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 운동은 어디로 가나?…균열과 내상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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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공화당이 기록적인 참패를 당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기반이던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이 기로에 서게 됐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극우 포퓰리즘을 본격화했던 마가 운동과 그 연합은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소멸이나 분열은 아니어도 치명적인 내상을 받고 동력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그는 마가 운동이 당내 주류를 완전히 접수하지 못하면 선거에서 지속적인 열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해, 마가 세력과 공화당 기존 세력과의 주도권 싸움을 예고했다.
■ 대중의 사회경제 지위 향상 없으면 마가는 생환= 대선 출마를 모색 중인 전 시카고 시장이자 주일 미국대사를 지낸 민주당의 램 이매뉴얼은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마가가 아닌 공화당원들이 공화당과 결별했다는 점"이라며 "문제는 우리가 이번 선거를 일시적인 거래적 승리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구조적 전환의 계기로 만들 것인가이다. 2027년에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가 그것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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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건 공화 지지층이나 무당파에 부정적 영향
마가의 보수 정체성 운동은 공화당 상수로 남아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공화당이 기록적인 참패를 당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기반이던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이 기로에 서게 됐다.
트럼프는 이번 중간선거에 앞서 “나의 이름이 투표지에 있다고 생각하고 투표하라”고 무려 47차례나 반복했다. 3일 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참패가 확실해지자 “투표지에 내가 없었고, 만약 내가 투표지에 있었다면 우리는 압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말에서 절반은 진실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그의 주문대로 트럼프의 이름이 투표지에 있는 것처럼 투표장으로 나왔다. 다만, 트럼프에 반대하는 뜻을 담은 투표로 공화당에게 참패를 안겼을 뿐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극우 포퓰리즘을 본격화했던 마가 운동과 그 연합은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소멸이나 분열은 아니어도 치명적인 내상을 받고 동력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화당의 참패를 안긴 트럼프에 대한 심판은 그의 대통령 재선까지 추동한 마가 진영의 균열과 내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가 연합 균열…비백인 중하류층 이탈=공화당의 텃밭이었던 텍사스·사우스캐롤라이나·캔사스 등 ‘딥 사우스’(남부 심부) 혹은 ‘딥 리퍼블리컨’(공화당 심부) 지역까지 민주당이 상원의원이나 주지사를 몇십년만에 차지한 데서 잘 드러난다. 이 지역들은 마가 운동 출현 이전부터 공화당의 텃밭이었는데 민주당에게 참패한 것은 마가 운동과 그 연합이 균열을 넘어 기존 온건 공화당원이나 무당파 유권자들에 부정적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학 학위가 없는 중하류층 백인 및 농촌 유권자에 대학 학위가 없는 비백인층을 더한 마가 연합에 기대어 재선에 성공하고, 공화당을 장악했다.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대학 학위가 없는 비백인 유권자 층에서 공화당 지지율을 2016년 대비 두 배 가까운 4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같은 약진은 중남미계와 아시아계는 물론이고 흑인 남성층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이런 성과는 공화당의 가장 충성도 높은 지지층인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비대졸 백인 중하류층 유권자의 인구 감소로 인한 인구통계학적 위기를 극복할 탈출구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매우 결정적이었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트럼프가 이른바 ‘다인종 노동자 계층 연합’을 구축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공화당 우위 구도의 정계 개편을 이뤘냈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그런 환호를 무색케 한다. 하원의원 투표 성향을 측정한 전국 출구조사에서 민주당은 중남미 유권자의 61%, 아시아계의 69%, 흑인 유권자의 88%(흑인 남성 83% 포함), 18~29세 청년층의 71%를 휩쓸었다. 더 넓은 범주의 비대졸 비백인 유권자 집단 전체에서도 민주당은 67 대 29의 압도적인 격차로 공화당을 앞서며 2024년보다 훨씬 개선된 성적을 기록했다. 이런 결과는 민주당이 이들 집단에서 2020년 대선 당시의 격차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음을 뜻한다. 사실상 2024년에 트럼프가 거두었던 상승분을 모두 지워버린 셈이다.
트럼프 지지율 하락도뿐만 아니라 그 지역적 범위도 심각하다. 2년 전 트럼프가 55%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했던 오하이오, 텍사스, 사우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캔자스 등지에서조차 과반의 유권자가 트럼프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핵심 경합주들에서는 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인 비대졸 백인 유권자의 약 절반마저 그의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 마가가 오히려 공화당 지지 갉아먹어=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여전히 30%대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마가 연합의 해체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핵심 분자들인 백인 민족주의, 기독교 복음주의, 빅테크 우파 극상류층 등은 여전히 마가 연합의 중추로 남아있다. 하지만, 마가 운동이 현재로서는 지지층 확장이 아니라 오히려 축소라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당층과 대졸 백인 남성을 포함한 주요 스윙 보터 계층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쪽으로 다시 돌아섰다. 특히 내륙 및 러스트 벨트 주들에서 민주당은 백인 노동자 계층의 표심을 일부 회복했다.
마가 운동이 공격의 표적으로 삼았던 소수자, 소수인종, 이민자에 대한 공격 등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마가 핵심층이 열광한 강경한 이민자 단속, 대학 및 기업의 다양성 정책 반대, 특유의 거친 '진보파 놀려주기’ 언행 등은 미국민의 다수가 등을 돌리게 했다. 기존의 공화당 지지층마저 이탈시켰다. 아이다호의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그렉 스트림플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온건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 무당층의 이탈 과정이 올해 초 미니애폴리스에서 미국 시민 2명이 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 사건은 트럼프의 국정 의제가 도를 넘었다는 명백한 신호였다”고 해석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 이민자 문제가 가장 첨예한 텍사스에서 중남미계 여성인 지나 이노호사가 주지사에 당선됐다.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한 공격 표적으로 삼았던 민주사회주의와 무슬림 후보의 대표적 인사인 압둘 엘사예드가 미시간 중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트럼프의 제2 고향이자 마가 운동의 본산이자 최근 역대 대선에서 공화당에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플로리다마저 크게 돌아섰다. 공화당의 바이런 도널드 하원의원이 주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주지사로 당선됐으나, 표차는 불과 1%포인트 남짓이다. 이는 지난 2022년 론 드샌티스 전 주지사가 거둔 19%포인트 차 압승과 비교하면 지지 기반이 현저히 무너진 것이다.
마가 운동의 부정적 여파로 인한 공화당 지지층의 균열과 중도 무당층의 대거 이탈은 경합주 상원 선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텍사스 선거에서는 민주당 투표층의 99%가 제임스 탤러리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반면, 트럼프가 지원한 켄 팩스턴 후보는 공화당원의 88%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무당층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에게 무려 30%포인트 가까운 표 차이를 안겼다. 오하이오에서는 셰러드 브라운 전 상원의원이 민주당원의 97% 지지를 받은 반면 공화당의 존 허스테드 상원의원은 공화당원의 90%만을 결집했다. 중도층은 민주당 후보를 25%포인트 차로 지지했다.
■ 마가와 공화당 기존 세력 대결 재점화= 마가 운동의 미래와 관련해 남은 문제는 공홛을 참패시킨 민주당 승리의 성격이다. 비당파 여론조사 및 사회과학 리서치 전문 기관인 사회과학연구해결소(SSRS)의 ‘유권자 조사’에 따르면, 투표자의 과반인 약 53%가 민주당에 비호감 태도를 보여 호의적인 응답보다 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유권자의 60% 이상이 트럼프의 정책이 경제를 망쳤다고 답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린 바르렉 정치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선거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휘발유 가격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정치적 성격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마가 연합이 완전히 와해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공화당이 트럼프 체제 아래에서 당의 원동력이 되어준 이민이나 다양성 문제 등 마가의 “정체성 기반 정책’’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내정책보좌관을 지낸 조 그로건은 트럼프가 정치 지형을 영구히 바꿔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여전히 트럼프의 공화당 안에 머물고 있다”며 “트럼프주의가 통째로 거부당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은 착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에 유익한 내부 토론은 일부 있겠지만, 조지 부시가 두 차례 대선 승리를 이끌었던 시절의 정당으로 되돌아갈 만한 거대한 동력이 있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가 운동의 전략가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전략보좌관은 선거에 앞서 “지방 풀뿌리 지지층의 열기가 식고 있다”며 운동의 침체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마가 운동이 당내 주류를 완전히 접수하지 못하면 선거에서 지속적인 열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해, 마가 세력과 공화당 기존 세력과의 주도권 싸움을 예고했다.
■ 대중의 사회경제 지위 향상 없으면 마가는 생환= 대선 출마를 모색 중인 전 시카고 시장이자 주일 미국대사를 지낸 민주당의 램 이매뉴얼은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마가가 아닌 공화당원들이 공화당과 결별했다는 점”이라며 “문제는 우리가 이번 선거를 일시적인 거래적 승리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구조적 전환의 계기로 만들 것인가이다. 2027년에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가 그것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나 자유진보 진영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마가 운동이 다시 생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국민 다수 대중의 사회경제적 몫을 확대하는데 보다는 소수자나 인종 등 정체성에 기반한 동원으로 집권해 왔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 집권 시에도 미국의 소득 양극화는 심화되어 왔고, 민주당은 대도시 고학력자들의 정당이 됐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는 보수세력 정체성 운동인 마가 운동이라는 거대한 역풍을 부른 한 요인이다.
민주당에서 진보파를 대표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중간선거 결과 발표 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극심한 이 시점에, 우리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노동자 가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싸워야 한. 더 이상 변명은 통하지 않니다”고 말했다. 노동자나 중하류층의 사회경제적 지위 개선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 조처를 민주당이 주도하지 못하면 마가 운동이 다시 부상할 것이란 경고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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