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매가 날아오르자 마이클 잭슨이 떠올랐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2026. 11.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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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의 에코테인먼트]
하남시에서 열린 맹금류 방사 행사장서
푸른 하늘로 돌아간 맹금류의 날갯짓
팝의 황제와 얽힌 아련한 추억을 깨우고
잊혀가는 전통에서 새 가능성을 찾다
지난 10월 10일 하남시 유니온타워 야외광장에서 맹금류 방사 행사가 열렸다. 세계 철새의 날을 기념해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가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참매,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소쩍새 같은 맹금류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센터에서 보호하고 인공 증식한 개체들이라 더욱 뜻깊다.
세계 철새의 날인 10월 10일 하남 유니온파크에서 열린 맹금류 방사 행사에서 시민들이 하늘로 날아오른 매를 올려다보고 있다. /김성주

새를 좋아하고 생태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조류 단체 회원들이 모여 작은 축제를 벌였다. 자원한 시민들의 손을 떠난 새들은 훨훨 날아갔다. 치료와 보호를 거쳐 야생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부모의 둥지를 떠나 독립하는 것 같았다. 길든 수지니가 야생의 날지니로 돌아가는 셈이다.

매가 비상하는 모습은 늠름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매서운 눈에 매끄러운 날개를 가진 매. 행사에 참여한 아이는 매를 매만지다 구령에 맞춰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그동안 보살핀 정성은 아랑곳없이 매는 매몰차게, 그리고 옹골찬 날갯짓으로 날아올랐다.

우리는 매와 관련된 말을 흔히 쓴다. 시치미는 매의 주인을 밝히려고 이름과 주소를 적어 꽁지깃이나 발목에 매단 네모꼴 뿔(쇠뿔 조각) 표지를 말한다. '시치미를 떼다'는 남의 매에 달린 시치미를 떼고 제 것처럼 쓰던 데서 유래해 '알고도 모른 척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행사를 이끈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황대인 센터장은 매섭다, 매끄럽다, 매만지다, 매몰차다도 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옛날 같으면 이 매들의 꽁지에도 시치미가 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 매들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꽁지에 시치미를 달지 않은 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에서 치료와 보호를 받던 매가 시민의 손을 떠나 하남의 푸른 가을 하늘로 돌아가고 있다. 매의 기세와 눈매가 용맹스럽다. /김성주

매의 모습은 무척 늠름하고 웅장하다. 그 모습이 무엇을 닮았을까. 매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매끄럽게 가르는 순간, 문워크로 미끄러지던 마이클 잭슨이 보였다. 새 중에 황제가 매라면 팝의 황제는 단연 마이클 잭슨이다. 노래와 춤으로 세계를 열광시킨 그 사람.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7년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그가 살아서 이 자리에서 함께 매를 날렸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나는 마이클 잭슨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마음 한구석이 애잔해진다. 나는 마이클 잭슨을 두 번 보았다. 첫 번째는 1996년 내한공연이었고, 두 번째는 1999년 6월 그가 에버랜드를 찾았을 때다. 당시 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투자 이야기가 오가면서 찾아온 걸음이었다.

에버랜드는 기념식을 열어 그를 환영했다. 손님들이 구름처럼 모였고, 철새처럼 잠시 머물다 갈 귀빈을 위해 텃새인 우리 직원들까지 경호에 동원되었다. 당시 대리였던 나도 그 틈에 끼었다. 경호를 위해 원을 세 개 만들었다. 가장 안쪽 1선은 그의 경호원들이, 2선은 에스원 직원들이, 3선은 에버랜드 직원들이 맡았다.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그를 둥글게 에워쌌다. 강강술래가 3중으로 둘러쳐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문에서 기념식장까지 100여 미터를 그렇게 걸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모습이지만 어쩌랴, 귀빈 중의 귀빈인데.

물론 중간에 밀려드는 인파에 강강술래는 깨졌다. 다방구 하듯 누군가 우리 손을 끊었고 사람들은 마이클 잭슨에게 몰려갔다. 우리도 달려갔다. 아수라장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까치발을 들지 않고도 앞으로 밀려가 지척에서 그를 보았다. 얼마나 감격스러웠던지.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손도장을 찍는 동판 제막식에서 나는 뭔가 전달할 것이 있어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와중에 내게 밀려 누군가가 넘어졌다. 하필 우리 직원이었다. 우리 팀 막내. 입사한 지 1년이 안 된 병아리였지만 일을 야무지게 하고 인사성도 밝고 예쁘장한 후배였다. 우리는 가끔 밥도 같이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오누이 같은 사이였다.

빌리 진(Billie Jean) 같던 후배가 힘들어 보이면 위로(Heal the World)했고, 너는 혼자가 아니다(You Are Not Alone)라고 말했고. 우리 팀은 하나(We Are the World)라고 했다. 참고로 괄호 안의 영어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 제목들이다.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빵빵 터지던 그녀. 속으로 이제는 뭔가 되었다(The Girl Is Mine) 싶었다. 

그러나 내가 못 보고 밀쳤나 보다. 그 밀침 하나로 상황은 순식간에 위험한(Dangerous) 공포영화(Thriller)가 되었다. 그날부터 후배는 문워크라도 하듯 내게서 한 걸음씩 멀어졌다. 왜 그러느냐 물으니 내가 밀었단다. 단단히 삐친 후배는 나더러 밀지 말고 저리 가요(Beat It)라고 했다.  

마이클 잭슨 덕분에, 전문 용어로 '나가리'가 되고 말았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거라고 오리발을 내밀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1999년 세기말은 끝났다. 

그래서 마이클 잭슨 생각만 하면 쓰라리다. 후배는 그 사실을 모른다.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말이다. 삐친 것은 잠시뿐이었으니 지금까지도 가끔 안부를 주고받는다. 지금은 어엿한 사업가가 되었다. 그것도 아주 성공한 CEO. 병아리가 봉황이 된 셈이다. 나는 지난 글에서 반추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것만큼은 무척 아쉽다. 마이클 잭슨이 밉다. 그는 한국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세계 철새의 날에 날아간 매들은 지금쯤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사냥하고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맹금류를 아끼고 헌신하는 황 센터장 덕분이다. 센터에는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날개가 꺾인 새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센터는 그런 새를 치료하고, 줄에 매달아 먹이를 향해 낮게 날게 하는 줄밥부르기로 다시 날 수 있는 힘을 길러 하늘로 돌려보낸다. 

황 센터장은 매를 일상에서 활용하는 방법도 제안한다. 매가 나타나면 작은 새들은 도망친다. 이를 이용해 공항에서 새를 쫓을 수 있다. 스페인 말라가 공항은 맹금류 46마리를 키우며 매일 새벽 날려 황새와 갈매기를 막는다고 한다.

삼국시대부터 매를 길러 온 나라인데 우리 공항은 아직 엽총과 폭음경보기에 기댄다. 천연기념물이라 함부로 다루지 못하지만 전통 문화 보전 차원에서 매를 활용할 길을 찾아볼 만하다. 매는 이미 날아올랐는데 우리는 쓰는 법에 시치미를 떼고 있다.

☞수지니= 사람의 손에서 길들여진 매를 가리키는 말.

☞날지니= 야생에서 자란 매를 가리키는 말.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한양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관광과 엔터테인먼트를 전공했다. 삼성에버랜드에서 오랫동안 '환상의 나라'를 설계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는 슬로우빌리지 대표이자 컨설턴트로 변신해 농촌에 행복의 마법을 부리는 중이다. 한국수달보호협회 수도권서부지회장으로서 생태 보호에 앞장서고 있으며, 한국사회적농업협회 부회장을 맡아 치유농업과 6차 산업을 이끌고 있다. 사람과 생명이 함께 웃고, 모든 이가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유쾌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또는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