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2만례, 고위험 53.6%…경기북부 모자의료 책임지는 일산차병원[K-메디컬리포트]

천선휴 기자 2026. 11. 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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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저위험이라고 생각했던 산모라도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 하나에 순간적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분만은 단순한 의료 행위가 아닙니다. 24시간 언제든 산과·부인과·마취과 전문의가 즉시 개입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이 전제되어야만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예측 불허의 순간이 빗발치는 분만실,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24시간 생명의 안전망을 지켜내는 의료진이 있다.

단순한 분만 규모를 넘어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진료 체계를 구축해 온 김의혁 분만센터장을 만나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와 대한민국 분만 의료의 현실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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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부인과·마취과 전문의 24시간 협진…경기북부 분만의 21.2% 담당
김의혁 분만센터장 "위급한 순간 생명 지키는 건 결국 시스템"
김의혁 일산차병원 분만센터장이 진료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아무리 저위험이라고 생각했던 산모라도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 하나에 순간적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분만은 단순한 의료 행위가 아닙니다. 24시간 언제든 산과·부인과·마취과 전문의가 즉시 개입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이 전제되어야만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예측 불허의 순간이 빗발치는 분만실,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24시간 생명의 안전망을 지켜내는 의료진이 있다. 경기 북부 권역 중증 모자 의료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일산차병원의 김의혁 분만센터장의 이야기다.

김 센터장은 2005년 전문의 취득 이후 20년 넘게 밤낮없이 분만실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이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쌍둥이까지 출산한 겹쌍둥이 산모의 고난도 제왕절개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생명의 최전선을 지켜왔다.

초저출생 여파로 전국 곳곳에서 분만 인프라가 급격히 무너지는 가운데 그가 이끄는 일산차병원 분만센터는 개원 후 불과 6년 9개월 만에 '누적 분만 2만 건'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기준 지난해 경기 고양시 전체 분만의 52.1%, 경기 북부 전체 분만의 21.2%를 담당했고, 전체 분만 중 고위험 분만 비율만 53.6%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지역 거점 의료기관이다.

단순한 분만 규모를 넘어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진료 체계를 구축해 온 김의혁 분만센터장을 만나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와 대한민국 분만 의료의 현실을 들어봤다.

—6년 9개월 만에 누적 분만 2만 건을 달성했다. 이 성과가 갖는 의미는.

▶경기 고양시 자체가 산모 수가 아주 많은 도시는 아닌데 2만 건을 해냈다는 것은 일산차병원이 경기 북부 모자 의료의 중심 병원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주변 차병원 네트워크 중에서도 작년에 우리 병원이 분만을 가장 많이 했다. 단순히 '차병원'이라는 브랜드 때문이 아니라 원장을 비롯해 의사, 간호사 등 모든 의료진이 밤낮없이 노력한 결실이다. 요즘 산모들은 단순한 안전을 넘어 '좋은 시설에서 편안하고 격조 높게' 출산하길 원하는데 이러한 니즈를 잘 충족시킨 결과라고 본다.

—고위험 분만 비율이 53.6%에 달하는데 현장에서 체감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산모의 고령화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졌다. 나이가 들면 인슐린 저항성이 커져 임신성 당뇨나 고혈압, 조산, 전치태반 등의 위험이 커지고 비만도나 과거 제왕절개 이력 등도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많아지면 여러 부작용을 안고 임신을 유지할 확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최근 선택 제왕절개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에 대한 생각은.

▶마취 기술과 수술 재료가 발전하면서 자연분만과의 회복력 차이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에게 가혹한 최근의 판례 경향과 24시간 산모 곁을 지켜야 하는 의료진의 극심한 피로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의학적으로 가능한 산모라면 회복과 다음 임신을 위해 자연분만이 유리한 측면이 많지만 현실적인 의료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가 제왕절개 증가를 이끌고 있다.

일산차병원만의 차별화된 고위험 진료 경쟁력을 꼽는다면.

▶핵심은 '24시간 전문의 대응 시스템'이다. 10명의 산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매일 야간 당직을 선다. 전공의에게 위임하지 않고 언제 오든 전문의 진료를 받는다. 특히 산과뿐만 아니라 부인과 전문의도 24시간 동시 당직을 선다. 대량 출혈이나 자궁 손상 등 돌발 응급상황 시 부인과 전문의의 즉각적인 수술 협진이 가능하다. 이 두 과가 동시에 24시간 당직을 서는 병원은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여기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여 언제든 무통분만과 응급 제왕절개 마취가 가능하다.

—고위험 신생아 및 초극소 저체중아 치료에서도 성과가 크다.

▶임신 24주 5일 만에 출생체중 680g, 720g으로 태어난 쌍둥이 자매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궁경부무력증으로 고위험산모·태아집중치료실(MFICU)에 입원해 주수를 최대한 늘린 뒤 출산했고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101일간의 집중 치료를 거쳐 각각 2.28kg, 2.8kg으로 건강하게 퇴원했다. 난임센터 시술부터 산전 관리, 고난도 분만, NICU 치료까지 이어지는 유기적 진료 체계의 결실이다. 참고로 우리 병원 NICU는 심평원 적정성 평가에서 개원 이래 3회 연속 1등급을 받았다.

—수많은 환자를 진료해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상태가 매우 악화하여 온 산모가 있었다. 응급 수술로 아기는 무사히 출산했지만 산모는 폐에 물이 차고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의식을 잃었다. 17일 만에 기적처럼 눈을 떴는데 오랜 기간 누워있어 근육이 다 빠지는 바람에 팔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깨어나자마자 '우리 아기 괜찮냐'고 묻고는 사력을 다해 그 몸을 이끌고 아기를 보러 가려 하더라. 그 모습을 보며 산모와 함께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기를 향한 모성 덕분에 결국 건강하게 회복해 퇴원하셨는데 의사로서 잊을 수 없는 가장 큰 보람으로 남아있다.

—경기 북부 지역 모자의료 체계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점은.

▶모든 병원에 지원금을 일률적으로 나누어주며 형식을 유지하기보다는 실제 응급 대응 역량을 갖춘 거점 병원에 의료 인력과 자원을 집중시키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시급하다.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 의사 한두 명이 밤을 새우며 버티는 구조는 의료진을 지치게 만든다. 역량 있는 거점 병원에 자원을 집중해야 협진 시너지가 나고 응급 대응력이 극대화된다.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과 예비 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분만 현장의 의료사고 위험이나 소송 부담이 너무 크다. 불가항력적인 사고까지 형사 책임을 물으면 젊은 의사들은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 젊은 의사들이 사법적 부담과 피로에 지치지 않고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산모들에게는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지병이 있더라도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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