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에서 시작해 37년…남문시장에 피어난 꽃만두 ‘정애네’ [먹어볼 만두][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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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남문시장 골목에는 먹음직스러운 냄새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오래된 분식집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손만두와 국물에 담긴 어묵 꼬치, 빨간 양념이 꾸덕꾸덕하게 졸아든 떡볶이까지.
'먹어볼 만두' 네 번째 주인공은 1989년 문을 열고 37년째 변함없는 손맛을 이어온 수원 남문시장의 '정애네 손만두·어묵'이다.
평소라면 간장이나 양념장에 찍어 먹었을 만두를 붉은 매운 어묵 소스에 찍어 먹어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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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빚은 만두에 고소한 들깨가루…아삭한 김치만두도 별미
20년 단골이 알려준 ‘매운어묵 소스’ 조합…달큰한 쌀떡볶이도
수원 남문시장 골목에는 먹음직스러운 냄새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오래된 분식집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손만두와 국물에 담긴 어묵 꼬치, 빨간 양념이 꾸덕꾸덕하게 졸아든 떡볶이까지. 익숙한 시장 풍경 속 이곳에는 지나는 사람들부터 20년 넘게 찾아오는 단골손님의 입을 사로잡은 시간들이 있다.
‘먹어볼 만두’ 네 번째 주인공은 1989년 문을 열고 37년째 변함없는 손맛을 이어온 수원 남문시장의 ‘정애네 손만두·어묵’이다.

■ “예쁘잖아요”…손 많이 가도 고집하는 장미꽃 만두
가게 앞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수북하게 쌓인 만두였다.
일반적인 반달 모양과 달리 만두피를 둥글게 오므려 꽃잎처럼 빚어낸 모습이 독특하다. 하얀 고기만두와 붉은 김칫소가 비치는 김치만두가 나란히 놓이니, 마치 꽃이 핀 듯하다.
“왜 만두를 이런 모양으로 빚으세요?” 이유를 묻자 조정애 사장은 “예쁘잖아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장미꽃처럼 모양을 잡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고기만두를 한입 베어 물자 부드러운 만두피 속으로 고기와 채소의 담백한 맛이 퍼졌다. 씹을수록 올라오는 고소한 향의 비결은 바로 들깻가루였다.
조 사장은 “들깻가루를 넣으면 만두가 훨씬 맛있다”라며 “(들깻가루의) 가격이 올라도 만두에 넣는다”라고 설명했다.
김치만두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만두소에 들어간 김치가 지나치게 무르지 않아 씹을 때마다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 고기만두가 고소함으로 대결한다면 김치만두는 씹는 재미가 돋보였다.
■ “만두를 어묵 소스에?”…20년 단골이 알려준 이색 조합
정애네의 고기만두를 조금 더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 가게 곳곳에 놓여 있는 빨간 통에 담긴 ‘비법 소스’를 활용하면 된다. ‘매운 어묵 소스’를 발라도 되고 찍어 먹을 수도 있다.
이곳을 20년 넘게 찾았다는 단골의 블로그 후기에 적힌 그대로 색다른 조합에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평소라면 간장이나 양념장에 찍어 먹었을 만두를 붉은 매운 어묵 소스에 찍어 먹어보기로 한 것이다.
고기만두에 소스를 듬뿍 묻혀 한입 베어 물었다. 처음에는 들깻가루의 고소함이 느껴지더니 곧이어 매운 소스 특유의 감칠맛이 입안을 채웠다. 담백한 만두와 매콤한 소스가 예상보다 훨씬 잘 어울렸다.

빨간 매운 어묵도 빼놓을 수 없는 시그니처 먹거리다. 소스는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단맛과 감칠맛이 진해 어묵은 물론 만두와도 좋은 궁합을 자랑했다.
어묵 국물 역시 단골의 추천을 참고해 색다르게 즐겨봤다. 일반 어묵 국물과 매운 국물을 반반 섞는 방법이다.
일반 어묵 국물은 해산물 향이 강한 육수보다는 시장에서 흔히 맛보던 정석적인 어묵 국물에 가까웠다. 여기에 매운 국물을 반반 섞자 부드러운 감칠맛에 칼칼함이 더해졌다.
■ 달콤하고 꾸덕꾸덕한 양념…추억의 시장 쌀 떡볶이
만두와 어묵을 맛봤다면 이제 떡볶이 차례다.
정애네의 떡볶이는 화려한 토핑이나 강한 매운맛 대신 쌀떡에 빨간 양념이 진득하게 달라붙은, 우리가 익히 아는 시장 떡볶이의 모습이다.
떡 하나를 집어 먹자, 쌀떡 특유의 쫀득한 식감이 먼저 느껴졌다. 이어 달콤하면서도 꾸덕꾸덕한 양념이 입안을 채웠다.
국물이 흥건한 떡볶이와 달리 양념이 떡에 착 달라붙어 맛이 진했다. 지나치게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어린 시절 시장 노점에서 먹던 떡볶이를 떠올리게 했다.

■ 시장통 노점에서부터 37년…“3대가 함께 찾아와요”
정애네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89년. 올해로 37년째다.
처음에는 남문시장 통로에서 손수레로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12년 전 지금의 가게로 옮기기까지 주변 풍경은 달라졌지만, 손으로 직접 만두를 빚는 주인장 부부의 일과는 그대로다.
조 사장이 처음 장사를 시작한 것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삶이 녹록지 않았던 시기에 가게를 열었고, 지금껏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맛을 지키려는 노력 덕분”이라고 했다.
가게는 오전 11시에 문을 열지만, 손님맞이 준비는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만두의 특성상 전날 재료를 준비해 놓고 아침에 나와 만두를 직접 빚어 판매한다. 그는 “장사를 오후 8시30분에 끝내고 설거지 같은 걸 하면 거의 밤 11시30분이 된다”며 “다음날 장사를 준비하면 거의 새벽까지 일한다”라고 했다.
그렇게 이어온 가게에는 오랜 단골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수십 년째 가게를 찾는 손님은 물론, 친구를 데려오거나 3대가 함께 방문하는 가족들도 있다고 한다. 조 사장은 자신이 만든 만두를 먹고 입덧이 사라졌다며 고마움을 전한 임산부 손님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37년간 수없이 빚어낸 장미꽃 만두. 정애네에는 오늘도 남다른 만두향으로 행인들의 오감을 붙잡고 있다.
이실유 기자 lsy0808@kyeonggi.com
허나우 기자 rightnow@kyeonggi.com
남희정 인턴기자 southeee921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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