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소차 넘어 철강·선박까지…'수소엑스포 2026'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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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수소차 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었는데, 전시장에 와보니 별의별 기술이 다 있네요. 수소가 이렇게 여러 곳에 쓰일 수 있는 줄 몰랐어요."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6(WHE 2026)'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3)군은 다양한 수소 활용 기술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다.
또 개발중인 수소전기기관차 모형과 연료전지 모듈도 함께 전시해 철도 분야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선박의 동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200kW급 수소연료전지 모듈을 전시했고, 테라릭스는 군사용 장비부터 드론, 데이터센터의 비상전원까지 활용할 수 있는 소형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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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수소차 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었는데, 전시장에 와보니 별의별 기술이 다 있네요. 수소가 이렇게 여러 곳에 쓰일 수 있는 줄 몰랐어요."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6(WHE 2026)'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3)군은 다양한 수소 활용 기술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다.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WHE 2026'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까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박람회로, 12개 나라 197개 기업·기관이 참가했다. 행사 기간에는 중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해외 바이어 21개사와 국내 수소기업 50여곳이 참여하는 수출상담회도 마련됐다.
특히 올해 전시회는 '수소, 시장으로 나아가다: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를 현실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수소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철강·화학 등 산업 공정에 활용할 수 있어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생산·충전·운송 시설이 부족해 사업화가 어렵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소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에 무게가 실렸다.
수소를 활용하는 분야에서는 자동차를 넘어 철도와 선박, 철강 등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상용화된 수소전기 승용차 넥쏘, 수소전기 청소트럭, 수소전기 트럭 등을 전시해 수소 모빌리티의 현황을 보여줬다. 장거리 운행과 잦은 가동이 요구되는 트럭, 트레일러 등 상용차 특성을 고려해 내구성을 강화한 전용 연료전지 시스템도 선보였다. 또 개발중인 수소전기기관차 모형과 연료전지 모듈도 함께 전시해 철도 분야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이 전시한 수소자동충전로봇 'ACR-H'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현재 수소충전소는 전문지식을 갖춘 직원이 반드시 충전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인력이 낭비되는 단점이 있는데, 이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을 이용하면 향후 운전자가 내릴 필요없는 완전한 '무인 충전소' 운영으로도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의 활용처는 자동차에만 머물지 않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선박의 동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200kW급 수소연료전지 모듈을 전시했고, 테라릭스는 군사용 장비부터 드론, 데이터센터의 비상전원까지 활용할 수 있는 소형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소개했다.
현대제철은 이번 행사에서 수소환원제철 기반 철강산업으로의 전환 방향을 소개했다. 기존 제철공정에서는 석탄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등을 이용해 철광석의 산소를 제거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생성돼 제철공정의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해선 대규모 그린수소 공급망과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수소 생산에 있어서는 대형화와 분산화가 핵심키워드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스택의 실물을 전시하고 앞으로의 수소 생산 시설 확장 로드맵을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스택 12개를 결합해 5메가와트(MW)급 전해조 스택 모듈(ESM)을 구성하는 설계를 처음 공개했다. 이런 모듈 방식은 그동안 미국·중국 등 해외 업체에 의존해왔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를 90% 이상 국산화했다.
ESM 1기의 연간 수소 생산능력은 약 700톤으로, 이를 여러 기 연결하면 수백MW 규모의 대형 수소 생산시설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광주에서 1MW급 수전해 시설을 실증하고 있으며, 제주와 보령 등에서도 추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생산설비뿐 아니라 소형 수전해 기술도 등장했다. 하이드로엑스팬드는 2킬로와트(kW)급 음이온교환막(AEM) 수전해 시스템을 선보였다. 전기와 물을 공급하면 하루 약 1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다. 수소를 사용하는 현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분산형 공급모델을 겨냥한 것이다.
이같은 생산 기술들은 공통적으로 생산 효율을 높여 생산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수전해 방식은 생산 과정에서 전력을 다량 소비하기 때문에 설비 효율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저렴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그린수소를 생산하려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가 필요한데, 국내는 해외보다 재생에너지 전력 가격이 비싸 수소 생산비용도 높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수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된 수소를 어떻게 저장하고 운반할 것인가도 이번 전시의 주요 관심사였다.
수소저장용기 제조사 성우하이텍은 원통형 수소저장용기를 용량별로 전시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단한 강철 탱크지만 내부에는 플라스틱 소재의 라이너를 적용하고 바깥을 탄소섬유와 유리섬유로 감싼 경량화 용기다. 수소를 저장하기 위해 고압력을 유지하면서도 무게를 줄이기 위한 구조다. 버스나 화물트럭은 장거리 운행을 위해 이러한 저장용기를 여러 개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수소차, 수소충전소 기업관계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수소를 효율적으로 저장·운반할 수 있는 해결책인 '액화수소'에도 많은 관심이 모였다. 액화수소는 수소를 영하 253℃ 극저온으로 액화시킨 것으로 기체 형태와 달리 고기압으로 보관할 필요가 없어 비교적 안전성이 뛰어나고 운반에도 용이하다. 다만 온도가 상승하면 수소가 기화되면서 손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단열과 압력 제어가 중요하다.
액화수소 탱크트레일러를 선보인 하이리움은 같은 용량의 탱크로 250㎏ 운반할 수 있던 수소를 3.1톤까지 운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탱크에는 외부 열의 유입을 막기 위한 진공 단열 구조가 적용돼 액화수소의 기화로 인한 손실도 0.2%대로 최소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본 에바라 제작소 역시 액화수소의 대량 이송을 위한 극저온 승압 펌프를 선보였다.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설비에서 축적한 기술을 수소에 적용한 것으로, 액화수소를 기화 없이 안정적으로 이송하는 기술이다.
수소를 고체 물질과 결합시켜 저장하는 방법도 있었다. 수전해 및 수소순도 조절 기술을 보유한 지필로스는 수소 금속저장 시스템을 소개했다. 티타늄이나 니켈, 망간 등 수소와 결합력이 좋은 금속에 수소를 흡수시켜 저장하는 방식으로, 고압 압축 없이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에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결합한 수소를 떼어내려면 열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 면에선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처럼 전시장에서는 수소를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저장·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한 기술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수소 수요는 1억톤을 넘어섰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인 저배출 수소 생산량은 약 100만톤에 불과했다. 전체 수소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세계 수소 수요 대부분이 여전히 정유·화학 등 기존 산업에 집중된 가운데, 청정수소의 높은 생산비용과 부족한 수요가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만난 수소생산업체 한 관계자는 "국가에서 발표한 수소 산업 로드맵대로면 지금 국내 수소 단가는 1㎏당 5000원이어야 하는데 아직도 1만원이나 한다"며 "사실상 목표의 절반 수준밖에 도달하지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보다 과감한 지원과 규제 특례를 늘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 한 연구원은 "부스를 방문한 프랑스 기업인이 '한국은 관련 규제가 강해서 기술을 개발해도 쓰지를 못하지 않느냐'고 지적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확인한 다양한 기술이 실제 시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만큼이나 이를 구매할 수요와 안정적인 사업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수소를 만드는 설비부터 대량으로 운송하는 탱크,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와 산업설비까지. 킨텍스 전시장에 펼쳐진 수소산업의 미래는 이전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전시장에서 선보인 기술들을 실제 산업현장에서 경제적으로 작동시키는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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