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시내버스 개편 1주일 "유령지하철 역까지 포함"…시민들 뿔났다

윤태민 기자 2026. 11. 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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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개통’ 2호선 역명 先반영
정류소 113곳 명칭 놓고 곳곳 혼선
버스 운행 시간 증가·배차 지연 등
전화 민원만 누적 3천190건 달해
市 "현장 대응 강화…불편 최소화"
5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중흥동 광주역 버스정류장에서 한 시민이 변경된 시내버스 노선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행된 시내버스 노선 개편 이후 노선 변경과 정류소 명칭 변경 등에 따른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

"시장과 관계 공무원들이 한 달만 출퇴근길에 시내버스를 타봤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노선을 이렇게 바꿨는지 모르겠습니다."

5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박종근(30)씨는 9년 만에 단행된 시내버스 전면 개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아직 운행하지도 않는 도시철도 2호선 역명이 정류소에 버젓이 붙어 혼선을 빚는 데다, 노선 변경으로 이동 시간과 배차 간격도 늘어나면서 박씨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편된 광주권 시내버스 노선체계는 지난달 31일부터 시행 중이다. 시내버스 노선 개편으로 기존 103개 노선이 115개로 확대됐다. 정류소 57곳이 신설되고 19곳이 폐지·통합됐다. 113곳의 명칭도 변경됐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교통 환경은 악화일로다. 기존에 이용하던 버스가 폐지되거나 배차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정류소 명칭에도 개통되지 않은 지하철 2호선의 예정 역명과 출구 번호가 미리 반영되면서 이용객들의 혼란이 극에 달했다.
 
5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의 기존 '금호시영아파트' 버스정류장 모습. 시내버스 노선 개편으로 도시철도 2호선 개통에 앞서 정류소 명칭이 '금호역'으로 변경됐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

특히 방림역·치평역·금호역 등은 도시철도 2호선 개통에 앞서 버스 정류소 명칭부터 변경되면서 혼란을 빚고 있다. 아직 지하철역이 개통하지 않아 실제 열차를 이용할 수 없는데도 정류소에는 역명이 먼저 적용된 것이다.

직장인 서민창(29·서구 금호동)씨는 "갑자기 정류소 이름이 지하철역 명칭으로 바뀌어 다른 곳인 줄 알았다"며 "지하철이 개통할 때 바꿔도 늦지 않았을 텐데 혼란만 커졌다"고 말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도시철도 2호선 금호역의 개통 전 모습. 도시철도 2호선 개통이 2028년 12월로 미뤄졌지만, 인근 시내버스 정류소에는 '금호역'이라는 명칭이 먼저 적용돼 시민들의 혼란을 낳고 있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

당초 도시철도 2호선 1단계는 2027년 말 개통할 예정이었으나 2028년 12월로 일정이 늦춰졌다.

2단계는 2035년 12월로 조정된 상태다.

시는 지하철 개통에 맞춰 버스 체계를 다시 변경하면 시민 불편이 반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 개편 계획을 유지했다.

버스 노선 변경에 따른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곳곳의 정류장에서는 시민들이 변경된 노선도와 휴대전화 앱을 번갈아 확인했고, 일부 승객은 버스에 오르기 전 운전기사에게 목적지를 일일이 묻기도 했다.

주부 한진숙(68·여)씨는 "몇십 년 동안 타던 버스는 번호만 봐도 목적지를 알았는데 지금은 노선표를 찾아보려 해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배차 간격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한 시민은 "배차시간을 단축한다더니 잘 타고 다니던 버스는 없어지고 15분마다 오던 버스가 30분 만에 왔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시민들의 혼란은 민원 건수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4일 오후 6시 기준 시에 접수된 전화 민원은 누적 3천190건으로 이날 하루에만 740건이 접수됐다.

시의회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강수훈 시의회 통합도시교통위원장은 "도시철도 2호선 개통이 늦어졌는데도 정류소 명칭을 미리 변경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이번 개편은 시민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 관점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접수된 각종 민원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시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앞으로 두 달간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실제 운행 상황과 교통카드 이용자료 등을 분석해 노선과 배차 간격을 보완할 방침이다.

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노선 단축과 환승 부담 등에 따른 시민 불편이 접수되고 있다"며 "주요 정류소 200곳에 안내 인력을 배치해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시민 의견과 운행 상황을 면밀히 살펴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