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원의 모멘텀] 美 투자 앞둔 韓 기업에 필요한 것은?

서경IN 2026. 11.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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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Women in Economic Development Forum(WIEDF)'에 다녀왔다.

한국 기업은 지금 미국 주 정부가 가장 원하는 자본이다. 바이든 시절 배터리 합작법인 때는 대개 현지 파트너가 부지 선정을 이끌었지만, 지난 2년간 합작 구조가 여러 사유로 잇따라 정리되면서 이제 주 정부는 한국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를 직접 설득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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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글로벌코리아데스크 팀장

韓 기업, 美 주정부가 가장 원하는 자본 역할

협상력·검증·속도 3가지 키워드 주목해야

전혜원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글로벌코리아데스크 팀장이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WIEDF에서 한국기업의 FDI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지난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Women in Economic Development Forum(WIEDF)’에 다녀왔다. 주 정부와 카운티, 경제개발기관 담당자들이 해외 자본을 자기 지역으로 끌어올 전략을 짜는 자리다. 필자는 한국 기업의 외국인직접투자(FDI) 트렌드와 기회 요인을 설명하는 세션을 맡았고, 참석자 중 한국인은 한 명뿐이었다. 한국의 대미 투자가 미국에서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다.

포럼을 다녀온 뒤, 이번 칼럼에서는 거꾸로 우리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정리해 봤다. 키워드는 세 가지, 협상력·검증·속도다. 협상력은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상대의 약속을 검증하고 결정을 제때 내릴 때만 성과로 이어진다.

첫째, 협상력. 주도권은 한국 기업에 있다

한국 기업은 지금 미국 주 정부가 가장 원하는 자본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약 19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0% 가까이 늘었다.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에 삼성전자 테일러 반도체 공장 등 텍사스 투자(370억 달러), 현대차그룹(260억 달러) 같은 민간 투자가 더해졌다. 바이든 시절 배터리 합작법인 때는 대개 현지 파트너가 부지 선정을 이끌었지만, 지난 2년간 합작 구조가 여러 사유로 잇따라 정리되면서 이제 주 정부는 한국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를 직접 설득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둘째, 검증. 미국은 이미 한국 기업을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미국은 서울의 의사결정 구조를 공부한다. 실사 현장에 오는 키맨들은 결정을 좌우하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이다. 자료는 이들의 손에서 한국어 보고서로 다시 쓰이고, 여러 단계를 걸쳐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향후 방향성을 결정한다. 세션 뒤 질문도 하나로 모였다. “한국 기업 의사결정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뭔가요?” 결국 “보고서를 쓰는 사람에게 무엇을 주면 되느냐”는 물음이었다.

앞으로 받을 인센티브 제안서와 부지 자료는 서울의 결재 라인을 통과하도록 설계되어 올 것이다. 받는 쪽은 그만큼 꼼꼼히 봐야 한다.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무리한 약속을 내놓는 주 정부도 있다. 숫자 뒤의 조건, 전력 공급 시점, 인허가 일정, 약속이 누구의 서명으로 보장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 글이 실릴 즈음이면 중간선거도 끝나 있을 것이다. 주지사와 경제개발 조직 수장이 바뀌면 약속의 주인도 바뀐다.

셋째, 속도. 1년은 보고서와 보고서 사이에서 사라진다

문제는 시간이다. 최근 대미 투자를 좌우하는 것은 ‘스피드 투 마켓’이다. 반도체, AI, 방산, 로봇처럼 미래 기술을 주도하는 산업에서는 공장을 1년 먼저 돌리는 쪽이 시장을 먼저 잡는다. 여기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결정 시간은 짧은데, 그린필드든 브라운필드든 한번 고른 부지는 이후 30년을 좌우한다. 양산 목표를 2030년 전후로 잡은 기업들이 그린필드보다 브라운필드를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자의 경험상 그 1년은 대개 서울과 현장 사이, 보고서와 보고서 사이에서 사라진다.

결정 구조를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한다

지난 6월 이 칼럼에서 해외 진출의 흔한 실패 원인으로 본사와 현지법인 사이의 ‘사일로’를 꼽았다. 미국은 그 사일로를 우리보다 먼저 공부하고 있다. 글로벌 코리아 데스크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부동산 자문을 맡은 3년간 배운 것은 하나다. 우리 결정 구조를 우리가 먼저 알고, 부지 선정부터 인센티브, 전력, 인허가까지 두 나라의 의사결정 방식을 모두 아는 전문가를 앞단에 둬야 한다. 그것이 협상력을 지키고, 약속을 검증하고, 속도를 내는 길이다. 그 결정은 30년을 간다.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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