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갈등에 ‘블루 쓰나미’ 변수까지…73년 한미 동맹 ‘시계 제로’

박성의 기자 2026. 11. 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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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넘게 지켜온 혈맹에 균열이 생기는 것일까. 한미 동맹에 이상 신호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을 덮친 '블루 쓰나미(Blue Tsunami)'가 새 변수로 떠올랐다.

한미 간 갈등에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정부의 동맹 관리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한미 동맹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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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정부-의회 ‘이중권력’ 시대…시험대 오른 이재명의 실용외교
불협화음 속 현안 산더미…전작권 이견·SCM 연기·정보 공유 제한
정부, 청해부대 작전 확대 카드…美 압박 대비한 협상 포석 해석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70년 넘게 지켜온 혈맹에 균열이 생기는 것일까. 한미 동맹에 이상 신호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을 덮친 '블루 쓰나미(Blue Tsunami)'가 새 변수로 떠올랐다. 11월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탈환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하원이 이르면 다음 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CNN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일각에선 트럼프가 민주당의 공세 차단을 위해 헤그세스 장관을 먼저 경질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 주요 안보 현안을 놓고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이재명 정부로서는 협상 상대와 의회 권력 구도가 동시에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을 맞았다.

문제는 미국의 정치적 격변이 한미 간 갈등이 누적된 시점에 찾아왔다는 점이다. 한국 국회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에 제동이 걸린 데 이어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양국의 이견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북 정보 공유까지 일부 제한된 가운데,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트럼프가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과의 사전 조율 없는 북·미 담판이 현실화할 경우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질 수 있다.

ⓒChatGPT 생성이미지

노무현은 부시와 충돌하고도 FTA…李는?

한미 간 갈등에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정부의 동맹 관리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야권이 외교·안보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도 외교·안보 라인 쇄신론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의 권력 지형까지 급변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한미 동맹의 지난 73년은 숱한 갈등과 타협의 나이테를 쌓아온 역사다. 특히 역대 진보 정부는 출범할 때마다 워싱턴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쉽지 않은 숙제를 떠안았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시각차와 외교·안보 노선의 차이가 번번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

김대중 정부는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정책을 둘러싼 이견에 부닥쳤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갈등이 한층 선명해졌다. 자주국방을 강조한 노 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전작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북핵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역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대북 제재 완화 등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그럼에도 한미 관계의 파국은 없었다. 양국은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동맹의 균형을 찾아왔다.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했다. 안보 분야의 이견을 경제협력으로 보완하며 동맹의 기반을 넓힌 셈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발판으로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고, 같은 해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데 기여했다.

숱한 갈등 속에서도 한미 동맹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쉽게 분리될 수 없는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에 미국은 핵심 안보 동맹이자 주요 경제협력국이다. 미국 역시 한국을 중국 견제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한 핵심 협력국으로 인식해 왔다. 안보·경제·지정학적 이해관계에 6·25 전쟁을 통해 형성된 역사적 유대까지 더해지면서 이념과 정책의 일부 이견에도 동맹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맞이한 동맹의 방정식은 한층 복잡해졌다. 변수는 트럼프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73년 혈맹의 역사적 유대마저 손익계산서의 뒷순위로 밀리는 양상이다. 방위비와 관세, 대미 투자를 한데 묶어 동맹의 대가를 따지는 거래주의가 더욱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EPA 연합

'난기류' 안보 협력…美 의회 설득도 과제로

이런 상황에서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한미 동맹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11월5일(현지시간) 기준 야당인 민주당은 상원에서 최소 54석을 확보했고, 하원에서도 최소 245석을 차지하며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축으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쳤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는 뼈아픈 패배다.

미 정가에서는 공화당 패배의 주원인으로 미국의 안보 정책이 지목된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와 물가 상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다. 민주당이 의회 양원을 장악하면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예산 심사와 인사 검증, 의회 조사 등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은 민주당의 압승이 한미 동맹, 한국의 안보 정책에 미칠 영향에 주목한다. 크게 두 시선이 있다. 우선 트럼프의 약해진 입지가 한미 동맹에 반드시 악재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간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의 일방적 동맹 운용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실제 그레고리 믹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지난 9월 민주당 의원 21명과 함께 트럼프의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 조기 중단을 비판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훈련을 중단한 것이 한미 동맹의 신뢰와 한반도 억지력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이 핵 비확산 원칙에 엄격하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 1월 에드워드 마키, 제프 머클리 등 민주당 상원의원 4명은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핵연료 협력에도 미 의회의 검증이 한층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작권 전환 역시 미 의회의 감독과 견제 대상인 만큼 새 의회의 출범이 협상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 국방 수장 교체 가능성까지 새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는 교체 가능성을 공개 부인했지만, 교체설이 불거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한미 안보 협상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초로 미뤄진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앞두고 미국 측 핵심 협상 상대가 바뀔 경우 전작권 전환을 비롯한 주요 현안의 협의 일정과 방향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방 수장 교체설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한미 간 핵심 안보 현안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한미 안보 협력의 시간표는 어긋난 상태다. 10월28일 강신철 국방장관과 헤그세스 장관은 제58차 SCM을 내년 초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SCM이 해를 넘기는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무리하고 구체적인 전환 목표연도를 도출하려 했다. 그러나 미 측은 필요한 군사적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양국의 갈등은 군사·안보 분야를 넘어선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와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의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되거나 지연되면서다. 특히 진 위원장은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방문을 앞두고 출국 직전까지 비자를 받지 못했다. 10월31일 결국 비자를 발급받아 예정대로 방미했지만, 동맹국 국방위원장의 공식 외교 일정마저 무산될 뻔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을 남겼다.

더욱 민감한 것은 한미 정보 당국 간 갈등이다. 10월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미국의 대북 핵심 정보 공유와 관련해 "일부는 제한되지만, 우리가 대비태세에 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일부 대북 정보에 제한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북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협의체에서도 미국 측 요구로 국가정보원이 참석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5월 청해부대 48진 왕건함의 부산작전기지 출항 모습. 왕건함은 청해부대 49진 충무공이순신함과 임무를 교대한다. ⓒ연합뉴스

'동맹 청구서' 대비? 청해부대 작전구역 확대

여기에 한반도 외교의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코리아 패싱'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밝힌 데 이어,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조현 외교장관은 10월27일 국회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 대화와 관련해 "한국이 너무 앞서 나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미 간 불협화음은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정동영 통일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등 이른바 '자주파' 인사들의 대북관을 미국이 불신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미 측이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정 장관의 대북 정책에 불만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한국에 정보·방첩 분야에서 오랜 '동맹의 기준'을 준수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한미 동맹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12일 "우리의 모든 외교는 한미 동맹에서부터 출발하는데, 여기에 균열이 생겼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외교·안보 라인의 인적 쇄신을 촉구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도 협상력 확보를 위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국방부는 11월5일 청해부대의 작전구역 확대와 전력 증강을 담은 파견 연장 동의안 수정안을 확정해 국회 제출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작전구역을 기존 아덴만 일대에서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 남방 해역까지 넓히고, 파견 병력도 320명에서 최대 395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해상초계기와 기뢰 제거 전력도 추가된다. 다만 호르무즈해협 자체는 이번 작전구역에 포함되지 않으며, 실제 관련 작전 참여에는 별도의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해적 활동 증가와 해상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외교·안보 일각에서는 미국의 추가적인 동맹 기여 압박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과 관련해 동맹국의 부담 분담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도 기여할 수 있는 카드를 미리 마련했다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과 핵추진잠수함 등 미 협조가 필요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동맹 기여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 의회의 권력 교체와 안보 라인 개편 가능성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한미 동맹의 균열을 봉합하고 협상 주도권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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