율도 빠른 편이었다. QR코드를 스캔해 간편결제로 주문하면 음식이 준비됐다는 알림이 도착한다. 주문 후 짧은 시간 안에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점은 라면 축제만의 장점이다.

지난해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했던 라면 대회는 올해 ‘글로벌 라면 챌린지’로 확대됐다. 세계 80개국에서 1200명 이상이 지원했고 이 가운데 13개국 13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은 7일 축제장에서 열린다.
이 밖에도 이연복 셰프의 쿠킹쇼와 로봇 셰프, 후루룩 라운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축제를 지역 관광으로 연결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7일에는 축제장과 송정맛길, 도리사, 금오산을 잇는 ‘구미라면 팝업열차’가 운행된다.
교촌치킨 1호점과 교촌1991문화거리를 연결하는 ‘K-치킨벨트’ 관광 상품도 선보인다. 라면 축제를 계기로 구미의 다른 관광 명소와 먹거리까지 즐기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다.

대형 주무대 규모를 줄이는 대신 취식공간을 지난해보다 대폭 늘렸다. 공연도 키친스튜디오와 구미역 후면광장, 농협 주차장 등으로 분산해 인파가 한곳에 몰리지 않도록 했다.
카카오맵을 활용한 축제장 안내 서비스도 제공한다.
교통편도 확대했다. 서울역·잠실역·사당역 등 수도권 3개 노선과 대구·부산·대전·광주 등 지방 4개 노선에서 카카오T 셔틀이 운행된다. 시내 셔틀버스도 3개 노선을 운영한다.
축제장의 가장 큰 강점은 접근성이다. 구미역 바로 앞에서 행사가 열려 기차에서 내리면 곧바로 축제장에 들어설 수 있다. 역 앞에는 시내버스 정류장도 있어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 편리하다.
다만 축제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개선해야 할 점도 눈에 띄었다.
갓 튀긴 라면을 구매하려는 방문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오전부터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라면을 사기 위해 줄을 서다가 다른 프로그램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구매한 라면을 맡길 보관소가 없는 점도 아쉬웠다. 일찍 라면을 구매한 방문객들은 축제장을 둘러보는 내내 가방을 들고 다녀야 했다.

디저트와 음료 등 라면 외 먹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고 갓 튀긴 라면을 한두 개만 맛보고 싶은 방문객을 위한 선택지도 제한적이었다.
신 팀장은 “축제가 사흘로 끝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연중 구미를 찾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부터는 ‘구미 라면관’이라는 상설관을 조성해 축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라면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워낙 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만큼 안전에 유의하면서 축제를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이 하나의 식문화로서 더 많은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길 바란다”며 “공장이 있는 구미와 함께 축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산 밀가루 100%로 만든 축제 전용 라면은 지역 농산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도”라며 “구미를 세계적인 K-라면 관광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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