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무단횡단 방지펜스, 보행 동선·상가 접근성 논란

권오석 기자 2026. 11. 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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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5㎞ 설치…설치·유지보수에 매년 1억 원 투입
상인 “위험구간 집중해야”…시 “통행량·주민 의견 종합 검토”
▲ 영천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서부동 평생학습관 앞 도로에 무단횡단 방지휀스가 설치돼 있다 . 권오석 기자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설치한 무단횡단 방지휀스가 오히려 도심 보행환경과 상권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단횡단 사고 예방이라는 명분 아래 설치된 시설물이 보행 동선을 단절시키고 상가 접근성을 떨어뜨리는가 하면 운전자 수리비 부담까지 초래하면서 현장 여건에 맞는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천시는 보행자 무단횡단 사고 예방을 위해 어린이보호구역과 사고 발생지역, 학교·시장·버스승강장 등 보행자 통행이 많은 구간을 중심으로 약 6.5㎞의 무단횡단 방지휀스를 설치했다.

▲ 영천문화원 앞 도로 무단힝단 방지휀스 곳곳이 교통사고로 파손돼 있다. 권오석 기자

무단횡단 방지휀스 내구연한은 5년으로 설치와 유지보수에 매년 1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문제는 시설물의 양보다 설치의 적정성이다. 서부동에서 동부동까지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이어진 방지휀스는 도로 양측의 보행 동선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상가 접근을 어렵게 한다는 불만을 낳고 있다.

안전을 위한 시설물이 지역 상권에는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보행자가 적은 일부 외곽도로와 무단횡단 위험이 낮은 구간까지 시설물이 설치되면서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실제 탑마트 앞 도로 방지휀스는 설치 연한이 지나 최근 철거됐지만, 맞은편 상가가 없고 평소 보행량도 많지 않아 애초 설치의 적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 영천시 동부동 탑마트 앞 도로 무단횡단 방지휀스가 내구연한이 끝나 철거된 상태이다. 권오석 기자

반면 보행자 통행이 많은 시청 뒷길 등 주변에는 방지휀스가 없는데 비해 삼산아파트~중앙초등학교 도로에는 설치돼 있어 구간별 설치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상인 A씨는 "도심 전체를 펜스로 가로막아 놓으니 손님들이 길을 건너지 못해 발길이 줄었다"며 "무단횡단 위험이 적은 도로보다 공설시장이나 학교 주변처럼 실제 통행량이 많고 사고 위험이 높은 곳에 집중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전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문제다. 방지휀스는 여러 부재가 연결된 구조여서 차량 접촉사고가 발생하면 일부 부품 교체만으로 복구하기 어려워 원상복구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자 B씨는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연결된 휀스 전체 수리비가 청구될 수 있어 부담이 크다"며 "안전을 위한 시설이 운전자에게 지나친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 영천시청오거리 주변 축협 앞 도로 무단횡단 방지휀스가 교통사고로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권오석 기자

결국 무단횡단 방지휀스 문제는 설치 여부가 아니라 어디에,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설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보행자 안전을 명분으로 모든 도로를 시설물로 채우는 방식은 지속가능한 교통안전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에는 충분한 안전시설을 확보하되, 불필요한 구간은 재검토하고 보행 동선과 상권 접근성을 함께 고려하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 영천시 법원이 있는 북문통 도로는 차선규제봉이 설치돼 있다. 권오석 기자

영천시 관계자는 "현재 시내 전 구간에 무분별하게 설치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있다"며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사고 위험지역과 사고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교통량, 보행자 통행량, 도로 여건, 주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효율적으로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행자 안전과 도시 활력은 함께 지켜야 할 가치다. 안전시설의 양적 확대보다 설치의 적정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시민 안전은 물론 도시미관과 지역 상권을 함께 지키는 해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