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경쟁, 약제 넘어 진단 환경으로…환자 선별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
SP263 기반 TAP 평가 적용…기존 CPS와 다른 검사·판독 체계 주목
다중 바이오마커 시대 검사 접근성과 결과 회신 속도가 치료 결정 좌우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면역항암제 시장의 경쟁 구도가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임상시험을 통한 치료 효과 입증과 적응증 확대, 건강보험 급여 진입이 주요 경쟁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적절한 치료 대상자를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지, 즉 진단 환경과 환자 선별 역량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고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 전략이 확대되면서 약제의 임상적 유효성만으로 실제 처방까지 이어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치료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검사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지, 검사 결과를 적시에 확보할 수 있는지가 실제 진료현장에서 약제 활용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주요 암종으로 건강보험 급여 영역을 확대한 테빔브라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위·위식도접합부 선암과 식도편평세포암에서 벤타나 PD-L1 SP263 애세이를 활용한 TAP(Tumor Area Positivity) 평가 체계를 적용하면서, 면역항암제 경쟁의 무게중심이 약제 자체에서 동반 진단과 검사 환경으로도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면역항암제 처방에서 PD-L1 검사는 중요한 환자 선별 도구다. 다만 PD-L1이라고 해서 모든 치료제가 동일한 검사법과 평가 기준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테빔브라의 위암과 식도암 환자 평가에 활용되는 TAP은 종양 영역에서 PD-L1 양성으로 염색된 면적의 비율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반면 기존에 널리 활용되는 CPS(Combined Positive Score)는 PD-L1 양성 종양세포와 면역세포의 수를 기반으로 산출한다.
같은 PD-L1 발현을 평가하더라도 애세이와 스코어링 방식에 차이가 있는 만큼, 각 치료제에 적합한 검사 체계를 실제 진료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새로운 면역항암제가 시장에 진입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임상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고 허가와 급여를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해당 약제의 환자 선별 기준에 맞는 검사를 의료기관에서 원활하게 시행할 수 있어야 실제 처방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치료제의 경쟁력은 임상 데이터와 급여 조건을 넘어 진단 인프라와의 연계성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중 바이오마커 시대, 검사 접근성이 치료 기회 좌우…SP263·TAP, 약제와 진단을 연결하는 인프라
이러한 변화는 위암에서 더욱 뚜렷하다. 최근 위암 치료에서는 HER2, PD-L1, Claudin18.2 등 여러 바이오마커가 치료 전략과 연결되면서 치료 전 확인해야 할 정보가 늘어나고 있다.
환자별 바이오마커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달라지는 만큼, 필요한 검사를 얼마나 신속하게 시행하고 결과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질병 진행 속도가 빠른 환자에게 검사 결과 회신이 지연되면 치료 방침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정민규 교수는 "테빔브라는 위암 1차 치료에서 PD-L1 발현 수준과 관계없이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한 근거를 바탕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실제 급여는 TAP 5% 이상 환자에게 적용된다"며 "TAP은 기존 CPS와 평가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SP263 기반 원내 검사 환경이 구축된다면 신속하게 검사 결과를 확보하고 치료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위암은 여러 바이오마커를 함께 고려해야 하고, 질병 진행 속도가 빠른 환자의 경우 검사 결과가 지연되면 치료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시에 결과를 확보할 수 있는 진단 환경이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테빔브라가 활용하는 SP263 기반 TAP 평가 체계는 이러한 진단 환경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기존에 구축한 병리 검사 인프라를 활용해 해당 검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지, 염색과 판독 과정이 기존 업무 흐름에 얼마나 원활하게 통합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실제 검사 접근성과 결과 회신 속도는 치료 대상자 확인부터 최종 처방 결정까지 이어지는 진료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다중 바이오마커 검사가 보편화되는 상황에서는 개별 검사법의 성능뿐 아니라 병리과와 진료과 간 협업, 검사 순서, 결과 회신 체계 등 진단 프로세스 전반의 효율성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는 제약업계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치료제의 임상적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의료기관에서 해당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진단 체계와 검사 접근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급여 확대는 치료 기회를 넓히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급여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를 확인하고 실제 치료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진단 환경이 필요하다.
테빔브라의 위·식도암 급여 확대와 SP263·TAP 평가 체계는 면역항암제 경쟁이 더 이상 약제의 임상 데이터와 급여 범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치료 옵션이 늘어날수록 환자 선별을 위한 검사 체계와 의료기관의 진단 역량도 약제 활용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면역항암제 시장에서는 어떤 약제가 더 우수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지뿐 아니라, 어떤 약제가 실제 진료현장에서 적절한 환자를 신속하게 찾아 치료까지 연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경쟁 기준이 될 전망이다.
면역항암제 경쟁의 다음 단계는 약제 간 경쟁을 넘어 진단 환경과 환자 선별 역량의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