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11월부터 새판…소득·재산 따라 희비
폐업·퇴직·휴업으로 소득 줄었다면 이자·배당·연금까지 조정 신청 가능
소득 증가 땐 보험료 미리 조정…국세청 확정 소득 기준으로 차액 정산
과거 소득과 현재 형편의 시차…지역가입자 납부 부담 완화 과제로

지난해 벌어들인 소득과 올해 재산 변동 내역이 보험료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소득이 줄었는데 과거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가 있는 반면, 부동산 가격이나 금융소득 증가로 예상보다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세대도 나올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1월분부터 지역가입자 세대의 건강보험료를 새로 산정해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정에는 2025년 귀속 종합소득과 올해 6월 1일 기준 토지·주택·건물 등 재산에 대한 재산세 과세표준액 변동분이 반영된다.
새롭게 산정된 보험료는 내년 10월까지 1년간 적용된다. 이달분 보험료 납부 기한은 다음 달 10일까지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이번 정기 조정은 가입자별 경제 여건에 따라 부담 수준을 바꾸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소득 변동이다. 지역가입자 가운데 사업을 접거나 휴업한 자영업자, 직장을 그만둔 퇴직자 등은 현재 소득이 과거보다 줄었더라도 이전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될 수 있다. 소득 감소가 보험료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단은 이 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 조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은 물론 예금 이자, 주식 배당금, 연금소득 등이 감소한 가입자도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소득 감소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 현재 경제 상황을 반영한 보험료 산정이 가능하다.
반대로 소득이 늘어난 가입자는 보험료를 미리 조정해 납부할 수도 있다. 조정된 보험료는 추후 국세청에서 확정한 소득을 기준으로 정산한다. 당초 납부액보다 부담액이 많으면 차액을 추가로 내고, 반대로 많이 납부했다면 돌려받는 구조다. 당장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가 정산 과정에서 추가 납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대목이다.
신청은 관련 증빙 서류를 준비해 건강보험공단 지사를 방문하거나 우편과 팩스로 접수하면 된다.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소득 감소를 입증할 자료와 신청 요건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정기 조정은 소득과 재산 변화를 보험료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형평성을 높이는 취지를 갖는다. 다만 과거 소득을 기준으로 현재 보험료가 결정되는 구조는 소득이 급격히 줄어든 자영업자와 은퇴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매달 일정한 급여를 받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사업 실적이나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소득 변동 폭이 크다는 특성이 있다.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현금 흐름이 부족한 가입자에게 높은 보험료가 부과되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된다. 부동산 자산의 평가액과 매달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능력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득과 재산을 함께 반영하는 현행 체계가 경제적 부담 능력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하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건강보험료는 사회보험 재정을 유지하는 핵심 재원이지만 가입자의 납부 능력을 고려하지 못하면 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소득 변동을 신속하게 반영하는 행정 체계와 예측 가능한 보험료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