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주취 중 발언 전혀 기억 못해···그 상태에서 무슨 계엄 논의하고 가담자 포섭하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 최후진술에서도 12·3 불법계엄 선포가 “헌법수호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거대야당이라는 악성종양 제거를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내란사태의 ‘민간인 비선’이었던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역시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조진구·김민아 고법판사)는 5일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노 전 사령관 등의 내란 우두머리·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약 1시간 20분간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헌정붕괴와 국정마비로 나라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음을 주권자에게 알리고 각성시켜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저들은 헌법상 권한을 남용해왔지만, 저는 헌법의 틀 안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을 떠올렸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어 “국회나 선관위 같은 헌법 기관을 무력화시킨 사실이 없고, 군경이 시민이나 국회의원, 공무원을 상대로 억압과 폭력을 행사한 사실도 없다”며 “국회의 정치적 통제를 수용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행사가 내란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헌법상 권한으로 선포하고 국회는 국회권한으로 해제 요구를 하라는 뜻이었다. 서로 당당하게 헌법대로 하자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저는 장기독재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저는 오로지 ‘지금 현재의 이 헌법’을 지키고 수호하려 한 것”이라며 “제가 내란죄를 저질러 놓고 반성하지 않는다고 한다. 법리에도 맞지 않는 황당한 논리와 거짓 증거를 들이대고, 정치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만찬자리나 술자리에서 다소 취기에 젖어 대통령의 비상대권 운운했다면 오히려 그 당시에는 계엄 같은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반증이 되는 것”이라며 “저는 주취 중 발언은 전혀 기억하지도 못하고 그런 상태에서 무슨 계엄을 논의하고 가담자를 포섭한다는 것이냐”라고 주장했다.
김용현 전 장관은 “지금 대한민국은 악성종양을 넘어, 암덩어리가 발생해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거대야당의 입법독재라는 암덩어리를 수술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와 종북·반국가세력, 선거의 공정성 훼손을 ‘3가지 암덩어리’로 지목했다.
‘버거 보살’ 노상원 전 사령관도 “12·3 계엄 관련 저는 장관의 요청에 대해 나름대로 성의껏 도우려 했고 이에 대해 일체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치게 돼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반면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은 계엄 당시 자신들의 판단과 대응을 후회한다며 사과했다. 조 전 청장은 국회 출입 통제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했다. 김 전 서울청장도 “국가적 위기와 혼란의 순간에 국민의 안전과 민주적 질서를 보호할 공직자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저에게 내려지는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에게는 징역 30년, 노 전 사령관에게는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조 전 청장과 김 전 청장에게는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은 지난달 29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김 전 장관에게는 무기징역, 노 전 사령관에게는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조 전 청장과 김 전 청장에게는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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