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을 외칠수록 위헌·위법성이 드러난다‥윤석열의 '캐치-22' [서초동M본부]

변윤재 jaenalist@mbc.co.kr 2026. 11. 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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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미쳤다는 것을 아는 미치광이는 진짜 미치광이가 아니다." 조지프 헬러의 <캐치 22>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주인공 요사리안 대위는 야전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궁리하다 '캐치-22'에 꽂힙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변호인단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캐치-22'와 같은 상황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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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미쳤다는 것을 아는 미치광이는 진짜 미치광이가 아니다."

조지프 헬러의 <캐치 22>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1961년 출간됐고,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반전(反戰) 풍자소설입니다.

제목 <캐치 22>는 '22번 조항'이라는 뜻입니다.

주인공 요사리안 대위는 야전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궁리하다 '캐치-22'에 꽂힙니다.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전투임무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모순이 있습니다.

자신이 미치광이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입증하는 사람을 미치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캐치 22'라는 표현은 자가당착과 같이 역설적인 상황을 뜻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아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소설 역시 명작 반열에 올랐고, 2019년엔 할리우드 스타 배우 조지 클루니가 출연한 TV 드라마 시리즈로도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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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몽령' 주장 따라가다 보면 인정하게 되는 '군·경찰 불법 투입'

제가 소설을 설명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변호인단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캐치-22'와 같은 상황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계몽성 합법 계엄이었다'는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군과 경찰로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보낸 사실"과 "중앙선관위를 불법으로 점거"한 사실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내란우두머리' 혐의 2심 재판은 지난 5일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그럼 2심 재판 과정에서 나왔던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그리고 그들의 변호인단이 내세웠던 주요 논리들을 포인트 삼아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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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을 깨우치기 위한 계엄이었다면, 왜 군사력을 동원했나?

먼저 10월 22일 공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다음은 변호인과 윤 전 대통령의 질답입니다.
- 변호인: 거대야당 폭거, 망국적 상황에 대해 계엄선포 생각하게 된 이유는? = 피고인 윤석열 : 대국민담화라는 걸 분기별로 해봤는데 그냥 그날뿐이고 민노총이니 간첩단 사건 발표하고 해봐야 그냥 당일 하루뿐인 거야. 사람들이 모르겠어. 생업에 몰두하느라고 그래서 이거 이대로 놔둬서야 되겠느냐, 그래서 그냥 놔두면 나라 망하는 상황이니 비상사태라고 하는 걸 좀 선포해야 하는데 우리 법에는 국가비상사태 관한 제도가 계엄밖에 없잖아. 군대 털어 쓰는 건 안 하면 좋은데, 제일 먼저 나온 게 TV생방으로 내가 충격을 주는 개념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해보고 다시 얘기하자 했어
즉, 생업에 몰두하는 국민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충격을 주기 위해서' 계엄 선포를 했다는 겁니다. 뒤이은 질답에서는 언론에 보도됐던, '십자포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 피고인 윤석열: 그러니 대국민 담화하면서 그동안은 저도 대통령으로서 가급적이면 그런 말을 안했는데, 이제는 좀 제가 전면에 나서서 십자포화 맞더라도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도 이끌어내고 정치적으로 정부가 무력화되는 것, 정부를 국정마비 상황 이르는 걸 회복해야겠다는 그런 차원에서 대국민 담화를 한다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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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행할 생각 없는 포고령을 왜 사용했나?"‥재판부도 직접 지적

하지만 지난 2월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설명하며 "핵심은 군대를 국회에 보낸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설령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망국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면, 대국민 담화에 그쳤어야지 군대 투입은 물론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령해선 안 됐을 겁니다.

결국 10월 27일 공판에서는 재판부 판사들이 직접 나서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 재판부 : 피고인은 집행되지 않을거라 이야기했는데 군인이나 경찰관에게는 포고령이라는 것이 수명해야하는 주요 문건 아닌가? =  피고인 윤석열 : 예 - 재판부 : 경찰은 포고령에 근거해서 2차 통제를 한 걸로 보이는데 포고령을 그냥 '구색 맞추기'라든지 집행 가능성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 피고인 윤석열: 그 당시에는 경찰 투입된다는 생각도 못 했고‥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기 몇 시간 전,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과 김봉식 당시 서울경찰청장을 삼청동 안가에서 만나 핵심 내용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이미 수사와 재판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위 재판 당일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의 계속된 질문에 "경찰의 외곽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을 땐 포고령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취지로 답하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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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부 "곧 해제할 계엄에 군대를 보낸 이유?" · "다른 부처 협조문건까지 왜?"

이번 2심 재판을 진행한 건, 내란전담재판부 서울고법 형사12-1부였습니다.

변호인단과 윤 전 대통령의 주장에 재판부 판사들이 직접 질문을 꼬치꼬치 묻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 10월 27일 공판에서 '중앙선관위에 군대를 보낸 이유'를 집중적으로 되물었습니다.

- 재판부 : 출동준비 같은 게 없잖아요. '디데이'를 모르니까. 선포된 다음 대상 모집하고 출동 준비하고 그런 시간 자체가 상당히 걸리고 방첩사같은 경우 출동 준비하다가 끝나지 않았어? 그 시간 내에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이 가능한가? = 피고인 윤석열: 제가 그거는 방첩사가 그날 무슨 인사가 있고 회식이 있고 소집이 늦어지고 그런 거를 알지도 못했거니와, 제가 국방장관한테 물어봤거든요. 이거 계엄 담화를 마치고 나서 이동했을 때 도착하는데 얼마 걸렸나하니까 1시간이면 된다 하니까 10시 반쯤 하면, 처음엔 10시라고 생각했고 좀 늦어지면 11시 11시 반, 확인하면 2~3시간 안에 확인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했어. 할 수 대로 하면 되는 거지. 그 이상에야 뭐.
즉, 포고령이 윤 전 대통령의 말대로 '구색 맞추기'였다면 실제 경찰이 이를 근거로 국회를 통제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계엄을 일찍 끝낼 거 였다면서 어떻게 군 병력의 국회 출동부터 선관위 전산망 점검까지 마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는 질문입니다.
'계몽성 경고 계엄' 주장과 '빨리 끝낼 계엄' 주장을 동시에 찌른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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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심 재판 최후진술까지 이어진 12.3 내란 옹호

지난 5일 저녁, 윤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미리 준비해 온 26쪽 분량의 의견서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거대 야당이 줄탄핵과 입법 폭거로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며 계엄의 정당성을 재차 주장했습니다.

"국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호소형 계엄선포"였다는 주장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내란'특검의 공소사실과 달리, 자신은 장기독재를 꿈꿔본 적도 없다면서 친위 쿠데타설도 부인했습니다.

재판이 모두 끝나고 나서는 특검 검사들에게 찾아가 악수를 건네고 지지자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법정 안에서 환호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과 그 변호인단, 그리고 지지자들은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대쪽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계엄"이란 없습니다.

12.3 계엄의 본질은 수세에 몰린 대통령이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제압하고 포고령을 통해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막아 세우려 한 사실입니다.

내란우두머리 혐의 피고인 윤석열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내년 1월 26일에 이뤄집니다.

변윤재 기자(jaenalist@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863875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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