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다음은 어디?⋯비만신약, 새 기전에 ‘뭉칫돈’
한미·LG화학, 근육 보존 식욕 조절 새 기전 앞세워 기술이전

“환자마다 식욕 억제나 에너지 소비 증가, 근육량 보존 등 필요한 치료 효과가 다릅니다. 단일 분자에 여러 작용 기전을 결합하거나 서로 다른 약물을 병용하는 방식은 각각의 장점을 가진 치료 전략입니다.”
최인영 한미약품 미래성장부문장 부사장이 최근 바이오 산업 행사 ‘BIX 2026’에서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 방향에 대해 한 말이다. 앞으로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얼마나 건강하게 감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GLP-1 계열 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해 왔다. 최근에는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근육 보존, 특정 비만질환 치료 등으로 개발 목표가 세분화되면서 새로운 작용 기전으로 승부하려는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날 GLP-1과 GIP, 글루카곤, 아밀린 등 4가지 호르몬 경로를 동시에 표적하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CT-G32/SCO-940’의 비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기존 3중 작용제의 GLP-1·GIP·글루카곤에 아밀린 작용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GLP-1과 GIP는 식욕 및 혈당 조절에, 글루카곤은 에너지 대사 조절에 관여한다. 아밀린은 별도의 수용체를 통해 뇌에 포만감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으로, 식욕 억제 효과를 강화하는 역할이다. 실제 비만 동물모델에서 CT-G32/SCO-940은 일라이 릴리의 3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보다 동일 용량에서 더 큰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으며, 근육과 뼈 등을 포함한 제지방 감소 비중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한미약품은 근육 보존에 초점을 맞춘 비만치료제 ‘HM17321’을 개발하고 있다. HM17321은 코르티코트로핀 방출인자 수용체 2형(CRF2)을 활성화하는 UCN2 유사체다.
CRF2는 근육과 지방조직 등에서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수용체다. HM17321은 이 수용체를 활성화해 체지방을 줄이면서 근육량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식욕 억제를 중심으로 작용하는 기존 GLP-1 치료제와 달리 체성분 자체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LG화학은 식욕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긴 희귀비만질환을 겨냥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경구용 치료제 ‘비바멜라곤(LB54640)’은 멜라노코르틴-4 수용체(MC4R)를 활성화하는 약물이다.
MC4R은 뇌의 시상하부 등에서 식욕과 에너지 소비를 조절하는 수용체다. 시상하부는 배고픔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중추로, 이 부위가 손상되거나 관련 신호 전달 경로에 이상이 생기면 식욕을 억제하기 어려워져 심한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바멜라곤은 MC4R을 직접 활성화해 식욕 억제 신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새로운 비만치료 기전에 글로벌 제약사의 자금도 몰리는 모습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8월 로슈 계열사 제넨텍에 HM17321을 최대 약 3조1892억원(23억 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이 가운데 확정 선급금은 약 2629억원(1억9000만 달러)이다.
LG화학도 리듬파마슈티컬스와의 ‘비바멜라곤’ 기술수출 계약 규모를 기존 약 4100억원(3억500만 달러)에서 약 1조1500억원(8억5500만 달러)으로 확대했다. 임상 개발 진전에 따라 추가 선급금 약 4700억원(3억5000만 달러)을 확보했으며, 해당 금액은 향후 4년에 걸쳐 지급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비바멜라곤의 가치와 잠재력에 대한 양사의 확신을 반영한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안겸비 기자 hugm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