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테이블석 390만원? 두달간 암표 신고만 1720억

이태동 기자 2026. 11. 5. 00: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암표신고센터 가보니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내 ‘스포츠 온라인 암표 신고 센터’ 담당 직원이 390만원짜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암표 신고가 접수된 것을 확인한 뒤 후속 대처를 하고 있다. ‘암표 방지법’ 시행으로 센터가 본격 가동된 8월 28일부터 이날까지 총 18만9781건의 암표 신고가 접수됐다./ 장경식 기자

“지금 하나 떴습니다. 테이블석 세 자리에 390만원이라네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내 ‘스포츠 온라인 암표 신고 센터’에 암표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저녁 6시 30분 수원에서 열리는 KT와 삼성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테이블석 티켓이었다. 이 자리는 세 자리가 붙어 있는 1세트가 42만원인데, 판매자는 티켓 양도 플랫폼 ‘티켓베이’에 9배 이상 비싼 390만원에 내놨다.

센터를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부정거래대응팀 직원들은 즉각 해당 플랫폼에 연락해 해당 게시물이 이용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처리했다. 이어 신고 내용을 분석한 뒤 판매자의 신상을 알아내고, 상습적인 암표 판매상인지 등을 따져 경찰 수사 의뢰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암표 방지법’으로 통하는 개정 국민체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스포츠 경기 암표 단속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새로운 신고 센터가 본격 가동된 8월 28일부터 3일 오후 5시까지 68일간 이들이 접수한 암표 신고 건수는 18만9781건(중복 신고 포함)으로, 하루 평균 2800건에 육박한다. 이 기간 암표 판매상이 판매가로 제시한 금액의 합은 1724억2700만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25억원 이상이다. 센터 측은 “수만건 규모의 자체 모니터링 건수는 포함하지 않은 게 이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래픽=김성규

암표 신고는 대부분 프로야구 티켓이 대상이다. 전체의 99.2%에 달하는 18만8242건이 KBO리그 티켓으로 집계됐다. 올해 프로야구가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울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티켓 구매가 쉽지 않은 탓이다. 프로야구를 뺀 축구·농구·야구 등 나머지 종목 암표 신고는 1539건이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서 암표상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모양새다. LG-두산의 와일드카드 게임 예매일인 10월 13일부터 3일 오후까지 약 3주간 접수된 신고만 8만2725건으로, 하루 평균 3760건이었다.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된 날은 LG와 KIA의 잠실 준플레이오프 3·4차전 예매가 시작된 10월 16일이었다. 이날 하루에만 암표 신고 1만128건이 접수됐다. 신고 센터 김상욱 대리는 “포스트시즌 들어 티켓 수요가 과열되면서 한 장에 100만원, 300만원 하는 황당한 암표 판매가 포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걸 또 실제로 구매하는 사람이 있어 더 놀랄 때가 있다”며 “암표 근절 차원에서 이런 표를 사주는 일부 극성 팬들의 행동이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암표 신고가 가장 많은 플랫폼은 티켓 재판매 사이트 티켓베이로 전체 88%인 16만6903건이었다. 이어 중고나라가 1만6575건, 당근마켓이 3577건, 번개장터가 2464건이었고, 스레드 등 소셜미디어도 262건이 있었다.

새로 시행된 암표방지법은 매크로(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하는 전문 암표 판매상뿐 아니라 일반 암표 판매상까지 처벌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암표를 팔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별도로 판매 제시금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물 수 있다. 이득을 몰수·추징당하는 건 별도다. 신고자는 향후 행정 절차에 따라 과징금의 최대 50%, 5000만원 한도로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암표 판매상은 실제 거래가 불발됐더라도 암표를 팔겠다고 한 행위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영리 목적을 띠는지, 상습적인지 여부를 가려야 하는데 아직 새로운 법 시행 초기 단계라 기준이 모호한 게 아쉽다고 신고센터 직원들은 이야기한다. 혼자서 68장, 총 5100만원어치 표를 판다고 게시물을 올린 판매자 등 암표 의도가 명백한 사례는 이미 수사 의뢰돼 경찰에 넘어갔다. 센터가 두 차례에 걸쳐 넘긴 155명을 경찰이 수사 중이고, 이달 초까지 울산과 부산에서 암표상 2명이 검거됐다. 센터 측은 한국시리즈 중간인 이번 주말과 이달 말에 각각 한 번씩 더 경찰에 암표상 정보를 넘길 예정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