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만에 8.4조 털었다"…北 코인 회수 기회는 며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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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킹조직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에서 8조원이 넘는 코인을 빼내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0분이었다. 탈취 자금을 동결하고 회수할 수 있는 '골든타임' 역시 길어야 며칠에 불과해 한국과 미국, 일본의 실시간 공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제재가 해킹 자체를 막지는 못하지만 탈취한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비용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한미일이 자금세탁 경로와 지갑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 탈취 자금을 되찾을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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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트레이더트레이터 지목…약 27억달러 동결

북한 해킹조직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에서 8조원이 넘는 코인을 빼내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0분이었다. 탈취 자금을 동결하고 회수할 수 있는 '골든타임' 역시 길어야 며칠에 불과해 한국과 미국, 일본의 실시간 공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로벌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의 아리 레드보드 글로벌 정책 총괄은 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런 사건에서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도난 자금을 동결하고 회수할 수 있는 시간은 몇 달이 아니라 몇 시간 또는 며칠"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금융당국이 사건 직후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를 소집해 보안 상태를 점검하고 출금에 주의하도록 한 초동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외교적 대응은 상대적으로 신중하다며 한미일이 제재 대상과 의심 지갑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9일 발생했다. TRM랩스에 따르면 해커는 바이낸스 지갑에서 10개 블록체인에 걸쳐 약 63억6000만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빼냈다. 당시 환율을 달러당 1340원으로 적용하면 약 8조5200억원이다. 대부분의 자금은 약 20분 동안 빠져나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공격 배후로 북한 정예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공식 지목했다. FBI는 이들이 탈취 자산을 주로 이더리움으로 바꾼 뒤 탈중앙화금융(DeFi)과 즉시 교환 서비스를 이용해 추가 세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레드보드 총괄도 "온체인과 오프체인에서 확보된 강력한 증거를 토대로 북한의 소행임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트레이더트레이터는 가짜 채용 제안과 면접 등을 이용해 가상자산업체 직원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은 뒤 내부 인증정보와 송금 권한을 탈취하는 수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격에서도 해커들은 사전에 소액 송금으로 지갑과 공격 코드를 시험한 뒤 한꺼번에 자금을 빼냈다. TRM랩스는 해커가 공격 전에 50개의 서명된 승인 명령을 준비한 정황을 포착했다. 자금 이동을 자동화해 업계와 수사기관의 동결 조치보다 빠르게 움직이려 했다는 분석이다.
해커들은 동결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발행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신속하게 바꿨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약 3억2500만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을 약 20분 만에 이더리움으로 교환했다. 업계의 동결 조치는 범행이 시작된 지 약 1시간 뒤부터 이뤄졌다.
TRM랩스 기준 약 27억달러는 사건 발생 수 시간 안에 동결됐다. 그러나 해커는 이달 3일 기준 약 24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여전히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탈취 자금 일부는 자체 발행한 토큰과 유동성 풀, 대출 영수증 토큰, 여러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브리지 등을 거치며 복잡하게 세탁되고 있다.
레드보드 총괄은 해커 개인만 제재해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탈취한 코인을 실물 화폐로 바꾸는 장외거래(OTC) 브로커와 중개인 등 자금세탁 인프라를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미국·일본과 제재 명단을 통일하고 의심 지갑 주소와 식별자를 거래소에 즉시 전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재와 동결 요청이 자금 이동 이후에 전달되면 실제 회수로 이어지지 못하고 상징적인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는 고객 자산 대부분을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하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됐다. 다만 거래소마다 다른 동결 절차와 기관 간 실시간 협조체계의 부재는 보완해야 할 약점으로 지목됐다. 사건 발생 후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의심 거래가 포착되는 즉시 지갑과 자금을 차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을 향한 압박도 주문했다. 레드보드 총괄은 북한이 중국의 자금세탁망과 장외거래상을 이용해 가상자산을 현금화하고 있다며 관련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수사와 소환, 제재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재가 해킹 자체를 막지는 못하지만 탈취한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비용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한미일이 자금세탁 경로와 지갑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 탈취 자금을 되찾을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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