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브루클린 힙합 소년에서 美의회 수장으로… 하킴 제프리스의 도전

이규화 2026. 11. 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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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루클린의 힙합 문화를 즐기던 소년이 미국 의회의 권력 정점에 선다.

202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끈 하킴 제프리스(56·뉴욕주 제8선거구)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내년 1월 새 의회에서 하원의장에 선출되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하원의장이 된다.

제프리스는 특히 '미국은 너무 비싸다'(America is too expensive)라는 구호를 앞세워 주거비와 의료비, 육아 부담 등 민생 문제를 공략할 방침이다.

결국 제프리스의 진정한 시험은 트럼프를 얼마나 강하게 비판하느냐가 아니라 민주당이 실제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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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변호사 출신, 미 역사상 첫 흑인 하원의장 눈앞
펠로시식 강경 통솔 대신 대화와 합의… 신중함 강점
행정부 조사·민생대책으로 의회 주도권 확보 나설 듯
진보·중도 당내 균열 봉합이 관건… 당 재건 어깨에
차기 미 하원의장이 유력한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의원. AP 연합뉴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뉴욕 브루클린의 힙합 문화를 즐기던 소년이 미국 의회의 권력 정점에 선다.

202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끈 하킴 제프리스(56·뉴욕주 제8선거구)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내년 1월 새 의회에서 하원의장에 선출되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하원의장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백악관을 견제할 민주당의 최고 사령탑이 되는 셈이다. 미 권력 의전서열 3위가 되기도 한다.

제프리스의 정치적 출발점은 브루클린의 흑인 공동체였다. 1970년 사회복지사인 어머니와 약물중독 상담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크라운하이츠에서 성장했다. 마약과 범죄가 지역사회를 흔들던 1980년대, 부모는 그에게 교육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흑인 최초 여성 연방 하원의원 셜리 치점은 어린 시절 그의 정치적 롤모델이었다.

빙엄턴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뒤 조지타운대에서 공공정책 석사학위를 받았고, 뉴욕대 로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했다. 대형 로펌 폴 와이스와 비아컴·CBS에서 변호사로 일했지만, 기업 법률가의 길 대신 공직을 택했다. 2006년 뉴욕주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2012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이듬해 워싱턴에 입성했다.

그의 정치적 성장에는 흑인 정치권의 후원과 차세대 지도자들의 연대가 있었다. 2022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뒤를 이어 민주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것도 그 결과다. 펠로시와 달리 강한 통솔력보다는 동료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당을 이끌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2일 제프리스를 집중 조명한 기사에서 그를 치밀한 전략가이자 동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지도자로 평가했다. 다만 지나치게 신중하고 숙고하는 성향은 결단이 필요한 순간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펠로시가 강한 통솔력으로 당을 이끌었다면 제프리스는 설득과 협상을 통해 결속을 유지하는 스타일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그는 공개석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거침없이 비판하지만, 당내 의사결정에서는 절충점을 찾는 데 공을 들인다. 브루클린 출신답게 힙합 음악을 즐기며 비기 스몰스와 제이지 등 래퍼들의 가사를 연설에 인용하는 것도 그의 독특한 면모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탄핵 심판 당시에는 헌법적 논리와 대중문화의 언어를 결합한 연설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합의형 리더십이 민주당의 모든 갈등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악시오스는 지난 9월 8일 보도에서 제프리스가 진보 진영의 거센 불만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보편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에 대한 유보적 태도와 이스라엘 군사 지원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진보 성향 의원들은 제프리스가 당의 변화 요구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이제 그의 과제는 소수당 지도자에서 다수당 의회 수장으로 역할을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4일 제프리스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의회 조사와 서민의 생활비 부담 완화를 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료보험과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 문제, 행정부와 기업 간 유착 의혹 등이 주요 견제 대상이다. 하원 다수당은 청문회와 조사위원회 운영, 법안 표결을 주도할 수 있어 백악관에 대한 감시 권한도 한층 커진다.

제프리스는 특히 ‘미국은 너무 비싸다’(America is too expensive)라는 구호를 앞세워 주거비와 의료비, 육아 부담 등 민생 문제를 공략할 방침이다. 다만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백악관과 상충하는 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힐 수 있다. 국가부채 한도와 연방정부 예산처럼 초당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서는 공화당과의 협상도 불가피하다.

결국 제프리스의 진정한 시험은 트럼프를 얼마나 강하게 비판하느냐가 아니라 민주당이 실제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중도층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진보 진영의 개혁 요구를 수용하고, 의회 견제 기능을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브루클린에서 출발한 힙합 세대 정치인이 미국 민주당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지, 앞으로 2년이 2028년 대선의 향방까지 좌우할 전망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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