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형제 덕에 웃음도 네 배… “아이 키우며 제 성격도 밝아졌죠”
[아이들이 바꾼 우리]
안미정·모하마드 다즈 부부

지난 2일 저녁 경기 양주시 덕정동의 한 아파트. 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가니 “안녕하세요”하는 인사가 메아리처럼 4번 연속으로 들려왔다. 키는 들쑥날쑥 달랐지만 웃음꽃 핀 얼굴은 꼭 닮은 네 형제 다하(13)·주하(11)·민하(8)·로하(3)의 목소리였다. 안미정(48)·모하마드 다즈(39)씨에게 “아이 넷 키우기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부부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힘든 게 하나도 없어요. 넷이라서 육아가 훨씬 쉽습니다.”
부부는 2010년 가을, 업무 관계로 처음 알게 됐다. 남편 모하마드씨는 한국에서 원단을 사서 본국인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국가들에 판매하는 사업을 했고, 아내 안씨는 이런 회사들을 거래처로 둔 작은 무역회사 사무직이었다. 그렇게 일하며 지내다가 2011년 여름, 모하마드씨가 안씨에게 고백했고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안씨는 “다른 바이어들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냈는데, 남편은 한 번도 화내지 않았고 매번 웃는 얼굴로 이야기했다”며 “그 모습에 호감이 생겨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서 모하마드씨가 웃으며 “아내가 너무 예뻐서 보면 미소가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결혼까지는 쉽지 않았다. 이슬람교를 믿는 모하마드씨는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등 문화 차이가 적지 않았고, 양가 가족도 반대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낸 두 사람은 2012년 봄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에서 혼인 선서를 한 뒤 부부가 됐다. 아내 안씨는 결혼 전엔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기가 귀엽게 느껴진 적도 없고,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시끄럽다’는 생각이 앞설 만큼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첫째 다하가 생긴 후 완전히 바뀌었다. 안씨는 “다하를 임신하고 난 뒤로는 신기하게도 주위에 보이는 아이들이 너무 예쁘게 보이더라”며 “이렇게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인 줄 일찍 알았다면 좀 더 빨리 결혼해서 다섯째까지 낳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네 형제는 모두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다. 안씨는 셋째 민하까지 자연분만으로 낳았다. 35세에 첫째, 37세에 둘째, 40세에 셋째를 출산하는 등 노산이었음에도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안씨는 “자연분만을 하면 막 힘들다가 어느 순간 아이가 ‘쑥’하고 나온다. 그러고 아이 얼굴을 처음 마주할 때 그 기분은 출산의 고통이 바로 잊힐 만큼 감격스럽고 행복하다”며 “넷째 출산 때는 45세로 나이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 돼 제왕절개를 했다. 자연분만을 못해 조금 아쉽다”라고 말했다.
부부가 네 형제와 외출할 때면 어르신들로부터 “나라에서 상 줘야 한다” “네 명이나 키우느라 고생이 많다” 등의 얘기를 적지 않게 듣는다. 안씨는 “이런 응원의 말을 들으면 감사하고 힘이 난다”면서도 “사실 우리 부부는 식구가 많다 보니 경제적인 부담은 좀 있어도 육아 때문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건 거의 없다”며 웃었다. ‘네 형제’이기에 육아가 더 쉽다는 것이다. 부모가 계속 놀아주지 않더라도, 네 아이들끼리 잘 놀고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덕분이다. 안씨는 “첫째 한 명만 있을 땐 혼자니까 옆에 붙어서 챙겨주고 놀아줘야 했다”며 “그때는 육아가 힘들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넷이서 알아서 잘 노는 걸 보면 아이들이 많을수록 육아 어려움이 줄어든다는 게 확 체감된다”고 했다.
네 형제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부부는 아이 넷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한 명이 속 썩인 일은 금세 잊게 된다고 했다. 아이들이 속상하게 할 때도 분명히 있는데, 그때마다 다른 아이들이 옆에 와서 조잘조잘 수다 떨고 예쁜 짓을 하니 속상했던 일을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고 한다.
아이 넷의 성격이 모두 다른 점도 육아하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부부는 첫째는 든든하고, 둘째는 애교가 많고, 셋째는 착하고, 넷째는 보고만 있어도 예쁘다고 했다. 이처럼 저마다의 개성은 다르지만 네 형제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동일하다. 부부가 아이들한테 가족을 챙겨야 한다고 별로 얘기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간식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먹지 않고 “우리 식구들이랑 먹을래요” 하면서 집으로 챙겨오는 일이 많다고 한다. 집에서 과자나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도 “이따가 형한테 줄거야”라면서 일부분을 따로 챙겨두기도 한다. 안씨는 “형제가 많은 만큼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렇게 우애 좋은 형제들로 자라줬으면 한다”고 했다.
부부도 네 형제를 키우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중이다. 아내 안씨는 원래 조용하고 말이 없는 성격이었다. 네 아이를 키우며 웃음이 끊이지 않게 됐고, 이전보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남편 모하마드씨는 여섯 식구를 책임지는 가장으로 한국에서의 삶을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 안씨 부부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행복은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엔 알 수 없다”며 “이 행복을 더 많은 사람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구전략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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