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럽 진출, 허가 이후 사업화 전략 강화 필요
국가별 약가·유통체계 대응…공동연구·기술이전으로 진출 경로 넓혀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발간한 '한눈에 보는 바이오헬스 유럽 진출 가이드 A-Z 의약품편'에서 유럽 주요국의 시장접근 구조와 협력 수요를 분석하고 한국 제약기업의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주요 과제로 △국가별 약가·급여와 현지 운영을 반영한 진출 계획 △임상·규제 자료와 공급·협업 실적 확보 △공동연구·기술이전을 활용한 사업화 경로 확대 △검증된 파트너 연결과 후속 실행 지원을 꼽았다.
유럽은 국내 제약산업의 핵심 수출권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대유럽 의약품 수출은 53억8000만 달러로 전체 의약품 수출의 41.7%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수출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유럽 현지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공통 규제와 국가별 시장접근 제도의 차이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다만 수출 상위국에는 생산·물류·유통 거점이 포함돼 있어 수출액이 최종 소비시장 규모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U 허가와 국가별 급여 별개…진출 이후 운영비용 반영
보고서는 유럽시장 진출의 첫 과제로 공통 허가체계와 국가별 시장접근 절차 구분을 꼽았다. EU·유럽경제지역(EEA)에 효력이 미치는 중앙집중식 허가를 받더라도 약가와 보험급여는 회원국별로 결정돼 별도의 등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럽제약산업협회(EFPIA) 자료에 따르면 2021~2024년 중앙허가를 받은 의약품 168개가 각국에서 실제 사용되기까지 평균 532일이 걸렸다. 독일은 56일, 루마니아는 1201일로 국가 간 차이도 컸다. 이는 허가 취득과 실제 판매 사이의 시간·비용을 진출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
이와 더불어 보고서는 스위스·영국·세르비아는 EU 허가가 자동 인정되지 않아 각국 규제기관에 별도 신청이 필요한 만큼 유럽을 하나의 시장으로 접근하기보다 제품 특성과 현지 제도에 맞춰 우선 진출국과 후속 확대 경로를 정해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허가 이후 유지·운영 체계도 초기 사업계획에 포함할 것을 권했다. EU 시장에서는 EEA 내 시판허가권자와 현지 수입·출하, 약물감시 체계 등이 필요하고, 이에 현지법인 설립 시 고정비와 인력, 세무·행정 부담까지 중장기 운영비용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
보고서는 유통·라이선싱 계약에는 최소 구매량과 성과조건, 해지조건, 독점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도록 제언했다. 현지 규제와 급여제도 변화뿐 아니라 계약 이행과 환율 변동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양 기관의 의견이다.
판로 확보 역시 주요 과제로 나타났다. 실제 보건산업진흥원 '2024년 바이오헬스산업 실태조사'에서는 해외진출 제약기업의 최대 애로로 판로개척·해외 유통망 확보(29.6%)가 꼽혔다.
이는 유럽에 한정한 통계는 아니지만, 규제 대응과 함께 판매경로 확보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게 양 기관의 분석.
보고서는 치료영역과 기존 제품군, 규제·시장접근 역량을 기준으로 적합한 파트너를 선별할 것을 제언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행사 참가 전 사전 미팅부터 현장 면담, 후속 협의로 이어지는 관계 관리가 필요하며, 초기 미팅 건수보다 협의의 지속성과 의사결정자 접점 확보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공동연구·라이선싱 병행…임상근거와 협업 실적 제시
아울러 양 기관은 완제품 수출과 함께 공동연구·기술이전을 활용하는 진출 전략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4개국 제약기업의 공개 협력 프로그램 116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공동연구·라이선싱 형태였다. 모집 분야도 항암·종양학과 AI·디지털헬스·정밀의료 등으로 다양했다.
보고서는 "초기 연구단계 기업은 공동연구와 인큐베이팅을, 개발이 진척된 기업은 라이선싱·기술이전을 중심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협력 제안에는 개발 단계와 권리관계, 적용영역, 협력 범위를 명확히 하고 공동연구가 후속 라이선싱이나 공급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화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양 기관은 현지기업이 협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검증자료 확보도 강조했다. 스위스 현지조사에서는 한국 기업의 개발 속도와 기술·제품 경쟁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실제 파트너 선정에서는 임상데이터와 규제 준수·승인, 공급·협업 실적을 우선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임상결과와 시험자료, 인허가 현황, 기존 공급·협업 사례를 통합해 제시하고 현지 실적이 부족한 기업은 공동연구나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검증 이력을 축적하도록 권했다. 보고서는 조사별 대상과 표본이 달라 수치를 직접 비교하기보다 시장진입 과제의 방향성을 중심으로 해석했다.
한편 보고서는 공공 지원기관의 역할도 파트너 소개 이후 협력 실행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Horizon Europe 등 다자 공동연구 프로그램에서는 현지 파트너 발굴과 컨소시엄 구성, 행정·서류 절차가 실제 참여의 장벽으로 나타나 이를 보완할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