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값 낮추고 위기 환자 이송까지…정신건강 안전망 손본다

강승지 기자 2026. 11. 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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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자살 예방을 넘어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 응급대응, 지역사회 복귀까지 아우르는 정신건강 안전망 구축에 나섰다. 치료저항성 우울증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고, 공공이송·입원제도 개편을 통해 위기 상황에 놓인 환자를 신속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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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발견과 전문적 치료, 국가 관리체계 보완
스프라바토, 건강보험 적용…환자 접근성 확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초안전사회 범정부 대응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자살 예방을 넘어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 응급대응, 지역사회 복귀까지 아우르는 정신건강 안전망 구축에 나섰다. 치료저항성 우울증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고, 공공이송·입원제도 개편을 통해 위기 상황에 놓인 환자를 신속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자·타해 위험 등 응급대응 손본다…공공이송단 추진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제3차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의 방향을 유지하면서 정신질환자 응급대응 체계 개편을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 흉기난동 사건 등을 계기로 자·타해 위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로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진단만으로 위험성을 일반화하지 않으면서 실제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초안전사회 범정부 대응회의'에서도 제시됐다. 복지부는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응급대응을 위해 경찰·소방·정신건강 전문요원으로 구성된 공공이송단 도입과 국가자살대응실 신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례관리 기능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정신질환 치료비 지원 확대도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공이송과 입원제도 개편 등 관련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기 상황에 놓인 환자를 신속하게 의료기관으로 옮기고 필요한 치료까지 이어지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국민생명안전위원회에서 국가 안전정책을 사후 수습에서 예방으로, 부처 책임에서 국가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싸서 망설였던 우울증 신약…건보 적용에 문턱 낮아져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도 시행됐다. 기존 항우울제 치료에도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한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스프라바토나잘스프레이'(성분명 에스케타민)가 지난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됐다. 비급여로 치료비 부담이 컸던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의약품인 '스프라바토나잘스프레이'(성분명 에스케타민).

이 약은 비급여 기준 1회 투여 비용이 60만~100만 원에 달했다. 치료 초기 4주 동안 주 2회 투여가 이뤄지는 만큼 환자는 해당 기간에만 240만~400만 원을 부담해야 했다. 그간 이 약을 활발히 처방한 의료기관 상당수가 서울 서초·강남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제적 여건과 거주 지역에 따른 치료 격차 우려도 제기됐다.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기존 항우울제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두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 약은 상대적으로 빠른 증상 개선 효과가 장점"이라며 "치료저항성 우울증은 자살 위험이 상당히 높은 만큼 급여화가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 예방, 국가 혼자 못 한다…민관 협력·현장 인력 보강

정부는 자살 예방을 위한 민관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3일 제9차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를 열어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공유하고 기관별 예방 활동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협의회에는 정부 6개 부처·기관과 종교계·재계·노동계·언론계·학계 등 총 43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생명지킴 현장 행보로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방문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와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 ⓒ 뉴스1 이종덕 기자

종교계는 자살 유족 지원과 상담센터 운영, 재계와 노동계는 사업장 내 예방 활동 등을 소개했다. 학계는 심리 치유 연극과 명상 프로그램, 생명존중 인식 개선을 위한 학술활동 등을 공유했다. 정부는 민간의 자원과 전문성을 활용해 지역사회에서 위험 신호를 살피고 상담과 치료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제6차 기본계획은 2024년 인구 10만명당 29.1명이던 자살률을 2030년 18.9명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자살률은 27.8명으로 전년보다 낮아졌지만, 한 해의 감소만으로 추세가 정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지역 자살예방센터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장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전했다.

상담과 위기 개입에 더해 전문 치료, 응급이송, 퇴원 후 사례관리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정신건강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정부의 제도 개선이 현장의 인력과 시설 확충으로 뒷받침되고, 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은 뒤 지역사회에서 일상을 회복하도록 지원하는 기반을 갖추는 게 과제로 남았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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