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뒤 같은 회사에 재고용돼도 절반은 월급 또 깎였다

이동준 2026. 11. 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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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뒤 다니던 회사에 다시 고용된 근로자 대부분이 정년 전과 같은 일을 하는데도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사업체 절반 이상은 재고용 때 임금을 한 번 더 깎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제조업, 도소매업, 운수·창고업,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등 6개 업종에서 정년제와 재고용제를 함께 운영하고 최근 5년 안에 실제로 정년퇴직자를 다시 고용한 10인 이상 사업체 451곳과 이곳의 재고용 근로자 167명을 조사했다.

다만 정년퇴직과 재고용 전후로 직무·임금·근로시간이 조정되는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기업의 자의적 운영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가 정년연장에 따라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을 뿐, 정년퇴직 뒤 재고용되는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어떤 기준과 절차로 정할지는 규정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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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용 근로자 월급, 퇴직 전보다 평균 39만5000원 줄어
정규직으로 정년 맞은 1961년생, 셋 중 한 명은 연금 전 벌이 끊겨
AI생성 이미지
정년퇴직 뒤 다니던 회사에 다시 고용된 근로자 대부분이 정년 전과 같은 일을 하는데도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사업체 절반 이상은 재고용 때 임금을 한 번 더 깎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년을 앞두고 임금피크제로 한 번, 정년 뒤 다시 계약하면서 또 한 번 월급이 줄어드는 것이다.

앞선 5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발간된 ‘노동리뷰’ 10월호 특집에는 노세리 선임연구위원의 ‘재고용제도 확산의 성과와 한계’와 이승호 연구위원의 ‘소득 크레바스 기간의 고령 노동’이 실렸다.

특집 주제는 ‘정년퇴직자의 고용기간 연장’으로, 법정 정년(60세)과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 사이에 소득이 비는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 기간의 일자리와 소득을 다뤘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제조업, 도소매업, 운수·창고업,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등 6개 업종에서 정년제와 재고용제를 함께 운영하고 최근 5년 안에 실제로 정년퇴직자를 다시 고용한 10인 이상 사업체 451곳과 이곳의 재고용 근로자 167명을 조사했다.

재고용 사례가 있는 사업체만 골라 업종별로 표본을 할당한 조사다.

◆ 같은 일, 같은 시간…달라진 건 계약서

그 결과 조사 사업체의 90.2%는 재고용 근로자를 정년 전과 같은 직무에 배치했다. 근로자 조사에서도 재고용 뒤 소정 근로시간이 줄지 않았다는 응답이 89.8%였다. 업무 생산성이 정년 전과 같다고 평가한 사업체는 78.7%였다.

달라진 것은 고용 형태였다. 사업체들이 꼽은 재고용 근로자의 주된 계약 형태는 촉탁직·기간제 계약직이 75.6%였고, 정규직은 11.1%에 그쳤다.

기업이 퇴직자를 다시 쓰는 이유도 비용보다 숙련이었다. 재고용제를 운영하는 이유 1순위로 ‘숙련과 경험을 가진 인력의 지속적 활용’을 꼽은 곳이 63.9%로 가장 많았고, ‘인건비 절감 효과’를 꼽은 곳은 1.3%였다.

◆ 임금피크제로 한 번, 재고용 때 또 한 번

임금은 임금피크제를 두고 있는지에 따라 갈렸다. 조사 사업체 451곳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곳은 79곳(17.5%)이었다.

이 가운데 46.8%는 재고용 뒤에도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그대로 줬지만, 53.2%는 이미 낮아진 임금을 기준으로 다시 깎았다. 임금피크제 적용 임금의 절반도 주지 않은 곳도 7.6%였다.

반면 임금피크제가 없는 사업체는 77.6%가 재고용 뒤에도 정년 직전 임금을 유지했다. 임금을 깎은 곳은 22.4%로 임금피크제 운영 사업체보다 30.8%포인트 낮았다.

같은 ‘유지’라도 무게가 다르다. 임금피크제가 없는 곳의 유지는 정년 직전 임금을 지킨다는 뜻이지만, 임금피크제를 둔 곳의 유지는 이미 깎인 임금을 이어 준다는 뜻이다.

재고용 이유로 인건비 절감을 든 곳은 1.3%뿐인데, 임금피크제를 둔 곳 절반 이상은 재고용을 계기로 임금을 한 번 더 낮춘 셈이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임금피크제 운영이 재고용자 비율 확대로 이어지는 결과도 뚜렷하지 않았다”며 “임금삭감만으로 고용연장을 촉진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근로자 쪽 평가도 같은 방향이었다. 재고용 근로자가 매긴 보상 만족도는 정년 전 3.50점에서 재고용 뒤 3.37점으로 떨어져 직무 만족도(3.71점→3.66점) 등 다른 항목보다 하락 폭이 컸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일부 사업체에서는 직무와 근로시간이 유지되는데도 임금이 삭감되었다”며 “임금은 연령이나 정년 도달 여부보다 실제 직무, 역할, 근로시간, 업무량 및 책임을 기준으로 결정하고, 그 기준과 산정방식을 근로자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그래도 재취업보다는 덜 깎였다

개인 단위로 봐도 재고용은 소득이 줄어드는 길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노동패널조사를 활용해 1955∼1961년생 가운데 58, 59세에 정규직으로 일한 308명이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까지 어떤 길을 걸었는지 분석했다.

같은 직장에서 비정규직으로 계속 일한 경우는 ‘재고용’, 다른 직장에 취업하거나 창업한 경우는 ‘재취업’으로 나눴다.

재고용된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퇴직 전 292만9000원에서 퇴직 후 253만4000원으로 39만5000원(13.5%) 줄었다. 재취업한 사람은 퇴직 전 임금이 364만7000원으로 더 높았지만 퇴직 후 월평균 노동소득은 243만3000원으로 33.3% 줄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재고용 쪽에 퇴직 전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사람이 많아, 두 감소율의 차이를 볼 때 집단 구성의 차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재고용 때 깎이는 폭은 최근 세대에서 커졌다. 퇴직 전후 임금 감액률은 1955, 1956년생 12.5%, 1957∼1960년생 10.3%였다가 1961년생에서 19.3%로 뛰었다.

이 연구위원은 재고용제가 대기업으로 넓어지면서 고임금 근로자의 재고용이 늘어난 결과로 봤다. 1961년생 재고용자는 퇴직 전 임금(381만7000원)이 앞 세대보다 크게 높아 재고용 후 임금(308만원)도 함께 높았다.

◆ 공백 길어질수록 ‘벌이 끊긴’ 사람 늘었다

연금을 받을 때까지 일을 잇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분석 대상의 54.6%는 연금을 받을 때까지 기존 정규직 일자리를 지켰고, 20.8%는 재고용이나 재취업으로 소득을 이어 갔다. 나머지 24.7%는 퇴직 뒤 일을 하지 않아 노동소득이 끊긴 기간을 겪었다.

소득 단절은 정년과 연금 사이 간격이 긴 세대일수록 두드러졌다. 61세부터 연금을 받은 1955, 1956년생은 연금 전 일자리 없이 지낸 비율이 12.5%였지만, 63세부터 받는 1961년생은 33.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정규직 일자리를 연금 받을 때까지 지킨 비율은 68.8%에서 44.6%로 떨어졌다. 반면 재고용·재취업으로 소득을 이은 비율은 세대마다 20% 안팎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 연구위원은 “정년연장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면, 재고용제도는 노동소득 감소를 완화하고 주된 일자리 고용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과도기적 정책 수단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년퇴직과 재고용 전후로 직무·임금·근로시간이 조정되는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기업의 자의적 운영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누굴 다시 쓸지, 얼마 줄지 회사가 정한다

이러한 가운데 재고용은 원한다고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제도도 아니었다. 노 선임연구위원 조사에서 재고용을 원하는 근로자를 원칙적으로 모두 다시 뽑는 사업체는 20.8%에 불과했다.

41.2%는 대상자를 골라 뽑았고, 37.9%는 두 방식을 함께 썼다. 대상자를 고르는 기준 1순위는 숙련·전문성 수준(42.6%)이었고, 근로자의 재고용 희망과 의지를 꼽은 곳은 3.1%였다.

운영 기준도 느슨했다. 재고용 관련 규정이나 지침을 따로 둔 사업체는 53.2%였고, 재고용제 운영을 두고 노사협의나 단체교섭을 하지 않은 곳이 66.7%였다. 10∼29인 사업체는 이 비율이 80.0%에 달했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가 정년연장에 따라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을 뿐, 정년퇴직 뒤 재고용되는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어떤 기준과 절차로 정할지는 규정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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