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에 기웃기웃, 발길이 만든 인연…사람에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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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방문했을 때는 담양의 나무와 강, 여유로운 자연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카페 사장님과 빵집 아주머니, 식당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새로운 주민을 유치하는 것 못지않게 사람들이 지역을 자주 찾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담양살이는 이주와 정착 사이에서 지역과 연결되는 또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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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기획자 9명, 담양서 3주간 생활
20~22일 ‘기웃기웃 페스타’ 직접 기획
정주와 이주 사이 새로운 가능성 모색

낯선 지역을 여행하는 것과 그곳에서 살아보는 것은 다르다. 골목을 걷고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조금씩 동네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연이 생기기도 한다.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 지역사회의 과제로 떠오르면서 많은 지자체가 청년들의 이주와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곳에 뿌리내리기 전에 잠시 머물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러한 질문을 안고 전국에서 모인 청년들이 담양에서 ‘정주와 이주 사이’의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 나섰다.
전남문화재단은 청년 문화기획자 9명이 지난 2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일원에 머물며 축제를 준비하는 ‘2026 사가지 더 파이널’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3주간 담양에서 생활하며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기웃기웃 페스타’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사가지’는 ‘사회적 가치 지향’을 줄인 말로,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 문제를 살피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청년 기획자 육성사업이다. 재단은 2022년부터 개인별 활동을 지원해 왔으나 올해는 청년들이 하나의 조직을 꾸려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방식을 바꿨다. 서로 다른 분야의 기획자들이 함께 일하며 경험을 나누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강승진 총괄멘토는 “기존의 기획자 교육은 강의와 개별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뤄져 활동이 각자의 지역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는 하나의 조직에서 함께 일하며 지역을 넘어 협력할 수 있는 동료 관계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준비하는 ‘기웃기웃 페스타’의 주제는 ‘정주와 이주 사이’. 지역에 정착하거나 떠나는 두 가지 선택을 넘어 잠시 머물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반드시 주소를 옮기지 않더라도 지역을 자주 찾고 일상에 참여하며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참여자들은 가상의 회사 ‘전남이주공사’를 꾸렸다. 구례와 순천, 강진, 광주, 무안, 영암, 남양주, 춘천 등에서 모인 9명은 문화예술교육과 영화제, 지역 잡지,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기획자들이다. 담양 출신은 한 명도 없어 모두가 낯선 동네를 알아가는 입장이다.
운영 방식은 실제 회사와 비슷하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함께 일하며 기획과 홍보, 경영지원 등 역할을 나눠 맡는다. 행사 예산도 직접 집행하고 정산한다. 지난 9월 처음 만난 이들은 10월 소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담양을 살핀 뒤 본격적인 축제 준비에 들어갔다.

‘기웃기웃 페스타’는 오는 20일부터 사흘간 해동문화예술촌과 담양읍 일원에서 펼쳐진다. 지역 상점과 생산자들이 참여하는 장터를 비롯해 오래된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만들기 체험 등이 마련된다. 전국의 문화기획자들이 모여 경험을 나누는 시간도 준비한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보다 방문객들이 동네에 머물며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탁 씨는 “우리 모두 담양에서는 외부인인 만큼 동네를 알아가고 주민들과 관계를 맺으며 축제를 구상했다”며 “한 번 즐기고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축제 이후에도 다시 담양을 찾을 이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시도는 인구 감소 시대에 지역문화의 역할도 돌아보게 한다. 새로운 주민을 유치하는 것 못지않게 사람들이 지역을 자주 찾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담양살이는 이주와 정착 사이에서 지역과 연결되는 또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강기문 전남문화재단 문예창작팀장은 “지역이 스스로 문화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문화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함께 일하는 이번 시도가 새로운 기획자를 키우는 계기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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